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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일체지

기자명 서광 스님

지혜의 눈 갖췄더라도 중생구제는 어렵다

“수보리야! 여래가 육안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육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여래가 천안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천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여래가 혜안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혜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여래가 법안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법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야! 여래는 불안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불안이 있습니다.”

수행단계 따라 보는 눈도 다양
육안은 한정된 세계만 볼 뿐
혜안도 중생의 조건들은 몰라
법안·불안 갖출 때 ‘중생제도’

여기서는 다섯 종류의 눈, 육안(肉眼)-천안(天眼)-혜안(慧眼)-법안(法眼)-불안(佛眼)을 보살수행의 단계와 연결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규봉 종밀선사에 의하면 부처님은 육안으로 인간이 가진 무수한 세계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육안은 가까운 것은 보이지만 먼 것을 보지 못하고, 앞은 보이지만 뒤는 보지 못한다. 또 거친 것은 보지만 미세한 것은 보지를 못한다. 그래서 육안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천안이다. 천안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먼 것, 미세한 것, 지옥·천상계를 본다. 또 천안은 공간적인 한계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시간적 한계에서 벗어나 과거와 미래의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천안은 욕망을 벗어나지 못한 범부 수준에서 얻은 신통력이라서 중생의 고통을 제거해주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천안은 진리를 보는 지혜의 눈[혜안]이 필요하다. 혜안은 근본적인 지혜(根本智, 無分別智)의 눈으로서 진리를 비추어 보고, 일체의 본질인 진여(眞如), 공(空)을 꿰뚫어본다. 그러나 혜안이 가지고 있는 근본지로는 중생을 제도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혜안(근본지)은 중생과 부처, 고통과 번뇌가 본질적으로 하나로 보이기 때문이다. 혜안은 중생이 가지고 있는 갖가지 다양한 모양과 조건들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법안이 필요하다.

법안은 일체 존재가 가지고 있는 각각의 차이를 아는 지혜(後得智, 分別智)의 눈이다. 법안은 각각의 중생이 처한 조건과 수준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법안의 지혜[분별지]로서 법을 설하고 중생을 구제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법안은 모든 것을 완전하게 아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중생구제에도 한계가 있어서 마지막 다섯 번째인 불안을 필요로 한다. 불안은 모든 것을 완전하게 아는 부처님의 지혜(一切智)로운 눈이다. 불안은 온갖 미세함까지 알고 치우치지 않으며 두루두루 평등하게 본다. 그러기에 부처님의 눈[佛眼]을 성취함으로써 얻게 되는 일체지가 바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다.

우리는 이제 수보리 존자가 왜 수많은 깨달음 가운데 특별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관심을 가지고 부처님께 여쭈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한 중생도 빠짐없이 모든 중생을 완전하게 구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처님의 경지에 해당하는 안목, 지혜, 깨달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더 새겨볼 필요가 있는 것은 불안의 전단계인 혜안과 법안에 대한 균형 있는 이해와 깨달음이다. 그동안 우리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소위 ‘하나’법문에 익숙해 왔다. 그러나 중생과 부처, 번뇌와 보리가 본질적으로 동일하고 하나라는 사실에 초점을 두는 혜안으로는 중생을 구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하나’가 어떻게 현실 속에서 작용하고, 또 다양한 모양으로 드러나는지에 대한 이해와 깨달음(법안, 후득지)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성불을 추구하는 보살은 혜안(근본지)에 머무르지 않고, 근본지에 기반을 둔 주객분별이 있는 법안(분별지)의 단계로 나아가야 하며, 거기서 더 나아가 불안을 성취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307호 / 2015년 8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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