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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댁의 가훈은 무엇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결혼식 주례를 부탁하러 온 제자에게 스승이 물었다. “자네집 가훈은 뭔가?” “단순한 생활, 깊은 생각입니다” “자네와 결혼할 여성은 어떤 사람인가?” “미소를 한 600개나 가진 여성입니다.” 스승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주례를 승낙했다.



가훈 ‘옛 것’ 취급은 안될 말

친구로부터 그 말을 전해 듣고 마음이 환해지도록 감동했던 적이 있다. 요즈음에도 가훈을 묻는 스승이 있다는 것이 너무 존경스러웠고 가훈을 대답하는 제자가 너무나 대견하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 스승에 그 제자란 말이 그때처럼 빛나 보이고 높이 생각되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사람의 관계가 점점 변질되어가는 현실이라 더욱 감동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선지 그때의 그 감동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요즘도 누가 결혼을 한다고 하면 그 가훈이 생각나서 가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가훈이 있는 가정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 가정이라도 남아 있기나 할까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지금이 어느 땐데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캐캐묵은 소리를 하느냐고 핀잔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훈이란 옛 것도 아니며, 중고품은 더욱 아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물도 아니다. 가훈은 가정을 지키는 교훈이다. 가훈은 한번 정해 놓으면 집의 기둥처럼 영원히 변질되지 않는 최고의 가보가 된다. 가훈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걸레 되어 가는 정신 어떻게…

누구도 가정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가정은 위대하다. 그럼에도 오랜 골동품은 오래될수록 값이 비싼데 어째서 오래 된 가훈은 제대로 제 값을 못하는 것일까. 가정이 붕괴되고 가정교육마저 부재한 현실에서 가훈이란 이름조차 잊혀져 가고 있다. 아니다. 벌써 잊어버렸다. 전통에 관심이 없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은 가훈같은 것은 아마 소용도 효용도 없다고 외면할 지 모른다.

그러나 가정에 정말로 소용있는 것은 외면 당하는 가훈이다.

가훈은 노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가정의 전유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가정이 필요한 이때야 말로 가정의 정신이 되고 지주가 될 수 있는 가훈이 꼭 필요한 때라고 말 할 있겠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변해간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근본은 변질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가훈이 있는 가정에서 자란다면 변질되는 인간으로 살지는 않을 것 같다. 물질이 풍부하고 돈이 우선되는 세상일수록 정신을 팔아먹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변질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변질이 보편화되고 변질이 일상화되는 이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한국인들, 우리는 그리고 너와 나 이제는 정말 걸레가 되어 가는 정신을 바로 잡아야 할 때이다.

우선 가정부터 바로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자면 가정의 교훈이 될 가훈은 꼭 필요하다. 가정을 지탱해 주는 정신인 가훈이 우리에겐 희망처럼 필요한 것이다. 가정에 교훈이 없고 학교에 교훈이 없다면 무엇으로 가정을 지키고 학교를 지키며 교육을 시킬 수 있겠는가.



가정 바로세우는 버팀목

지금부터라도 가훈을 쓰는 계몽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가정의 정신을 세우는데도 가훈밖에 없다. “자네집 가훈이 뭔가?”라고 묻는 어른이 너무 없다. 이 시대는 진정 존경할 어른도 없고, 진정 신뢰할 위정자도 없는 것 같다. 가정에 가훈이 없으면 사람에 근본이 없는 것과 같다. 가정에 기초가 없는데 사회는 어떠며 나라는 어떻겠는가

가훈은 가정을 지키는 자존심이다. 자존심이 없으면 자만심만 남게 된다. 우리 모두 가훈을 쓰자. 어려운 세상 잘 살기 위해.



천양희(시인)



알 림 - 621호 천양희 시인 약력 소개 가운데 ‘9-10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을 ‘제 10회 소월시문학상’으로, ‘시집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다]외 시집 다수’를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외 다수’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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