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때그때 마음 일으키며 살아가기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09.07 11:05
  • 수정 2015.10.20 18:04
  • 댓글 0

사람들은 스님들을 보면 왜 출가했는지가 그렇게 궁금한가보다.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참 난감한데 사람들이 기대하는 극적인 출가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난 외동아들이다. 그리고 평범한 학생이었다. 사실 출가하기 전에는 불교의 ‘불’ 자도 모르는 무교신자에 가까웠다. 그런데 출가를 왜 했냐고? ‘그냥’ 했다. 당시 인연되었던 스님이 이제 출가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네’라고 답하고 출가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스님이 되었다.

나의 출가 인연은 이렇게 재미가 없지만 극적인 출가 이유를 가지고 있는 스님들도 많이 있다. 그 중에 한 스님의 출가 사연은 이렇다. 택시를 타고 애인을 집에 바래다주는 길이었다. 약 20분정도 걸리는 애인의 집으로 가는 동안 애인과 함께 웃고 떠들고 그렇게 10분정도 지나자 애인이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도착할 때까지 기사 아저씨에게 예쁜 애인을 자랑하며 집에 도착했는데 애인이 일어나지 않는 거다. 그렇게 애인이 아무런 이유 없이 ‘돌연사’했다. 이 청년은 거의 정신이 나갔다. 온 사방을 헤매고 돌아다니며 1년 정도 미친 사람으로 지내다가 자신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출가를 했다.

부처님 당시에 인도의 양대국 중 하나인 코살라국 장관인 산따띠는 국경지방에서 일어난 반란을 제압하고 환영인파에 휩싸여 돌아왔다. 그의 승전을 축하한 파티는 일주일간 지속되었고, 산따띠는 그 기간 내내 술에 취해 지냈다. 8일째 되는 날 역시 술에 취해 사왓띠 성문을 지나던 중 탁발을 나가시는 부처님을 만나 뵈었는데 한껏 승전에 오만해진 그는 말에서 내리지도 않고 고개만 까딱이는 정도로 부처님께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부처님께서 그 모습을 보고 살짝 웃음을 지으시자 시자인 아난존자는 궁금해 이유를 물었다.

“아난다여, 저 산따띠 장관은 오늘밤 지금의 화려한 저 모습 그대로 급하게 나에게 달려와 자신의 고통을 해결해달라고 할 것이고, 내가 설한 사구게를 듣고 아라한과를 증득해 무여열반에 들게 될 것이다.”

산따띠 장관은 오늘도 수많은 무희들에게 둘러 쌓여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무희가 춤을 출 차례였기에 그는 한층 들뜬 마음으로 그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사랑하는 무희가 춤을 추기 시작했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그의 마음은 하늘을 달리는 것처럼 흥분되었다. 하지만 돌연 무희에게 이유모를 복통이 일어났고, 순식간에 쓰러져 돌연사했다. 사랑하는 무희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 모습을 본 산따띠는 일주일간 마신 모든 술이 한 순간에 깨는 듯한 느낌으로 정신을 차렸고 슬픔에 빠졌다.

‘나의 이 슬픔을 해결해주실 분은 어디에 있는가? 아! 오직 부처님밖에 계시지 않는구나!’

그렇게 아침에 부처님을 마주친 그 모습 그대로 급하게 부처님께 달려갔다.

“부처님이시여, 저에게 이런 고통이 닥쳐왔습니다. 부디 저를 구해주십시오.”
“산따띠여 잘 왔다. 그대의 고통을 소멸시켜주리라. 그대를 위해 진리의 사구게를 설하리라. 지나간 과거를 붙들고 집착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라. 지금 이 순간에도 머무는 마음이 없다면 그대는 평화롭게 살아가리라.”

산따띠는 이 게송을 듣고 사무애해(四無礙解)를 갖춘 아라한이 되었고, 그 자리에 모인 사부대중을 향해 자신의 깨달음을 사자후한 후 화광삼매에 들어 스스로의 몸을 태워 빠리닙빠나에 들었다.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세상의 모든 스님들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기 위해 출가한다. 또한 세상의 모든 불자들은 이고득락(離苦得樂)하기 위해 삼보에 귀의한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 역시 이고득락하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열심히 일생을 살아간다. 존재의 행위 이면에는 이고득락의 동기가 숨어 있는 것인데 이고득락의 방법에 대해 부처님께서 산따띠에게 설법하신 내용부터 ‘금강경’까지 관통하는 일관된 방법론은 무주착(無住着)의 가르침이다. 머무르는 바가 없고, 집착하는 바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 과거의 마음도, 현재의 마음도, 미래의 마음도 머무를 곳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끝없이 변화하는 무상의 도리에 걸맞게 그때그때 적절한 마음을 일으키며 살아간다면 우리 삶의 동기인 이고득락을 성취할 수 있지 않겠는가!

[1309호 / 2015년 9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