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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주년과 친일

올해 8월15일은 일제강점에서 벗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다. 35년간의 치욕에서 벗어났을 때 사람들은 식민의 비굴함을 극복한 당당한 나라를 꿈꿨을 것이다.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일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것을 보면 과연 광복을 이룬 것인지 의심스럽다.

중국·일본, 세계무대 발판
우리정부, 소비걱정 촌극
친일미화·국정교과서 추진
정부 역사퇴행 우려스러워

광복 70주년은 우리만의 기념일은 아니다. 지배와 피지배의 아픔으로 맞물려 있는 한중일 3국이 함께 공유하고 있다. 일본은 침략국으로서,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의 피해를 입은 피해국으로 7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각 나라들이 70주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3국의 행보는 사뭇 다르다. 중국과 일본은 항일전쟁 70주년과 종전 70주년을 세계사의 주역으로 서기 위한 치열한 외교전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통령 동생의 친일발언과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교과서 전환 추진 소란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

중국은 올해를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으로 선포했다. 9월3일 천안문 광장에서 대규모 퍼레이드를 벌이고 식민통치와 침략을 인정한 일본 무라야마 전 총리를 초청해 행사의 격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항일전쟁 70주년을 앞두고 ‘봉황열반 욕화중생(鳳凰涅槃 浴火衆生)’이라고 밝혔다. 봉황이 죽었다가 부활하고, 불속에 뛰어들어 새 삶을 얻었다는 의미로 70주년의 의미를 기렸다. 시 주석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항일전쟁 승리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하며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 9월에는 일본의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을 추진한다. 일본도 종전 7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 안으로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준비하면서 밖으로 종전 70주년 담화를 통해 책임 있는 국가를 역설하며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각자의 70주년을 세계사의 주역이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광복 70주년을 맞은 우리 정부의 행보는 이들 나라와 대조적이다. 정부는 최근 국민의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살리겠다며 광복절 하루 전날인 8월14일을 대체휴일로 지정했다. 광복 70주년에 국가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담론 대신 국민의 소비 진작을 걱정하는 촌극에 가까운 철학적 빈곤이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70주년을 앞두고 역사 퇴행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동생 박근령 씨는 일본의 한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며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반대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상식 밖의 망언을 쏟아냈다. 역사를 통째로 팔아먹은 매국행위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좌파세력이 준동하며 미래를 책임질 어린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 급물살을 탔다. 김 대표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한국전 참전용사들에게 큰절을 했다. 또 한국 특파원과의 자리에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는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한 나라의 집권당 대표로서 국가의 자존심을 저버린 사대(事大)외교라는 비판과 국익을 저버렸다는 쓴 소리가 함께 나온다.

▲ 김형규 부장
국정교과서 추진에 국민적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친일미화로 얼룩진 교학사 교과서를 강요했다가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치자 아예 국정교과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닌지 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광복 70주년이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한 기념일이 아닌 친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역사퇴행의 분기점이 될까 걱정이다. 그래도 희망이라면 정권의 수명은 시한부라는 점이다. 국민들이 가슴에 이 점을 아로새기는 광복 70주년이 됐으면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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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 2015년 8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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