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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할 수 없는 호계원 판결, 정치적 판단 의구심[br]사면 논의 가능하나 결론 전제됐다면 우려스러워”

  • 교계
  • 입력 2015.07.25 00:17
  • 수정 2015.07.25 00:19
  • 댓글 10

[특별대담]재심호계원 판결과 94년 종단개혁

▲ 좌측부터 퇴휴 스님, 성태용 교수, 신규탁 교수, 이영철 원장.

멸빈자 사면 필요부터 논의
대중공의 모으는 절차도 필요
대량 멸빈에 억울함 살펴야
정치적 판단서 검토되면 불행
개혁 통한 제도 정비는 양호
개혁세력 초심 유지가 문제
현실 안주 패배주의 되물어야

의현 스님의 재심호계원 판결을 둘러싸고 종단 안팎이 시끄럽다. 특히 재심판결이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이 많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례적으로 재심판결에 대한 행정 처리를 미루기로 했으며 7월29일 열리는 100인 대중공사 논의를 통해 해결책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법보신문은 7월23일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퇴휴 스님, 성태용 건국대 교수, 신규탁 연세대 교수, 이영철 콘텐츠연구원장이 참여한 가운데 재심호계원 판결을 계기로 94년 종단개혁 의미와 사면논의 그리고 앞으로 개혁을 어떻게 진행해야 되는지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다. 편집자

사회자 : 재심호계원 판결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영철 원장 : 의현 스님에 대한 재심호계원 판결은 굉장히 중요한 사항임에도 짧은 시간에 처리됐다. 종단 사법부가 정치적인 판단을 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1994년 당시 의현 전 원장에 대한 법적 처분이 왜 지금 와서 심판 대상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의현 스님이 수행자의 삶을 영위했고 참회했다고 하는데 이런 주장은 호계원이 표명할 건 아니라고 본다. 의현 전 원장은 재심호계원 판결 전에도 부산 해운정사 등에서 공식적으로 축사를 하기도 했다. 어떻게 공식행사에 멸빈자가 초청될 수 있는가. 이번 사안은 재심호계원만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조계종단이 안고 있는 상황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신규탁 교수 : 조계종에는 종헌종법이 있다. 그런데 의현 스님의 경우 그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재심호계원 판결 직후 종정스님과 원로의장이 재심호계원 판결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힌 것을 미루어 볼 때 풀어주고 싶은 의도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총무원장이 대중공사에서 진지하게 논의해달라고 했다는데 애매한 발언이다. 대중공사는 의결권이 없지 않은가.

퇴휴 스님
절차 정당성 획득해야 민주적
근거도 없이 임의적으로 판결
호계위원 선출 제도를 바꿔야
권력 나눴던 종단개혁 성과들
94년 당시로 회귀될까 우려돼

성태용 교수 : 개혁 당시는 굉장한 비상상황이었다. 거기에 작은 하자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을 빌미로 다시 판결을 한다는 것 자체는 문제다. 예를 들어 독립투쟁하면서 임시정부를 구성하는 그 긴박한 상황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을 수 있다. 그랬을 때 다 지나고 나서 인정 못하겠다고 나오면 되겠는가. 그 정도 중요한 사안이라면 호계원에서 시일을 두고 종도들 뜻도 묻고 여론을 모아야 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절차상 하자로 결정내린 것은 문제 있다. 종도들 관심이 집중됐고, 조계종 역사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판결임에도 성급하게 종정이 의견 표명을 미리하는 등 정치적인 냄새를 강하게 풍기면서 몰고 가는 것 자체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런 식으로 역사를 결정하고 넘어간다면 앞으로 새로운 역사는 있을 수 없다.

