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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시대에 따라 종교는 달라지지만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그 종교의 가르침을 따르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교조의 가르침에 따라 정도(正道)를 지키는 시대에는 그 사회도 활기차고 융성해진다는 점이다. 이는 멀지 않은 우리의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불교가 전래된 삼국시대와 불교가 부패했던 고려 말기시대의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 불교가 전래되고 이를 국가의 이념으로 삼아 융성하던 삼국시대에는 훌륭한 수행자들이 많이 배출됐다. 통일신라 역시 불교와 함께 융성한 나라였다. 이 시대 불교는 ‘극락정토’라는 이상향을 제시했고 이는 곳 시대의 지향점이기도 했다.

이와 반대로 고려시대 불교는 국가 멸망의 이유로 손꼽히기도 한다. 물론 고려의 쇠락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하지만 불교의 타락이 큰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처님을 따르는 출가자들이 생활하고 신행의 중심이자 수행의 보루가 돼야 할 사찰에서 노비를 부리고 고리대금을 했다. 심지어는 국가의 부역을 피하기 위해 숨어들거나 도적의 무리들이 머무는 장소로도 둔갑했다. ‘출가자’라는 이들이 무리를 지어 권력자와 결탁해 백성들 위에 군림하고 갈취했던 사례도 심심치 않다. 사찰과 승단이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실현하는 원래의 존재목적을 망각하고 오히려 사회의 근심거리와 우려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그 강도가 점증될 때, 대체로 처음에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타성에 젖어 ‘그냥 그러려니’하는 지경에 이르고야 만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망하기 마련이다. 결코 갑자기가 아닌데 마치 갑자기인 듯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다. ‘그러려니’하는 타성이 예견된 결과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됐을 때, 불교가 배척돼 천민의 종교가 되고 유교가 국가의 기반이 된 것은 결코 ‘갑자기’가 아니었다. 그 지경에 이르도록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유토피아와 이상사회’의 저자인 데이비스는 “이상세계를 구상하는 모든 사상가들은, 사회통합과 공동선이 개인적 사욕에 의해 타락하지 않은 완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한 사회 내에서 조화와 만족감을 극대화하고 갈등과 빈곤을 최소화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이상적인 사회가 구성되려면 사회의 구성원이 조화로워야 하고 구성원들 사이에 심리적 갈등과 경제적인 빈곤이 최소의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 자신의 사욕(私慾) 보다는 공욕(共慾)이 앞서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 불교계 소식에 눈을 돌리기가 그야말로 두렵다. ‘지계’와 ‘청정’ 대신 ‘음주’와 ‘축재’, ‘상생’과 ‘정진’ 대신 ‘폭력’과 ‘권력 암투’에 관한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혹자는 “일부 무리들이 행하는 극소수의 문제이니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불교가 드디어 갈 때 까지 갔다”라며 통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불교계에 이런 문제들이 만연하게 된 데에는 재가자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바른 수행자인지 아닌지는 살피지도 않고 무작정 떠받든 책임 말이다. 사찰을 수행과 마음 챙김의 공간으로 여기지 않고 ‘복’을 구하는 장소로만 만들어버린 책임도 있다. 물론 복을 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상 앞에서의 구복이 이타(利他)가 아닌 이기(利己)에만 치우쳐 있지 않았는지 우리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한국 불교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훌륭한 수행자를 따르고 본보기 삼아 모두 함께 깨달음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고려말기의 상황처럼 사회의 온갖 지탄을 받으면서도 이를 느끼지 못한 채 서서히 병들어 추락하고 있는가? 과연 지금 우리의 자리는 어디인지 칼끝에 발을 올리듯 냉철하게 살펴보아야 할 때다.

장재진 동명대 교수 sira113@naver.com

[1309호 / 2015년 9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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