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美 테러 사건을 보는 시각

기자명 이학종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9월 14일 오후)은 미국의 테러에 대한 전쟁 수준의 보복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아마도 이 글이 신문지에 인쇄되어 독자들에게 전달될 시점에는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 또 한번의 처절한 참사가 발생한 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광범위하고 얼마나 끔찍할 지도 모르는, 예정된 무차별 살생의 비극을 눈앞에 둔 채 ‘원한은 결코 원한에 의해 해결되지 않는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겨보는 심경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살상행위를 각자의 입장에서 나름의 논리를 내세워 정당화하는, 그리하여 스스로 황폐화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군상들의 어리석음에 깊은 좌절을 절감할 뿐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언어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인 노엄 촘스키(72) 박사는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성급한 공격은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할 것”임을 경고했습니다. 이번 미국에 대한 테러 사건은 전 세계적 분노를 촉발한 용서받지 못할 짓이지만, 희생된 사람의 숫자로만 보면 뚜렷한 증거도 없이 미국이 다른 여러 나라에 행한 무차별적인 공격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촘스키 박사의 고언입니다. 미국의 평화단체인 ‘전쟁에 저항하는 이들의 연맹(War Resisters League)’소속의 한 활동가도 “어떤 대응이나 정책을 세우더라도 이 나라가 민간인을 표적으로 하는 일이 없을 것을, 그리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하는 어느 국가의 어떤 정책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국회와 부시에게 강력히 요구한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고 합니다. 미국의 유력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미국의 이성적인 대처를 촉구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합니다. 테러리스트를 색출하고 이들을 죽이는 것으로 사태의 근본해결은 없으며 오히려 정보능력 신장과 테러 대처기능 강화에 나설 때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입니다. 테러가 발생하게 된 뿌리를 보지 않고서는 테러와 응징의 악순환만 있을 뿐 근원적 해결은 없다는 것이지요.

이번 테러 사건을 놓고, 저명한 미래학자 새무얼 헌팅턴의 예상처럼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로 보는 시각도 있고, ‘미국의 패권주의와 아랍권 테러리즘의 충돌’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시각이든 서로 깊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사일 방어체제(MD) 강행과 기후변화협약의 탈퇴, 탄도미사일방어(ABM)조약 일방 파기, 생물학무기금지협약 검증의정서 거부, 중동평화협상 성과 무시 및 이스라엘 편향적 중동정책 회귀 등 부시정권 출범이후 미국이 보여 온 일련의 강경한 대외정책들이, 아랍권으로 하여금 테러가 아니고서는 그들의 생존권을 지킬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갖게 하지는 않았는가 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보복이 임박한 이 순간은, 힘에 의한 평화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에 대한 이성적인 통찰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가 아닐까 합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