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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개발은 제2의 4대강 사업

풍경 좋고 산림 풍부한 산 어디에나 절이 있다. 그 절에 깃들어 사는 스님들이 도량을 가꾸듯 주변의 산림을 가꾼 까닭에 절 주변은 풍부한 숲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그래서 절을 생각하면 아름다운 산을 떠올리게 된다. 불교계에서는 이를 수행환경이라고 말한다. 절만이 아니라 절을 둘러싼 산과 계곡이 모두 수행환경이다. 1700년 한국불교가 일궈온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정부,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전국 산의 70% 개발 밝혀

산 정상까지 위락시설 가능
수행환경·생태계 파괴 우려

그러나 이런 수행환경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7월8일 산악관광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수행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 산의 70%에 규제를 풀어 골프장을 비롯한 체육·위락시설과 숙박 ·상업 ·생산 ·휴양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백두대간 주변의 완충구역, 보전산지, 생태계와 상수원을 보존할 목적으로 지정된 요존국유림, 산림보호구역 등이 모두 개발대상이 됐다. 특히 3만㎡ 이상의 대규모 사업자에게만 대형리조트를 지을 수 있도록 선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대기업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달 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건의한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와 상당부분 내용이 겹치기 때문이다.

자연과 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킨다하더라도 천문학적 재원과 엄청난 세월이 걸린다. 특히 정부의 국책사업으로 파괴된 환경은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그 결과는 재앙수준이다. 우리는 이 순간에도 환경파괴로 인한 고통을 온 국민이 감내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천문학적인 혈세를 들여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 등 4대강을 파헤치고 보를 쌓은 이후로 강물이 녹조로 썩어가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생명들이 무더기로 죽어가고 있다. 보다 못한 국민들은 강에 쌓은 보를 다시 무너뜨려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들이 아직 4대강 사업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는 강도 모자라 이제는 전국토의 산을 파헤쳐 위락시설로 만들겠다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반발을 우려했는지 환경보전 대책수립과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을 파헤쳐 위락시설을 지으면서 환경보전 대책을 세우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불교계는 2010년 가야산 해인사 골프장 문제로 몸살을 앓은 적이 있다. 해인사 바로 옆에 골프장 건설이 추진되면서 스님과 불자들이 함께 들고 일어났다. 해인사가 위치한 가야산은 국립공원일 뿐 아니라 경내에는 세계기록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과 장경각이 들어서 있다. 이런 곳에 골프장을 허가해준 이해할 수 없는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결국 정부가 골프장 허가를 백지화하면서 일단락이 됐지만 이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위락시설 건설을 밀어붙이는 형국이니 수행환경보존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아직은 국립공원이 산악개발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의 당초 계획안에는 국립공원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국립공원도 여론의 눈치를 살펴 머지않은 시일에 풀리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산을 개발하는 문제는 불교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환경파괴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

▲ 김형규 부장
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산꼭대기까지 위락시설이 들어서게 되면 산과 숲에 깃들어 살던 생명들은 갈 곳이 없다. 사실상의 사형선고다. 산은 국민이 휴식을 취하고 힐링하는 마지막 공간이다. 산악개발에 대한 정부 발표가 있기 무섭게 경남도청은 하동군에 대규모 산악개발 사업인 모노레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청암면 하동호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입구인 화개면 쌍계사를 잇는 복선 모노레일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절 입구까지 철길이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불교계는 아직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 산의 흐느낌이 벌써부터 들려오는데도 말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1304호 / 2015년 7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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