사회자 : 재심호계원 개선이 중요한 화두가 된 셈인데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퇴휴 스님 : 절차도 정당하고 결과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과정도 정당성을 상실하고 결과도 종도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사실이다. 절차를 통해서 모든 것이 정당성 획득하는 게 민주주의다. 절차도 훼손됐고 종헌종법 근거도 없이 임의적 판결을 내렸다. 재판에는 절차가 있다. 기소유지, 유예, 피고인 심문 과정도 있고, 증거조사도 하고 또는 검사가 구형의견진술도 하고 최종변호도 한다. 피고인 최종 진술 후 심리가 종결된다. 대략 보름 정도 시간 갖고 최종 판결한다. 그런데 이번 재심호계원은 1시간도 안돼서 모든 결정을 완결해서 공권정지 3년을 판결했다. 이번 사안은 호계위원들만의 일은 아니다. 밀실에서 이미 결정한 것을 꼼수를 통해 방법을 찾고 지시에 따라 재심호계원에서 그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호계위원을 만드는 절차가 자리 나누기와 계파 안배 또는 종권을 장악한 측에서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재심호계원은 종단 사법기관의 최후 보루다. 호계위원들 역할은 종단 질서를 만들고 지키는 중요한 위치다. 종단을 훼손하고 종도들 의견을 무시하는 호계위원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기본적으로 자질 문제다. 검증된 자질과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호계위원으로 모시는 제도가 이번 기회에 만들어져야 한다. 스님들만으로는 한계 가 있다. 그렇다면 재가자 가운데 훌륭한 전문가들이 많다. 자문도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호계원이 될 때 신뢰를 얻고 결정도 승복하게 된다.

사회자 : 재심호계원에서는 의현 스님 판결 전 로펌 세 곳에서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퇴휴 스님 : 호계위원들이 듣고자하는 의견만을 물은 거다. 전체적인 종법체계를 제시해야 했다.  그걸 논리로 내세우는 것은 말도 안된다.

성태용 : 어떻게 자문해서 어떤 결과를 받았는지 공개해야 한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성태용 교수
비상시엔 작은 하자 존재하기도
빌미 삼아서 내린 결론이 잘못
밑으로부터 일어난 94년 혁명
종권 남용에 큰 가르침 남겨
개혁세력의 비판정신 쇠퇴 문제

이영철 : 제도를 정비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스님께서는 재심호계원을 말씀하셨는데 쉽진 않은 문제다. 특히 재심호계원과 같은 경우에 재가자가 포함돼야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상식적인 판결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스님들이 하시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분이 재심호계위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호계위원 추천위원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회자 : 94년 종단개혁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종단개혁의 배경은 어떤 것이었나.

이영철 : 원인은 3선 강행이었다. 하지만 3선 연임 시도만이 원인은 아니었다. 이미 많은 조건들이 불교계 안팎에 형성돼 있었다. 의현 스님의 총무원장 재임 기간은 8년 가까이 된다. 그 기간 동안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졌었다. 전국 사찰 주지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던 의현 스님은 주지 임명에 앞서 계약서를 썼고, 그 계약서 내용마저 지키지 않은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사실상 일인 공포정치였던 셈이다. 세계 불교사에 이런 일이 있었는가. 초유의 사태였다. 정치권력과의 유착도 문제였다. 정권에 예속화되면서 종권을 강화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은처, 도박승 등의 문제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승단 내부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켜켜이 쌓이면서 1993년부터 개혁 움직임이 시작됐고 1994년에 결국 승려대회를 통해 종단개혁의 물꼬를 틀수 있었다.

사회자 : 그렇다면 94년 종단개혁의 의미는 무엇일까.

성태용 : 밑으로부터의 혁명이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스님과 재가가 전체가 동참했다. 조계종사에서 이 정도까지 밑으로부터 민주화를 외치고 성취해 낸 역사가 없다. 저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지식인 419명의 서명을 받아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기회에 불교를 혁파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의식이 결집했다. 당시 ‘서의현 대보살’이란 말을 회자됐다. 어떻게 보면 그 한 몸을 희생해서 불교계 문제를 혁파할 기회를 줬다. 그렇게 이룬 역사 자체가 의미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리고 뒤집었다는 것이 성과다. 종권을 잡았다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사회자 : 그렇다면 종단 개혁의 성과는 어떤 것이라고 보는지.

