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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혁신 방안은 개발을 위한 눈속임이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08.17 10:30
  • 댓글 0

문화재청이 최근 ‘문화재 분야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문화재 규제 합리화로 보존과 개발이 조화될 수 있도록 한 방안’이라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보존 보다는 개발을 위한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조사기간을 평균 80일에서 60일로 단축했다. 60일이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진다고 본 것인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땅 속이나 물 밑을 조사한다는 건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또한 유적지의 유물유구에 따른 각각의 가치는 천차만별이다. 가치를 정확하게 따져보려면 꼼꼼한 조사가 필수인데, 조사기간이 단축되면 상대적으로 가치평가도 그 만큼 허술해 질 가능성이 높다.

개발사업 여부는 물론 발굴여부의 단초가 되는 조사시간은 더 늘리면 늘렸지 단축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조사기간을 단축해 놓고 ‘매장문화재 조사결과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어불성설일 뿐이다. 지표조사 완화도 문제다. 현재는 사업면적이 3만㎡ 미만일 경우 지표조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판단하도록 돼있다. 즉, 개발 사업자가 지표조사를 피하려 해도 지자체장이 지표조사를 요구하면 개발 사업자는 실시해야만 한다. 그런데 혁신안에 따르면 고증이나 학술연구 결과 등의 근거가 있는 경우만 지표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유물유구가 나와도 덮어버리는 현실에서 학술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경우만 지표조사를 하라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실시한 전국 매장문화재 지표조사 결과라도 있단 말인가?

문화재 주변지역 현상변경허가 규제도 완화됐다. 나아가 문화재위원회가 발굴조사나 매장문화재 보존을 결정하더라도 이해관계인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절차도 포함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개발업자들의 로비에 따라 악용돼 난개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매장문화재를 일러 보물창고라 한다. 금전적 가치의 보물로만 인식해서가 아니다. 고대 역사의 단면을 왜곡 없이 그대로 복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선조들의 삶의 방식과 정신을 엿볼 수 있다. 그 어느 기관보다 매장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을 문화재청이 보존보다 개발에 무게를 둔 방안을 제시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경제성장의 미명 아래 개발에만 혈안이 돼 있는 현 정부를 따라가려는 듯 해 씁쓸하다. 정부의 시녀로 전락한 문화재청이란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문화재 분야 규제 혁신 방안’을 재검토 해야 한다.

[1306호 / 2015년 8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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