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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설 자리 잃는 불교 책

  • 기자칼럼
  • 입력 2015.09.07 10:49
  • 수정 2015.09.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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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가가 변하고 있다. 물론 매출 증대를 위한 자구책 차원의 변화다. 하지만 그 양태는 천양지차다. 그 중에서도 최근 눈길을 끌고 있는 긍정적 변화의 한 사례가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이다. 인터넷 서점의 공세에 밀려 지역 서점이 고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헌책방 골목으로 유명한 부산 보수동 서점 주인들이 의기투합해 ‘책방 아카데미’를 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아카데미 주제와 강좌 형식이 특별하다. 책방 주인이 강사로 나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방 운영 이력과 에피소드, 서점 개업에 필요한 실무적 이야기와 노하우를 가감 없이 풀어낸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영업비밀 대방출이다. 보수동 책방골목 주인들은 왜 수십 년간 쌓아온 책방 운영 노하우를 공짜로 알려줄까. 상생이다. 영업상 어려움으로 문을 닫는 서점 수를 줄이고, 더 많은 이들이 서점에 발을 디뎌 함께 살아가자는 취지다.

그런가하면 대형 서점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살아남기 위한 경쟁에 매몰돼 있다. 서점 안 구석구석 빼곡하게 들어찬 서가에 수많은 책을 전시하며 독자를 기다리던 대형서점들이 끊임없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고객 편의시설을 늘리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할 공간을 확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역동적이고 활력 있는 모습을 통해 고객과 교감하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물론 여기에는 매출을 늘리겠다는 셈법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책이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종교서적, 특히 불교서적은 점점 더 노출 기회를 잃을 것이 자명하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공간을 새롭게 구성하면서 현재 종교서적 노출 공간의 40%만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 데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나마 매대에 누워 독자들의 눈길을 받는 불교 서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불교서적의 설자리가 줄어드는 곳은 대형서점 뿐만 아니다. 지방에서 불교서적을 판매하는 불교용품점에서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불교서적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불교계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들에 따르면 전북 최대도시 전주의 한 불교용품점이 불교서적 판매 중지를 선언했고, 대구광역시 소재 한 불교용품점에서도 불교서적 판매에 난색을 표하며 더 이상 판매를 지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더 늘어날 것이란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 심정섭 부장
불서는 부처님 가르침을 직·간접적으로 담고 있어 포교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출가자까지 감소하는 상황에서 출판사를 비롯해 스님, 신도, 불교관련 사업자들이 불서의 생산 및 유통확대를 위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불교서적이 독자들과 눈 맞춤할 공간을 잃을 경우, 불교의 미래는 결국 칠흑 같은 어둠의 터널에 갇히고 말 것이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09호 / 2015년 9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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