퇴휴 스님 : 세계 종교 역사상 밑으로부터 개혁이 성공한 대표사례라고 생각한다. 부패 온상으로 불교발전의 걸림돌이었던 해종행위자들에 대한 인적청산이 일정정도 이뤄졌다는 측면에서 우리불교에 희망을 가져볼 수 있다는 기대를 낳았다. 그리고 제도적 차원에서 상당부분 성과를 이뤘다는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 불교자주화는 너무나 절실했다. 모든 사찰의 주지 임면권도 사실상 국가 권력기관이나 청와대 중앙정보부에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교자주화는 요원했다. 청정승가 구현도 함께 부르짖었다. 일정정도 성과를 만들고 제도적인 뒷받침도 했다. 그러나 지금 종단을 운영하는 지도자라는 분들이 종단 개혁의 기본적인 성과물들을 거의 다 훼손시켰다. 개혁의 성과물이라면 1인 지배체제로부터 반작용적 성격이 짙었다. 3권이 분립됐다. 94년 개혁은 권한을 나눠 민주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기의식을 느낀다. 지금의 총무원장 스님이 모든 선거에 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종회의원 선거에서 교구본사 선거까지. 94년 당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사회자 : 불교적 관점에서 94년 종단개혁을 살펴본다면.

신규탁 : 당시 총무원의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 승·재가가 힘을 합쳐 바로잡아보겠다고 나선 것은 큰 성과다. 하지만 봉건성을 깨부수려는 시도는 했지만 결국 벗어나진 못한 점은 아쉽다. 개혁이라고 한다면 종교개혁 정도는 돼야 한다. ‘부정부패에 대한 개혁’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진정한 개혁은 불교 내부에 있는 봉건성을 깨부숴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부정부패를 일소하려는 노력을 하되 봉건성을 떨쳐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를 살펴보면 비구대처 분규가 일어나면서 급조된 승려들이 배출됐다. 절차를 거쳐 승려가 되기 힘든 구조였다. 그 과정에서 일반시민들만도 못한 스님들이 많아졌다. 동네 아이들끼리 동창회를 하더라도 돈이 얼마 들어오고 나가는지 보고한다. 재가불자에게 보고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최소한 출가자들끼리라도 재정투명성을 담보하라는 이야기다. 일반 세속인보다 못한 도덕적 삶을 사는 모습을 척결하기 위해, 봉건 잔재를 척결하기 위해 전면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신규탁 교수
종헌종법 느슨하게 적용된 사례
풀어주려는 의도가 낳은 결과
진정한 개혁은 봉건 잔재 타파
세속인보다 못한 삶도 척결 대상
부정부패 해결 노력도 경주해야

사회자 : 94년 종단개혁의 정신에 대해 살펴보자.

성태용 : 94년 개혁은 불교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고 새롭게 불교가 나아갈 기틀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개혁의 정신이다. 그리고 이 정신의 가장 중요한 점까지 나아가야 했다. 굳이 조계종이라는 종단과 승려의 길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근본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 개혁정신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혁세력이 주도세력이 됐다는 게 문제다. 그러면서 오히려 개혁정신 없어졌다는 진단이 많이 나온다. 오히려 그 전에는 밖에서 비판세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제도권으로 들어가고 나서 개혁정신 자체가 쇠퇴되고 유야무야 됐다는 분석도 있다. 반성해야 한다.

퇴휴 스님 : 이의를 제기한다. 차라리 개혁세력이 완벽하게 역할을 했으면 됐다. 개혁세력의 역량 한계다. 극히 소수였다. 결국은 기존의 의현 체제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사실상 포섭당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혁세력들이 좀 더 명확하게 역량을 강화해서 뛰어들었어야 한다. 이 실패가 여기까지 왔다. 개혁하고 나니 주요 부분을 이전 세력이 다시 장악했다. 개혁세력은 10분의 1도 안 된다. 그 때부터는 방관했다. 일부 개혁에 참여했던 분들이 지금까지도 개혁실패의 원흉처럼 지적되는 점은 바로잡고 싶다.

사회자 : 재심호계원 판결 이후 94년 멸빈자들에 대한 사면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퇴휴 스님 : 멸빈자 사면은 당시에 종단에서 추방시켰기 때문에 사실 있어서는 안 될 내용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미 20년이 지났다. 대중이 원하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다. 94년 개혁은 승려대회가 근간이다. 승려대회에 준하는 수준의 대중공의를 모으는 절차가 분명히 필요하다. 그 절차 속에서 대중이 원한다면 사면을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다만 사면을 결정한 상태에서의 사면논의는 문제가 있다. 또 사면 논의는 대중이 납득 가능한 상태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절차도 엄격해야 한다. 몇 사람들 뜻에 의해서 좌지우지당하는 우매한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영철 : 의현 전 총무원장이라는 인물은 개인이 아닌 체제 수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분은 상당히 긴 기간 동안 불교사에 유례를 찾기 쉽지 않은 일들을 자행했다. 상징성과 역사적 체제 속에서 서의현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 그분이 과연 지난 21년 동안 불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을 살았을까. 자숙하는 모습을 보였나. 그분은 상식적인 수준을 넘는 재산을 축적했다. 환원하지도 않았다. 종단 절차에 의해 멸빈 징계를 받았지만 종단 공식행사에서 축사까지 했다. 자비문중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서의현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사면하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 이런 분까지 사면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떤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현 상황에서는 기준이 없다.

