10. 신도조직-전주 금선암
10. 신도조직-전주 금선암
  • 김규보 기자
  • 승인 2015.07.20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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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신도간 신뢰·존경으로 똘똘 뭉친 실천 도량

▲ 지난해 11월 열린 ‘붓다로 살자’ 결사도량 선포식 모습. 이 자리에서 주지 덕산 스님은 “금선암에 안주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먼저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금선암(주지 덕산 스님)의 모든 결정은 매달 한차례 열리는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전각 기와를 수리하는 것에서부터 봉축행사 관련 안건까지, 금선암의 크고 작은 일들은 사찰운영위원회에서 대중공의를 모아야만 시행될 수 있다. 때문에 회의에 참석한 사부대중은 사소하게 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논의가 시작되면 머리를 맞대고 열띤 토론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신도들은 금선암이 ‘내 사찰’이라는 의식을 마음 깊이 각인한다. 스님 역시 대중공의를 통해 동력을 얻는 만큼 보다 수월하게 불사를 진행할 수 있다.

1999년 신도조직 첫발 떼
‘십선회’로 본격적인 활동
‘경승회’ 등 잇따라 창립돼
사찰 떠받치는 기둥 역할

사찰운영위원회 중심으로
스님과 신도 협력 이어가
지역 불교계 일꾼 배출도


금선암 사찰운영위원회가 지역 불교계의 높은 평가를 받으며 지속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비결은 바로 신도조직에 있다. 금선암에는 신도단체인 십선회, 수월회, 경불회, 선재회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아우르는 신도회가 있다. 여느 사찰보다 단단한 결속력과 스님에 대한 존경심으로 똘똘 뭉친 금선암 신행단체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지역사회와 불교계에서 다양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단순히 부처님을 ‘믿는’ 것을 탈피해 바른 믿음과 바른 이해를 실천으로 옮겨 온전히 스스로의 것으로 만드는 신해행증(信解行證)의 발걸음을 걷고 있는 불자들이 모여 있는 곳. 금선암은 사찰이 지향해야 할 신도조직의 모범을 제시하며 불교계의 귀감이 되고 있다.

▲ 금선암 전경. 금화화상이 일심기도로 금빛 부처님을 친견했다고 해 이름이 붙여졌다.

금선암 신도조직의 모태는 ‘향도’다. 1999년 김제 금산사에서 소임을 맡고 있던 주지 덕산 스님은 금산사 개산 1400주년을 맞아 매향의식을 기획했다.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다. 그때 금선암 신도를 중심으로 향도를 조직해 관련 경비를 모연했던 것이 현재 신도조직의 시초였다.

금선암 신도 300여 명이 향도에 참여한 덕분에 매향의식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었다. 조직된 신도들이 일궈낸 결실을 목격한 덕산 스님은 이들의 활동을 자원봉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불법승 삼보를 항상 믿고 따르며 옹호하는 선봉이 되자’ ‘미륵보살의 대자비를 실천하여 밝은 세상을 여는 인도자가 되자’ ‘미륵십선행으로 일체 중생이 용화삼회에 참례하기를 발원하자’ ‘올바른 신앙으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고 봉사정신을 생활화하자’는 내용의 ‘미륵향도 4대 실천 강령’도 제정했다. 그리고 향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신도를 모아 현재 금선암 신도조직의 모태가 되는 ‘십선회’를 조직했다.

▲ 금선암은 ‘미륵향도 4대 강령’을 비석에 새겨 그 뜻을 되새기고 있다.

십선회는 오로지 거사들로만 구성됐다. 십선회의 설립취지인 미륵십선행 실천에 공감하는 거사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금선암 역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십선회 조직 다음해인 2000년부터 금선암은 정기 일요법회를 봉행하기 시작했다. 회원이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금선암을 찾는 신도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지역 불교계에서 정기적으로 법회를 여는 사찰은 드물었다. 더군다나 법회 때마다 법당에 거사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십선회의 활동은 법회 참석에만 머무른 게 아니었다. 매월 음력 초열흘이면 금산사에서 철야기도를 했다.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잔치를 열었으며 기금을 모연해 봉사활동도 했다. 2002년 금선암이 청년불자를 길러내고자 ‘금화 장학회’를 설립했을 때도 운영에 힘을 보탰다.

십선회가 만들어지고 난 뒤 보살들이 모인 수월회, 경찰불자 모임인 경불회, 공무원·직장인 불자들의 선재회가 차례로 구성됐다. 현재 십선회 50여 명, 수월회 200여 명, 경불회 40여 명 등이 금선암 신도이자 각 신행단체 회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단단히 결속돼 있으며 끊임없는 교류로 금선암을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이 되고 있다.

