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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이남지 씨

기자명 법보신문

남편 교통사고로 삶 흔들려
법륜 스님 인연으로 108배
늘 깨어있길 발원하며 참회

▲ 정명지·58
남편의 시간은 멈췄다. 2013년 4월 오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오토바이 교통사고였다. 남편은 뇌출혈로 사지마비 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말도 할 수 없고, 먹을 수도 없다. 스스로 일어날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다. 두 눈만 껌벅이고 있다. 목을 절개해 산소를 공급받으며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에 삶을 지탱하고 있다. 재활 요양병원에서 만 2년이 지났고, 3년째 그렇게 누워있다. 사람 목숨 살려내기 위한 노력과 오토바이 사고 원인 규명, 산재보험 소송 등 동분서주했던 지난날에 눈물이 쏟아진다. 오로지 부처님 전에 기도로써 버텨왔는지 모른다.

남편도 살리고 나도 살고, 우리 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다짐으로 보낸 시간은 부처님과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매일 108배 정진하면서 남편을 위한 기도로, 나를 위한 기도로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기도하는 방법도 모르고 그냥 두 손 모아 부처님께 매달렸다. ‘예전처럼 건강해질거야, 우리 딸 꼭 결혼시키고 손주도 볼거야.’ 이렇게 기도한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꼭 말문이라도 열리고 걸을 수 있게 해달라. 사고원인도 밝혀달라.’ 이렇게 두 손 모은다.

남편은 말이 없다. 기약도 없이 옆에서 지켜본다. 미소원에 다니는 지인이 능엄신주와 경전, 염주를 줬다. 염주를 들고 다니며 생명만이라도 건질 수 있게 능엄신주를 외웠다. 늘 독송했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걷든 앉아있든 서있든 이어폰으로 듣고 들으며 독송했다. 불지사, 팔공산 갓바위, 약사암 등 여러 사찰을 찾아 기도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한지 딱 1년 지날 무렵, 2014년 3월 법륜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정토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불교에 입문했다. 신행활동을 참 열심히 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108배로 참회하며 정진한다. 염불만 해오다 무릎관절로 인해 양반다리가 안된다는 이유로 3배 이상 해본 적이 없던 내가 108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도의 전환점은 인도성지순례였다. 2014년 여름, 순례를 신청했다.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환자인 남편을 어떻게 두고 갈까.’ ‘치료비 대기도 버거운데 경비 마련은 어떻게 할까.’ 남편이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혹여 순례 중 불의의 일로 세상을 등지면 큰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부처님을 믿었다. 가피가 꼭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다. 딸에게도 별일 없을 거라고 안심시켰다. 부처님 뵈러 가는 길이고 기도하러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있겠냐며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법륜 스님과 동행한 15박16일 순례 동안 간절히 기도했다. 남편이 건강해져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순례길 내내 석가모니불 염불은 계속됐고, 108배 정진도 매일 이어갔다. 순례 중 찾아간 부처님 열반당에서는 가슴을 토해내듯 실컷 울었다. 거룩하신 부처님 몸을 만지는 순간 터진 울음이었다. 열반당 밖으로 나와 땅바닥에 엎드려 실컷 울었다. 그렇게 순례를 이어가던 중 변호사에게 산재보험소송에서 패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패소소식에도 마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더욱 정진하라는 부처님 경책 같았다.

‘보왕삼매론’은 내게 이런 가르침을 준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말라. 수행하는 데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성지순례를 계기로 기도방법을 깨달았다. 남편 건강회복을 위해 살려달라고만 빌었다. 지금은 다르다. 집에서 매일 예불 올리며 108배로 참회기도를 한다. 그렇게 108배 정진으로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있다. 늘 깨어있고 겸허히 자신을 낮추기 위해 108배 참회를 권하는 법륜 스님 말씀을 뼈에 새기고 오늘도 참회기도를 하며 꿋꿋이 병간호와 남편 수발을 들고 있다.

[1306호 / 2015년 8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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