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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평화는 어디에

기자명 재마 스님

9월2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평화의 날’로 전 세계에 전쟁과 총성이 없는 하루를 보내자는 뜻으로 제정한 날이다. 세계 평화의 날을 맞아 9월19~21일 세계 평화주간으로 정해 전 세계 1000여 도시에서 평화명상을 진행하는 운동이 일어났다. 이 운동은 전쟁과 갈등, 분쟁이 없는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해서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을 맑히고 고양시키는 명상을 전개한다. 이를 ‘오묘한 행동주의(Subtle Activism)’ 혹은 ‘영적 행동주의(Spiritual Activism)’라고도 한다. 특히 올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남북통일을 위해 1시간 정도 명상을 하고 홈페이지(unify.org)에 동영상을 올려 공유하는 이벤트를 했다. 우리나라는 지구에 단 하나 남은 분단국가이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평화를 누릴 수 있을까?

며칠 전 한 신도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예술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일주일에 3일 동안 복지관에 나가서 몇 시간 임상을 하고 한 달에 20만원을 번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계속 알아보는데 어려워서 자격증이 더 있으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 하여 또 다른 자격증 신청을 위해 거금을 투자했다고 했다. “스님, 장례사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 어떨까요? 죽은 이들 관련해서 일을 하면 돈을 조금 더 많이 번다고 하던데, 공부해야 할까요?”라는 내용이었다. 그녀의 평화는 어디에 있을까?

9월23일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하루 총파업을 벌이고 ‘노동법 개악을 중단하라’는 총궐기대회를 열어 노동자 서민 살리기 투쟁을 선포했다. 지난 9월13일 정부가 발표한 노동개혁 관련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승인해주고, ‘비정규직법’과 ‘임금삭감법’ 등을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총파업궐기대회는 차벽으로 가로막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해산과정에서 경찰의 캡사이신 살포와 연행과정 등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 평화와 생존을 위한 운동이 폭력으로 댓가를 치르는 현실이다.

같은 날 시사주간지 ‘시사 IN’에서는 고용노동부의 고용정책 홍보를 위해 수십억대의 홍보비를 언론대행사를 통해 각종 언론에 사용했다는 기사를 발표했다. 언론대행사들은 지상파 3사를 비롯해서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인터넷 신문 등 다양한 언론을 동원하여 인기교양프로그램이나 다큐멘터리 방송, 신문의 칼럼 등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기사를 쓰거나 방송제작을 하도록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시를 받아 홍보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시사 IN’에서는 이를 두고 “공정해고 정책 알리는 세련된 수법”으로 “사실상 정부가 언론사를 매수하는 꼴”이라고 했다. 평화의 기반은 진실이다.

연기적으로 볼 때 세상의 평화가 있어야 마음의 평화도 가능하다. 현대사회의 소비자본주의 구조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불만족을 부추기고, 악의와 어리석음을 가중시킨다. 종교인이라면 탐욕과 악의와 어리석은 정치 권력자들과 정권과 결탁한 언론인들에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라고 외쳐야 한다. 세계참여불교연대를 창립한 태국 참여불교의 선구자 술락 시바락사는 “종교는 사회변혁의 구심점에 있어야 하며, 사회변혁이란 종교 활동의 진수”라고 했다. 이제 우리 사회도, 한국불교도 인격적 변화가 필요하다. 국가적 폭력도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사회적 변화가 있어야 진정한 평화가 가능하다.

정치인들도 그들의 내면을 검색해야 한다. 진정한 정치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깨어 자신을 살피고 마음의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탐욕이 많은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자세와 인격이 갖추어져 있는지 살펴보고 그렇지 않으면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기의 영성가 토머스 머튼은 “평화는 가장 영웅적인 노고와 희생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는 자신의 탐욕과 악의를 알아차리고, 이를 공동선을 향한 원력과 헌신으로 변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재마 스님 중앙승가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jeama3@naver.com

[1312호 / 2015년 9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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