특히 경불회는 경찰조직 내에서도 활발히 활동해 지역 내 금선암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더구나 금선암 신도조직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불교계 일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지순례와 전북 불자들의 심신 단련을 위해 1997년 발족한 전북룸비니산악회는 현재 금선암 신도회 총무인 안준아(61, 해산) 씨가 이끌고 있다. 그는 2011년 회원 7명이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오던 전북룸비니산악회 회장으로 부임해 단기간에 683명 회원을 자랑하는 신행단체로 키워냈다. 부회장 역시 금선암 신도가 맡고 있어 전북 불자 결집에 기여하고 있다.

▲ 덕산 스님과 신도회는 부처님오신날에 모연된 기금으로 올 7월 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힘을 보탰다.

신도 조직화와 이후의 활발한 활동은 스님에 대한 존경과 신뢰로 이어졌다. 덕산 스님의 원력과 신도들의 참여가 만난 지점이 사찰운영위원회이며 그들은 서로에게 아낌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더욱이 덕산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연등비를 신도들이 정산하도록 하는 등 투명한 재정 운영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김영돈(62, 법흥) 신도회장은 “금선암 신도가 아니지만 주지스님을 알고, 좋아하는 지역 불자들이 적지 않다”며 “스님 말씀이 곧 정법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될 정도로 신도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준아 총무 역시 “스님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을 기반으로 신행모임이 활성화될 수 있었고, 신행모임 외연이 확장될수록 그 마음이 깊어지는 것을 느낀다”며 “금선암이 ‘내 사찰’이며 ‘맑은 사찰’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12일 육군 논산훈련소 호국연무사에서는 뜻 깊은 법회가 열렸다. 조계종 전 포교원장 도영 스님을 수계법사로 수계법회가 봉행된 것. 신병교육생 3457명은 이 자리에서 계를 받고 불자로서의 삶을 다짐했다. 당시 법회가 의미 있었던 것은 십선회의 참여 때문이었다. 십선회 회원 중 회갑을 맞은 12명이 환갑잔치를 여는 대신 그 금액을 모아 장병들에게 대중공양으로 회향했다. 덕산 스님의 권유로 출발한 회원들의 마음은 불자 3500여 명을 탄생시키는 환희로움이 됐다. 올해 회갑을 맞은 십선회 회원 역시 마찬가지의 방식으로 기금을 모연하고 있다.

금선암 주변에는 지금 철쭉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3년 전부터 시행해 왔으며 조만간 대단위 철쭉 군락지가 형성돼 금선암을 한층 아름답게 만들어줄 것이다. 이 또한 덕산 스님과 신도들이 뜻을 모아 결정했으며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협력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금선암 철쭉이 모악산 자락을 수놓으며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는 날, 이들의 신뢰와 믿음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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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와 함께 산문 밖으로”

금선암 주지 덕산 스님

 
“스님들이 사찰에만 안주하며 신도들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바깥으로 나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대사회적 활동을 펼칠 때 지역사회에서 불교와 사찰의 존재가치가 드러납니다. 스님의 힘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신도와 함께 산문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덕산 스님은 불교가 놓인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웃종교에 비해 부족한 인적·물적 자원으로 포교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불교가 설 자리는 결국 없어질 것이라는 게 스님의 판단이다.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회로 나가 인적자원을 발굴하는 등의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스님들은 신도의 관심을 환기하고 동기를 유발하는 연결고리가 돼야한다고 생각한다.

덕산 스님은 “신도들이 서로 손 잡고 사회로 나아가 포교할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역할이 스님들의 몫”이라며 “금선암이 지난해 11월 전북 지역에서 두 번째로 ‘붓다로 살자’ 실천도량을 선언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한 믿음으로 신도들을 조직화한 결과 신행단체들이 연이어 탄생되고 확장을 거듭하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덕산 스님은 “신도조직 활성화로 도량을 운영하는 데 어깨가 가벼워졌다”며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기획을 제안하면 신도들이 공의를 모아 추진을 결의한다. 스님 혼자 도맡아 하던 시절에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이제는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도조직 활성화의 주요 요인으로 ‘인내’를 꼽았다. 덕산 스님은 “승가는 승가의 역할이 있고 재가는 재가의 역할이 있다”며 “그것을 정확하게 분담해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되 결과를 독촉하지 않고 충분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덕산 스님은 “요즘 어느 사찰을 막론하고 어렵다, 힘들다고 하는데 왜 어려운지, 왜 힘든지를 분석하면 극복할 길이 보인다”며 “신도조직 발전이 없었다면 금선암 사부대중이 여기까지 함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03호 / 2015년 7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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