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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보살의 만행을 고민하며

기자명 재마 스님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2,000여 스님들이 안거(安居, Vars . a-) 수행을 한다. 안거는 수행자들이 한 곳에 모여 바깥출입을 삼가고 수행과 연구, 정진에 힘쓰는 기간이다. 한국불교의 절기로 이제 하안거가 끝나고 해제가 시작되었다. 해제 기간 동안 수행자들은 자유롭게 유행하면서 사람들을 유익하고 행복하게 하는 법을 전하며 회향한다.

붓다 당시 초기불교의 이상(理想)은 열반(涅槃, nirva-na)이었는데, 대승불교가 출현하면서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無上正等正覺, anuttarasamyaksam  . bodhi)에 대한 소망과 함께 중생들의 이익과 행복을 대상으로 삼는 보리심(菩提心, boddhicitta)으로 새로운 이상이 펼쳐진다. 또한 대승불교 수행자들은 출·재가 구분 없이 바라밀을 통해 중생 제도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해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미루는 사람들로, 이들을 ‘대승보살’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신과 모든 중생의 불성(佛性)을 믿고, 일체중생이 성불하기를 바라는 보리심을 일으키고 실천한다.

날란다 승원의 17논사(論師) 가운데 한 분이고 중관학자인 샨티데바(′s  a-ntideva)가 지은 ‘입보살행론’에서는 보리심을 일으킨 대승보살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대승보살은 “중생이라는 병든 자가 있는 한 그 병이 모두 치유될 때까지 그들을 위해 약과 의사와 간호 자가 되어 함께 하기를 발원”한다. 또한 중생들의 필요에 따라 “음식물과 물, 보물의 곳간, 모든 선한 공덕까지 내어주는 수행자들”이다. 또한 대승보살은 “고통을 가진 중생들을 안락에 머물게 하는 공덕인 선업을 언제나 실천하고 기뻐하며 수희하는 자”라고 한다.

지금의 한국사회와 한국불교는 대승보살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물론 도심 포교당이나 각 사찰에서는 이미 대승보살행을 지극한 마음으로 실천하는 수행자들도 많다. 이번 네팔 지진피해 때 복구현장을 달려간 대승보살들, 동남아시아의 해일 등 긴급구호가 필요한 현장이나 작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묵묵히 현장에서 기도와 봉사로 헌신적인 보살행을 한 스님들과 재가불자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중생이 남아 있는 한 공간이 남아 있는 한 이러한 대승보살의 보리행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시대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희망이 없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해도 취직을 할 수 없고, 열심히 일을 해도 안정되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절망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대승보살인 우리들은 이들에게 어떤 법과 희망을 전해야 할까? 붓다라면? 산티데바라면? 자본을 신(神)으로 숭배하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따라 욕망하고 절망하고 아파하면서 젊음을 보내도록 두고만 볼 것인가? 이외에도 생명경시로 일어나는 아동 학대, 자살과 폭력문제,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남북통일 등의 문제들에서 붓다의 지혜와 함께할 대승보살의 자비행이 간절히 필요한 때이다. 또 종합병원에서 만나게 되는 불자들은 하소연을 한다.

“평생 열심히 신행생활을 하고 절에 다녔는데 이렇게 병이 드니까 아무 소용이 없어요. 스님들과 절에선 우리가 아픈 줄 몰라요.”

이런 말을 들으면 그저 손을 잡고 미안하다는 말로 아픔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암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하거나 임종을 앞둔 불자들은 외롭기 그지없다. 다행이 요즘은 병원에 방문을 하고 봉사를 하는 대승보살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손길이 많이 부족하다.

때마침 조계종 노동위원회가 ‘사회노동위원회(가칭)’로 확대 개편을 위해 입법을 예고해놓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 노동운동에서 인권, 여성, 빈곤, 장애,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활동이 기대된다. 중생들의 아픔에 함께 하여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노동위에선 함께 할 스님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고 한다. 해제를 맞은 이 시기에 대승보살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곳으로 유행을 떠나는 선승들의 아름다운 발걸음을 상상해본다.

재마 스님 중승대 불교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jeama3@naver.com
 

[1308호 / 2015년 9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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