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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시대의 불교

  • 법보시론
  • 입력 2015.08.10 11:59
  • 수정 2015.08.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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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서 열린 세계 최대 한류컨벤션 행사 ‘케이콘(KCON) 2015’에 참석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콘텐츠를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발언에는 향후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선제 공략해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독일, 영국, 중국, 미국, 일본, EU와 같은 국가들이나 글로벌 기업들은 앞으로 다가올 IoT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적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해서는 이제 일반인이라도 어느 정도는 상식이 되어 있다. 그 만큼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에 대해서는 여전히 생소하게 여기는 것이 사실이다. 사물인터넷(IoT)을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유비쿼터스 환경의 진화다. 집안의 여러 가전제품을 집 밖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유비쿼터스 시대였다면,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기능을 갖고 네트워크 되어 있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니 사용자는 장소에 상관없이, 또 컴퓨터나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고, 심지어는 네트워크에 접속한다는 의식조차 없이 주변의 사물을 통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물인터넷 환경은 물리공간과 전자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람, 컴퓨터, 사물이 하나로 연결된 가운데 기능적으로 가장 최적화된 공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간혁명의 마지막 단계로 지칭된다.

인터넷시대의 도래와 네트워크 환경의 구축이 ‘인드라망’에 비유됐다면 사물인터넷(IoT) 시대는 그야말로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에 비견될만하다.

이러한 IoT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떠오르는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바로 윤리문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들이 네트워크 된다는 것은 주변의 사물들이 모두 지능형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보면 그 안에 내장된 인공지능이 내 모습을 파악한 후 기상청에 연결해 오늘의 날씨 정보를 확인하고 내 쇼핑 목록을 검토해 최근에 산 옷 가운데 적절할 코디를 제안할 수 있다.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혈색이나 맥박, 혈압 등 건강상태를 파악하고 병원 예약까지도 일사천리로 처리한다. 무척 편리해 보일 수도 있다. 물론 IoT시대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능형 사물들에 의한 판단, 그리고 그에 따라 인간이 누리는 혜택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과용했다가는 혜택이 아닌 규제, 혹은 지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0년쯤이 되면 프로세서 칩 내의 트랜지스터 수가 인간의 세포 수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인간의 뇌에 버금가는 지능형 로봇의 개발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는 놀라운 기술의 발전인 동시에 문제의 씨앗이기도 하다. 영화 ‘X-Man’을 보면 변종인간과 로봇들이 윤리의식의 부재로 인해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언행들을 한다. 사물인터넷(IoT)시대에는 사람과 사물만의 관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과 사물간의 연결과 정보교환이 이뤄진다. 바로 이때 윤리의 문제는 누구의 몫인가. 사물인터넷 시대의 도래에 대해 불교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IoT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케빈 애쉬튼은 ‘IoT가 기술의 진보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살찌우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IoT시대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빛의 속도로 발전해가고 있다. 그에 비해 불교계에는 ‘IoT’라는 말 자체가 여전히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기술의 발전은 과학계의 몫이다. 하지만 그를 뒷받침할 철학과 윤리의 제시는 종교의 책임과 역할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불교교학이나 불교문화, 그리고 불교응용에 관한 양질의 콘텐츠 개발, 이를 유통시킬 플랫폼 구축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컴퓨터나 인터넷과 함께 등장한 지식정보화사회는 사물지능윤리의 결성을 요구하고 있다. 21세기 인류는 빅데이터와 소셜네트워킹 시대를 맞이하며 호모디지쿠스, 호모 루덴스, 호모 모빌리스 등의 존재로 진화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역사, 철학, 사상, 문학, 예술 등의 분야는 물론이고 ‘종교’조차 신과학 기술과 융합해야 되는 새로운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을 불러오고 있다. IoT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파생될 인간의 양심과 윤리의 문제, 사회복지의 문제, 그리고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개발을 통한 지혜로운 기술의 개발에도 이제는 불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장재진 동명대 교수 sira113@naver.com


[1305
호 / 2015년 8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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