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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을 위한 기도

기자명 하림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09.15 15:07
  • 수정 2015.10.22 12:05
  • 댓글 0

엊그제는 신도님들이 도반 스님 절에 신도님들과 함께 대만 공승제를 다녀왔습니다.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한참 신심이 무르익어서인지 신심 나게 이야기 합니다. 작년에 저도 다녀왔지만 대만 신도님들의 부처님에 대한 신심은 지극하고 지극한 모습입니다. 그런 신도님들을 보면 오히려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그들이 스님들에게 시주하는 것은 당신들의 보시가 중생의 이익을 위해 쓰임으로써 시주자를 대신해 공덕을 지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신도님들이 이런 믿음을 내기까지는 대만 스님들의 지극한 수행이 앞섰을 것입니다. 그들의 신심을 보면서 그 스승인 스님들의 덕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승제는 ‘지장경’의 내용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습니다.

부모 위해 쓴 편지보며
가슴 시린 감동을 느껴
백중 때 재를 올리는건
과거 인연을 다시 만나
오랜 악업 털어내는 것

‘지장경’에 따르면 어느 바라문의 딸이 어머니가 생전에 악업을 지은 것을 떠올리며 필히 지옥에 떨어져 고충을 겪을 것이라 믿고 몹시 슬퍼했습니다. 그래서 딸은 어머니를 대신해 정성껏 공양물을 마련하여 부처님의 탑과 사원에 크게 공양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했고, 그러던 중 부처님의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딸의 지극한 정성과 기도를 올린 공덕 인연으로 마침내 지옥에 있던 어머니가 천상에 태어나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딸은 “지금부터 미래의 시간이 다할 때까지 죄가 있는 중생이 있으면 온갖 방편을 두루 베풀어 그들이 해탈하게 하도록 하겠나이다”고 발원했습니다.

우리 절에서도 ‘우란분절’이자 ‘백중’을 맞아 정성껏 공양물을 올리고 먼저가신 부모님과 인연들의 위패를 모시고 7재를 올렸습니다.

재를 올리는 것은 과거의 인연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인연이기에 서로 삭이지 못한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기회가 됩니다. 법당의 영단 옆에 불전함을 두고 영가님께 드리는 편지를 써서 넣으면 백중날 태워 보냅니다.

첫째 날 제가 먼저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를 써서 영단에서 읽어드렸습니다. 백중이 지나고 저녁에 소대에서 그 함을 열었습니다. 그 속에 수십 통의 편지가 있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바로 태우려다가 소각장 옆에서 몇 통을 읽어보았습니다.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내렸습니다.

편지 안에는 진실한 대화가 있었습니다. 진실한 참회와 사랑과 그리움이 있었습니다. 시어머니에게, 떠나보낸 남편에게, 먼저 보낸 자식에게, 이미 80을 넘긴 노보살님이 ‘효도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시어머니에게 보낸 절절한 사연들을 읽고 나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사람들의 속내를 하나하나 그대로 들여다 본 듯 했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보낸 편지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기억이 난다고 해도 차마 옮길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때 받은 가슴시린 감동만이 제 가슴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너무 숭고하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공양물을 많이 올리는 것도 큰 정성이고 공덕입니다. 그 덕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좀 더 좋은 것은 그 인연과 나누는 마음입니다.

용서는 나의 마음을 가볍게 합니다. 참회는 상대의 마음을 가볍게 합니다. 내가 힘들게 한 인연에 사과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나를 힘들게 한 인연을 용서하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그런 마음들이 내 업장을 녹이는 일일 것입니다. 49재 막재 날 마지막 인사말을 하라고 권했습니다.

▲ 하림 스님
미타선원 주지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합니다. 먼저가신 인연에게 드리는 마지막 말 한마디가 일생의 업을 눈 녹듯이 녹일 수 있습니다. 임종을 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마지막 말을 서로 나누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49재 때 마지막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을 나누게 합니다. 스님이 자식이 듣고 싶은 말을 영가를 대신해서 해 줄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조상을 위해 공양을 올리고 염불공덕을 쌓는 일은 곧 내가 지장보살이 되는 길일 것입니다. 저도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먼저가신 부모님과 조상을 위해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리고 대화를 나누어서, 묵은 마음이 가벼워지시길 기원 드립니다.

[1310호 / 2015년 9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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