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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추기경 ‘서소문 성지사업’ 입장 밝혀야”

  • 교계
  • 입력 2015.09.24 20:34
  • 수정 2015.09.25 01:00
  • 댓글 12

이병두 불교진흥원 국장 비판
서울대교구 정치 압력도 불사
정부·서울시 등 513억 투입
가톨릭은 단 1%도 부담 안해
사업 확정되자 가톨릭계 인사
“서울대교구 요구 안했다” 강변
최근 불교폄훼 발언한 당사자

▲ 이병두 대한불교진흥원 국장
가톨릭계가 조선시대 수백 년간 사형장으로 사용되던 서울 서소문 공원을 자신들의 순교 성지로 조성하기 위해 정치 압력도 마다하지 않더니 성지 조성 사업이 구체화된 지금에 와서는 이것이 가톨릭과는 무관한 듯 발뺌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발뺌의 당사자가 “(불교가) 워낙 바닥을 오래 기다보니 조금만 신통한 모습을 보여도 과한 칭찬을 받는다”는 등 불교폄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종교계의 문제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 이병두(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 대한불교진흥원 사무국장이 이번에는 가톨릭계의 서소문 순교 성지 조성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 국장은 9월24일 가톨릭 인터넷 언론인 ‘가톨릭프레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서소문 순교성지 조성 사업이 자신들과 정말 무관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소문은 지난 500년간 국가권력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곳으로 신유·기해 및 병인박해 때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순교했던 장소다.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시복식을 주관했던 103위 성인 가운데 44위도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 국장에 따르면 가톨릭 서울대교구는 2011년 7월부터 ‘서소문 순교 성지’ 조성을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꾸준히 제안해왔다. 또 염수정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이 되기 이전부터 이 사업에 강하게 집착해 국무총리나 장차관, 청와대 고위 인사들에게 예산 확보를 강력히 요청했다. 실무를 담당하던 서울대교구 모 신부도 정치권을 압박했고, 심지어 이 사업을 적극 돕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무직 인사에게 특정 관료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듯 가톨릭계의 다각적인 노력 끝에 2017년 8월까지 총 51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지 1만7340㎡에 ‘서소문 순교 성지’ 조성하며, 이곳의 지상 공원과 지하 주차장을 활용해 순교자기념관 등을 세우는 것으로 확정됐다. 특히 이 사업에 들어가는 사업비의 50%는 중앙정부, 30%는 서울시, 20%는 중구청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교구는 사업비의 1%도 부담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수백억 원의 국민 세금을 쓰면서 오히려 종교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일에 집요하게 매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소문 공원은 구한말 동학농민운동 지도자인 전봉준 등 천도교 관련 인물이 더욱 많이 사형되는 등 특정 종교의 성지 순교가 될 수 없다는 반발이 본격화됐다. 가톨릭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천도교[東學]를 비롯한 이웃 종교계와 역사학자들 뿐만 아니라 가톨릭 내부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이 국장은 서울대교구가 심혈을 기울인 사업이 결실을 맺게 됐는데 느닷없이 “이 사업은 가톨릭 서울대교구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펼친 이가 나왔음에 주목했다. 박문수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이 바로 당사자다. 그는 최근 토론회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천주교를 위해 국고를 헌납하는 사업 정도로 비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 사업은 천주교를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천주교가 이를 정부와 지자체에 요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이 국장은 박 부원장 자신이 칼럼을 쓰는 가톨릭 언론에서조차 그간 가톨릭계가 추진한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배경에는 가톨릭에 대한 외부적인 비판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국장은 “이제 서울대교구는 ‘서소문 순교성지 조성 사업이 서울대교구와 정말 무관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염 추기경은 지난 여러 해 동안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해 했던 자신의 발언이 아직도 유효한지, 혹 상황이 바뀌어 그 발언들을 취소하려는 뜻이 있다면 본인이 직접 공식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서울대교구와 추기경은 무대 뒤에 숨어 있고 박 부원장의 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비공식 입장을 전하는 것은 하느님과 신도들 앞에 정직해야 할 고위 성직자의 자세가 아님도 분명히 했다.

이 국장은 박 부원장이 9월22일 가톨릭 언론에 발표한 글에 대해 유감도 표명했다. 박 부원장은 최근 칼럼에서 “(불교는) 국교의 위세를 누린 이후로는 늘 바닥이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워낙 바닥을 오래 기다보니 조금만 신통한 모습을 보여도 과한 칭찬을 받는다. 개신교가 하는 일에 비하면 손톱 크기만도 못한데 오히려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이제까지 불교계에서는 그가 종교 화합에 앞장서는 대표적 천주교인으로 여기고 불교계 주최의 세미나에 발표자와 토론자로 초청하거나 그의 글을 불교계 언론에 게재해온 것으로 안다”며 “이웃 종교의 선의(善意)를 이런 식으로 모욕해도 되느냐”고 질타했다.
< 가톨릭프레스 기고문 http://www.catholicpress.kr/news/view.php?idx=1309 >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12호 / 2015년 9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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