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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법집

기자명 서광 스님

집착 못 버린 보시는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것

“수보리야! 인욕바라밀도 그 이름이 인욕바라밀일 뿐이니라. 전생에 가리왕이 나의 몸을 벨 때에 나는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었기 때문에 성내고 원망하는 마음을 내지 않았느니라. 또 나는 과거 500생 동안 인욕수행자였을 때도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없었다. 수보리야! 보살은 모양, 소리, 냄새, 맛, 감촉, 인식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떠난 상태에서 가장 깊고 넓은 깨달음의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만약 그러한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것은 올바르게 깨닫고자 하는 마음을 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보살은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모양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보시해야 한다. 수보리야! 여래가 설명한 모든 중생상은 중생상이 아니고, 일체중생도 또한 중생이 아니다. 수보리야! 여래는 진실한 말을 하고, 참다운 말을 하는 자며, 있는 그대로 말을 하고, 거짓이 아닌 말을 하는 자며 앞뒤가 다른 말을 하지 않는 자다. 여래가 얻은 법에는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다. 보살이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을 가지고 보시를 하는 것은 마치 사람이 어둠속에 들어가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반대로 보살이 대상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보시하면, 마치 눈이 있는 사람에게 햇빛이 밝게 비추어져서 여러 가지 다양한 모양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수보리야! 만약 미래에 선한 남녀가 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운다면 모두가 무한한 공덕을 성취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여래는 부처의 지혜로써 그들을 다 알고, 다 보게 될 것이다.”

성공 이끌었던 확신과 신념도
고집으로 변질되기 시작하면
성장기회도 점점 멀어지게 돼
아집·법집 타파해야 영적성장

부처님께서는 보살이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켜서 보시바라밀을 실천할 때, 인식의 대상, 즉 모양(색깔), 소리, 향기, 맛, 감촉, 정신적 대상에 끄달리거나 집착해서 보시하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왜냐하면 대상에 집착된 상태에서 일으키는 보시의 행위는 반드시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또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을 가지고 보시하는 것은 마치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전자는 탐진치 삼독을 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탐욕과 화의 독성을 불러일으키는 작용을 하게 되고, 후자는 인식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방편적 지혜를 계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상에 대한 무지를 낳게 된다.

우리가 마음수행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가장 큰 함정은 아마도 아집, 즉 우리의 경험에 대한 집착이 아닐까 여겨진다. 왜냐하면 수행을 하겠다는 의지를 일으키는 것도 ‘나’고, 수행에서 얻게 되는 갖가지 경험들도 결국은 ‘나’가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가 하는 모든 경험은 곧 ‘나의 것’이고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도 모른다.

자수성가한 사람일수록 자기경험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강하듯이 지나치게 애쓰게 되면, 당연히 자신의 경험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건과 상황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들을 현재의 삶과 인간관계에서 계속적으로 주장하고, 동일한 잣대와 태도를 유지한다면, 자신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확신과 신념은 고정관념과 고집으로 변질되고 성장의 기회는 그만큼 멀어지게 될 것이다.

‘금강경’에서는 깨달음을 향한 마음수행의 길에서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퇴보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아집과 법집을 타파하는 정도로 가늠하고 있다. 아집은 인식의 주체인 자아에 대한 집착이고 법집은 그 자아가 경험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금강경’의 전반부에서는 경험의 주체인 자아에 대한 집착 없이 보시할 것을 당부하셨다. 그리고 여기서는 법집, 즉 대상에 대한 집착 없이 보시의 행을 실천해야만 최상의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하시는 것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303호 / 2015년 7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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