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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 요구하는 스님들 대처법

  • 기자칼럼
  • 입력 2015.09.30 17:34
  • 수정 2015.10.01 11:05
  • 댓글 3

물건 나눠주고 버젓이 돈 요구
복 달아나고 재앙 온다고 협박
불교위상·신심 떨어뜨리는 원인
단호하게 “안 된다”고 답해야

9월19일 고창 선운사 도솔암에서는 미륵대재 입재식이 열렸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륵부처님 성지에서 열리는 첫 미륵대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날 오전부터 도솔암으로 가는 길이 사람들의 행렬로 가득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차장에 이르렀을 때 흥미로운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스님 두 분이 신도들에게 무엇인가를 건네고 있었다. 처음에는 좋은 경구가 담긴 책자나 그림을 나눠주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한 스님이 신도들에게 말했다.

“아무에게나 주는 게 아니라 근기들이 있어보여 주는 거야.” 그러자 옆에 있던 스님이 기다렸다는 듯 맞장구를 쳤다. “참 좋은 인연이네. 열심히 수행하라는 의미로 주는 건데 그냥 가면 안 되지.”

신도들의 얼굴에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뜻 깊은 행사에 참여하려고 왔는데 냉정히 지나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스님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부적도 몸에 지니면 돈이 엄청 모일 거야.” “이 스님 말이 맞아. 얼른 보시하고 받아. 그렇지 않으면 복이 달아나고 재앙이 올 수 있다고….”

절을 찾는 사람들의 불심을 이용해 돈을 강요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종무소를 찾아 저 스님들이 누구인지 묻자 종무소 관계자도 곤혹스러워했다. 조계종 스님이 아니지만 승복을 입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종무소 관계자는 놀라운 얘기를 들려주었다. 지난해 지장기도 입재 때 방생하는 신도들에게 염주를 주면서 돈을 요구하기에 어디에서 오셨느냐고 물어봤단다. 그러자 광주 M사찰에서 왔다고 해서 자신이 그곳에서 몇 년간 사무장으로 근무했는데 왜 본적이 없냐고 했더니 도망치듯 갔다고 했다.

또 이들은 예전에 M사찰의 달력 한 상자를 달라고 해서 선뜻 주었단다. 그랬더니 광주 시내 시장에서 달력을 나눠주며 돈을 받아가 나중에 신도들의 항의전화로 힘들었다는 얘기도 했다. 이날 온 스님들이 바로 그들이라는 것이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깜짝 놀란 그들은 고급 승용차에 올라타고 황망히 떠나갔다. 서산대사께서 ‘가사 입은 도둑’이라고 비판했던 것이 바로 이들이 아닐까 싶었다.

▲ 신용훈 기자
이곳 도솔암이 아니더라도 사찰 입구나 거리에서 승복 입은 분들이 돈을 요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럴 때면 갈등하는 게 불자들의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경전에 보시는 주는 사람과 물건과 받는 사람이 모두 청정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하나 깨끗하지 않으면 공덕이 되기 어렵다. 어쩌면 그런 행위들이 ‘가사 입은 도둑’을 양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런 이들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금전을 요구하는 스님들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자 불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1312호 / 2015년 9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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