퇴휴 스님 : 모든 논의를 거치되 엄격한 심사과정이 필요하다. 그 기준에 따른 특별법 만들어서 구제할 수 있다면 제적을 시킨다든지 이런 방식 정도는 논의할 수 있다고는 본다.

이영철 : 만약 주범을 풀어줘야 한다면 잡범까지 풀어주는 게 맞다. 다만 법리적인 절차를 잘 살펴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현 전 총무원장의 멸빈을 풀어주려면 승려법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의현 전 총무원장 같은 사람을 다시 풀어준다면 승려법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이영철 소장
공식행사에 멸빈자 초청 의문
조계종이 안고 있는 한 단면
93년부터 개혁 움직임 있어
정권예속·공포정치 등 문제
승려대회로 개혁의 물꼬 터

사회자 : 혹시라도 사면논의가 된다면 특별법이든 대중공의든 당사자들에 대해 절차를 엄격히 적용해 죄의 경중을 가려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성태용 : 그래야 할 것 같다. 계속 자비, 자비하는데 멸빈을 풀어주는 게 자비는 아니다. 역사에서 중요한 문제를 단죄하고 이 사건의 재발을 막는 게 자비다. 억울한 사람 있다는 가능성 안에서 사면이 검토돼야 한다. 혹시라도 정치적 판단이나 뒷거래를 통해 멸빈자 사면이 검토된다면 더 큰 불행이다.

퇴휴 스님 : 멸빈자 사면을 할 수는 있지만 대중공의 절차를 거쳐 엄격한 심사가 있을 때 가능할 수 있다. 멸빈자 사면을 전제로 해 놓고 하는 사면논의는 안 된다. 왜 멸빈자 사면이 필요한지부터 논의돼야 한다.
신규탁 : 당시는 워낙 급박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절차상 하자는 없는지, 사실에 대한 검증이 잘 됐었는지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 만약 그렇다면 어떤 형식을 통해서든지 억울한 것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도 안타까운 것은 종정 서암 스님에 대한 불신임이다. 근거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서암 스님은 종정을 그만두고 나서도 거룩한 수행자의 모습으로 살았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초심판결에서 징계 당사자들에게 변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느냐는 것이다. 당시는 서로의 감정이 악화됐었고 공포가 지배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변론할 기회를 주지 못했다면 다시 한 번 그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

▲ 좌담회에 참석했던 패널들은 94년 개혁의 성과와 아쉬운 점을 되짚어보고 개혁정신을 이어나갈 방향을 모색했다.

사회자 : 지금 문제도 종단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거졌다. 개혁세력이 끝까지 힘을 가지고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중도에 퇴장함으로써 일어난 비극이다. 종단개혁의 한계와 아쉬움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

