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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진화론 배울 학생권리마저 박탈하나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09.07 10:53
  • 댓글 3

전북지역의 한 공립중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편향된 특정종교를 강요해 물의를 빚었다. 역사를 담당하고 있는 해당 교사는 진화론에 대해 ‘배울 필요가 없다’며 진화론 자체를 교육하지 않았고 자신과 다른 교회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이단이라며 장시간의 논쟁을 벌였다. 자신의 신념에 따른 교육이라 항변 하겠지만 이는 정상적인 교육으로부터 어긋난 행위다.

해당 교사가 전북학생인권교육센터 학생인권심의위원회의 조사에서 밝힌 발언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원숭이가 진화해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맞지 않다. 자연환경 역시 진화된 것이 아니라 창조된 것이라는 증거가 많다. 진화론은 미개한 학문이므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100년 전 미국에서 회자됐던 ‘세기의 원숭이 재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자 1910년대에 접어들며 이와 맞서려는 근본주의가 등장했다. 1925년 3월 보수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던 테네시 주의회는 모든 대학교와 고등학교, 공립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은 위법이라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버틀러 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이 법에 반대하는 지식인들이 많았는데 그 중 테네시 주의 한 시골마을인 데이턴(Dayton)에서 고등학교 생물학을 가르치던 존 스콥스 교사가 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쳤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인이 되기를 자청했고 결국 기소됐다. 진화론 수업의 정당성을 놓고 진행된 이 재판은 미국 전역의 관심 속에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결 구도로 전개되었고, 존 스콥스는 결국 벌금형을 받았다.

언뜻 창조론을 주창하는 근본주의의 승리로 보이지만 실상은 근본주의의 대패였다. 이 사건 직후 대중은 창조론을 뒤로 하기 시작했고, ‘다수의 힘이 결국 아이들이 진화론을 배우는 것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배움이 가능하다고 하는 정신까지 막는 데 사용됐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세기의 원숭이 재판’에 대해 사회학자들이 사실상 진화론의 승리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어도 초중고 과정의 학교, 나아가 공립학교 교사라면 자신의 신념만을 내세우기에 앞서 대다수가 수긍하는 객관적 교육을 실시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진화론이 인간생명의 탄생을 완벽하게 조명해 낼 수 없다해도 세계적 대세라는 점은 분명하게 교육했어야 했다. 학생은 교육과정에서 진화론을 배울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자의적으로 박탈할만한 권한은 교사에게 없다. 개인신념이 아무리 확고하다 해도 말이다.

[1309호 / 2015년 9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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