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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은 사고방식의 문제이다

기자명 고용석

기원전 1800~800년 동안 유목민 아리안 족이 남하하여 인도의 지배계급으로 등장한다. 육식을 워낙 탐닉하다 보니 넘쳐난 수요는 고기공급을 강제하고 토지를 비롯한 생태계는 급속히 황폐화된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반목축에서 집약농업으로 전환한다. 농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상대적으로 채식을 강조한 불교의 등장은 폭발적 인기를 얻는다. 이에 위협을 느낀 아리안 족은 힌두교에 아힘사(비폭력)를 삽입한다. 소를 도살하는 희생제를 포기하고 채식을 강조할 뿐 아니라 심지어 암소숭배 사상까지 출현한다.

저명한 문화인류학자 마빈해리스의 주장이다. 생태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문화적 전통과 식습관이 변화되는 역사적 사례의 하나이다. 그는 모든 문화의 수수께끼는 생태적 적응과 같은 나름의 합리성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오늘날 지구생태계와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엔은 2006년 ‘가축의 긴 그림자’라는 보고서를 낸다. 축산업이 삼림파괴와 지구온난화, 대기와 수질오염, 토양악화와 물 부족 그리고 생물다양성 등 오늘날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들을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발표한다. 그리고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시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후 유엔은 각종 보고서를 통해 축산업이 기후변화와 기아, 각종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행위자라고 맹비난한다. 그러나 채식이나 육류소비 자체를 줄이자는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수년이 더 지나야 비로소 유엔은 채식위주의 식단전환의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대체가 가능한 화석연료와 달리 인간은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제 정책으로 반영되기에는 요원하다. 도대체 왜일까?

하나, 육식산업은 제도 중심에 단단히 뿌리내린 상태라 웬만큼 반기를 들지 않고서는 기세를 누그러뜨리기가 어렵다. 둘, 가축은 전 세계 13억 사람들에게 생계를 제공하는 정치 사회적 문제이다. 셋, 동물성 단백질이 건강뿐만 아니라 부와 성공의 상징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넷, 환경과 소비자단체들도 정책의 실패나 기업의 욕심을 비판하는 데는 발빠르지만 문제의 원인인 자신과 소비자에 대해서는 비판을 자제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 이유가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슈마허는 현대사회의 아주 치명적 오류로서 생산만이 구세주라는 환상을 꼽는다. 자연과 인간은 분리되어 있다는 사고방식 즉 인간중심의 세계관은 소득과 자본의 구분에 실패한다. 자연과 환경은 무한하고 공짜라며 소득으로만 생각하지 환경파괴가 자기자본을 잠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장가격도 환경비용을 반영하지 못한다. 햄버거 하나에 이 비용을 보수적으로 반영해도 3만원이 넘는다.

모든 것을 생산을 늘리거나 기술로 해결하려하지 생산에 맞춰 소비하고 삶의 질을 고려하는 쪽으론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적 식량위기도 마찬가지이다. GMO(유전자변형식품)를 확대해 공급을 늘리려고 하지 식량수요를 특히 육류소비(세계 식량의 40%가 가축사료용)를 대폭 줄이고 지역식량을 강화하는 등의 근본적인 전환은 외면한다.

소비가 행복의 척도라는 인식이 깊게 뿌리내려 소비는 글로벌 사회의 집단의례이자 지배적 문화 패러다임으로 자리했다. 생명의 상품화는 물론 인간과 종교마저 소비대상이 되고 성장 없는 번영을 꿈꾸는 것조차 힘겨울 지경이다. 나는 소비지상주의의 정점에 오늘날 육식관행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기 파괴적 생산체계의 상징이기도 하다(세계농지의 80%와 물의 70%가 축산용).

인류학에 따르면 음식은 근본적이고도 무의식 차원에서 문화적 가치와 패러다임에 참여한다. 또한 일상의 경제와 생태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표명한다. 석학들은 어찌하던 인류 문명이 이번 세대에 유쾌한 방법이던 불유쾌한 방법이던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의 원인이 된 사고방식으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지속가능성은 사실상 사고방식의 문제이다. 채식으로의 전환은 음식을 넘어 사고방식 즉 문화의 전환이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 공동대표 directcontact@hanmail.net


[1311호 / 2015년 9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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