이영철 : 개혁을 통한 제도정비는 일정 정도 진행 됐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인적자원 문제다. 인적자원 문제는 실력과 수행자로서의 초심 유지로 나눠진다. 두 가지가 조화되지 않으면 개혁은 실패한다. 실력은 있는데 독점하려다 보니 갈등이 형성되는 것이다. 1994년으로 돌아가 보면 제도적인 준비와 실력 배양은 충실히 됐다고 본다. 다만 개혁을 하겠다는 집단의 수행자적인 태도가 어땠느냐는 평가가 다르게 나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상당히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제대로 안 되면 어떤 일을 해도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승려복지 제도가 잘 돼 있는데 여전히 교통비 걱정하는 스님들이 있다. 최소한 상식선에서 적절하게 분배가 돼야한다. 일반사회 집단보다 못하다. 아쉬운 점은 개혁종단이 과연 출가공동체를 실현하려고 했었는지 여부다. 흔히 사람들은 출가공동체를 구현해야 한다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평등공동체로서 실제 그것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 스님을 만나보기 어렵다. 개혁 당시 함께했던 스님들에게도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다. 출가공동체 실현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청정승가 구현에 있어서 율장을 승려법에 적용하는 것도 잘 안됐다. 어떤 분은 권력과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징계만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호계위원 문제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변화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불교를 보면 믿고 따를만한 스승에 대한 상 자체가 없다. 1994년만 해도 서로 반대편에 서 있더라도 큰스님이 주장자를 치면 그 말씀을 들었다. 오늘날에는 선거철이 되면 어른스님들이 얼마를 주고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른들부터 바뀌지 않는다면 개혁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종단의 사회적 역할은 좋아졌다고 보지만 기본적으로 진정한 사회적 역할은 종교계가 지탄을 받지 않는 것이다. 특히 재정 관련 사건사고가 많은데, 어지간한 시민단체도 재정은 다 공개한다. 하물며 사회적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서 재정을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퇴휴 스님 : 이 소장님 말씀은 귀담아 들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개혁세력이 준비가 덜 됐다. 우선 인적자원의 한계였다. 개혁세력 자체가 적었다. 그 작은 개혁세력마저도 종단 만드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후에는 개혁주체로서 역할 했던 분들이 종단 운영에 단 한 번도 주류가 안됐다. 항상 소수였다. 지금 와서는 거의 절멸된 상태라고 본다. 소수세력으로서 한계가 절실했다. 개혁이후 종단에 관여 않고 산중으로 갔다. 종단 청정성 확보가 개혁 5대 지표다. 이것은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미진하다. 청정성 이 부분만 잘 이뤄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종단 개혁의 으뜸이다. 그래서 우리 종단의 소위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청정성과 수행력 그리고 이 사회를 바라보는 보살정신, 교화력이 있어야 한다. 이보다는 돈이 권력을 만들고 그것으로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종단이 망해가는 과정이다. 이것이 제일 걱정이다. 앞으로 어떻게 개혁정신을 승계할 것인지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다. 청정성에 있어 전제될 게 있다. 청정성 기본전제는 최소한 스님들이 걱정않고 수행하고 교학연찬하고 포교할 수 있는 기본사항은 보장돼야 한다. 이것이 없이 무소유·청정성은 무의미하다. 종단이 그동안 종도들을 관리하고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긴 측면이 많다. 통제, 관리, 규제하는 기능도 필요하겠지만 큰 틀에서는 어떻게 종도 구성원들에게 이바지 할 것인가, 스님들이 수행에 뭐가 부족한가, 스님들이 노후에도 승려로서 살아가는데 걱정이 없으려면 해야 될 게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삼권분립 등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서의현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점을 종단 지도부에서 각별하게 경각심을 가져달라.

사회자 : 종단개혁을 위한 향후 과제는 무엇일까.

성태용 : 개혁에서 제시한 문제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개혁정신의 지속성이다. 지금 불교계는 패배주의에 젖어있다. 문제제기하면 그게 되나 되묻는다. 불교계가 블랙홀이다. 비판에 반응이 없다. 근본적인 문제제기 없이 적당하게 현실 안주형으로 넘어간다는 게 문제다. 뭔가 자신감과 창조력이 상실된 패배주의다. 조계종단이 의미가 있나 싶다. 마틴 루터처럼 종교개혁을 논의할 시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계속 개혁을 한다고 하는데 정신이 와해되는 현실에서 미봉책으로 이를 끌고 갈 필요가 있을까 사부대중이 물어야 할 시점이다.

신규탁 : 교육이 중요하다. 현재 조계종은 교육원이 출가자 교육을, 포교원이 재가자 교육을 전담하고 있고 커리큘럼도 잘 정비돼 있다. 21년 세월을 헛되게만 보낸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다시 한 번 초심을 환기해 교육불사에 매진해야 한다. 중앙승가대의 경우 교수 월급 수준이 전국에서 최하위권이다. 이분들이 그나마 신심을 가지고 교단에 서 있지만 계속 봉직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교육환경 개선과 더불어 훌륭한 교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예전에는 예불할 때 독경을 했다. 지금은 경전을 읽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조사어록 안 읽는다. 이렇게 되면 깨달음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정리=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04호 / 2015년 7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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