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9. 참다운 보살

기자명 서광 스님

모든 정신적·물질적 대상은 마음이 만든 ‘심상’

“수보리가 여쭈기를, 세존이시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킨 사람들은 어떻게 그 마음을 유지하고 다스려야 할까요? 부처님께서 대답하시기를, 먼저 ‘모든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리라’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그들을 모두 열반에 들게 한 후에는, 한 중생도 열반에 들게 한 일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가 중생을 열반에 들게 했다는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체유심조 이치 깨달았다면
언어·관념에 유혹되지 않아
법공 관문 통과하기 위해선
허상 아닌 생멸을 관찰해야

수보리야! 법이 있어서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수보리야! 여래가 연등불 처소에 있을 때, 법이 있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겠느냐?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뜻을 이해하기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렇다 수보리야! 실제로 법이 있어서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것이 아니다. 만약 내가 법이 있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했다면 연등불이 나에게 수기를 주면서 내세에 성불할 것이니 호를 석가모니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이 실제로 존재해서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연등불이 나에게 수기를 주신 것이다.

여래라는 말의 의미는 모든 법이 있는 그대로 여여(如如)하다는 뜻이다.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고 한다면, 따로 존재하는 법이 있어서 그것을 성취했다는 뜻이 아니다. 수보리야! 여래가 얻었다고 하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실체도 아니고 허상도 아니다. 수보리야! 여래가 일체법이 다 불법이라고 말한 것은 이름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 일체법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비유하자면 사람의 몸이 매우 크다고 했을 경우와 같다. 수보리가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사람의 몸이 매우 크다고 할 때, 실제로 큰 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이 크다는 것입니다. 수보리야! 보살도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보살이 ‘나는 반드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리라’고 말한다면 그를 보살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보살이라고 할 만한 법이 실제로 있어서 보살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래는 모든 법에는 아(我)도 없고 인(人)도 없고 중생도 없고 수자도 없다고 하는 것이다.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나는 반드시 불국토를 장엄하겠다’고 말한다면 이는 보살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래가 불국토를 장엄한다고 할 때, 장엄이라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일종의 개념일 뿐이다.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무아의 법을 통달한 자라면, 여래는 그 사람을 참다운 보살이라고 부를 것이다.”

위의 질문은 ‘금강경’의 첫 대목에서 수보리존자가 이미 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없는 인무아(아공·我空)를 강조하셨다. 같은 질문에 대해서 이번에는 주로 법무아(법공·法空)에 초점을 맞추어서 일체의 정신적 물질적 대상에는 아(我), 인(人), 중생(衆生), 수자(壽者)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신다. 부처님께서는 아뇩다라샴막삼보리, 보살, 불국토와 같은 개념을 예로 드시면서 그러한 것들은 다 마음이 만든 심상(心相)이지 실제로 객관세계에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고 하신다.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의 이치를 깨달은 참다운 보살은 언어, 개념, 관념으로 만들어진 것들에 유혹되지 말라는 것이다. 부처, 신, 사랑, 깨달음 등 그 이름이 무엇이든, 또 그 이름에 어떤 의미가 붙어있든 속지 말라는 것이다. 아공을 성취한 보살이 법공의 관문을 통과하고자 한다면 먼저 말, 언어, 이름에 속지 말고, 말의 허상, 이미지, 영상의 파도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것의 생멸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306호 / 2015년 8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