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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극락의 장엄

기자명 이제열

중생 열반과 해탈로 이끌기 위한 자비의 방편

▲ 일본 게간지 소장 아미타팔대보살도.

“그리고 극락세계에는 일곱 겹으로 된 난간과 일곱 겹 나망(羅網)과 일곱 겹 가로수가 있는데, 금·은·청옥·수정의 네 가지 보석으로 눈부시게 장식되어 있다. 극락세계에는 또 칠보로 된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여덟 가지 공덕이 있는 물로 가득 차며 연못 바닥은 금모래가 깔려 있다. 연못 둘레에는 금·은·청옥·수정의 네 가지 보석으로 된 네 개의 층계가 있고 그 위에는 누각이 있는데 금·은·청옥·수정·적진주·마노·호박으로 찬란하게 꾸며져 있다. 그리고 그 연못 속에는 수레바퀴만한 연꽃이 피어 푸른 빛에서는 푸른 광채가 나고 누른 빛에서는 누른 광채가, 붉은 빛에서는 붉은 광채가, 흰 빚에서는 흰 광채가 나는데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롭고 정결하다.”

형상 없음을 형상으로 구현
중생에게 왕생 마음 일으켜


극락의 장엄은 상징적 의미
깨달음 이룰 거룩한 수행법

극락정토는 중생의 행복인 세간락과 부처님의 행복인 출세간락이 병존하는 곳이다. 극락정토는 중생들이 태어나자마자 성불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일정기간 그곳에서 머물면서 아미타불의 교화와 가피를 입어 성불하게 된다. 경전의 말씀대로라면 극락은 중생들의 시각과 청각 등의 감각기관에 의존하는 기쁨을 제공한다. 극락은 무형의 세계가 아니라 유형의 세계인 셈이다.

그 곳에도 우리가 사는 세상처럼 온갖 풍경들이 펼쳐져 있다. 나무와 연못, 꽃이 있고 향기와 소리가 있다. 불교에서는 중생들을 정보(定報)라 부르고 중생들이 의존해서 살아가는 세상을 의보(依報)라 부른다. 지금 설하고 있는 내용들은 극락이 어떤 모습인지를 밝히고 있다. 극락의 정보를 밝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불교의 이상향은 깨달음에 있다. 그리고 그 깨달음에는 열반과 해탈을 수반한다. 흔히 불교의 목적을 부처가 되는 것이라 하는데 부처가 된다는 것은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는 것이다. 깨달음을 완성할 때에 모든 번뇌가 타파된 열반을 실현하고 온갖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난 해탈을 성취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깨달음에 어떤 모습이나 자취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은 더 나아가 깨달음의 경지만이 아닌 모든 부처님과 부처님이 누리고 있는 세계 역시 어떤 형태와 모습을 띠고 있지 않다. 대승경전에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국토는 허공과 같아 가히 볼 수도 없고 그릴수도 없다고 설한다. 유마경만 보아도 유마거사가 사리불을 향해 부처님의 국토는 허공과 같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국토를 형상화시키고 개념화시켜 이해하지 말라는 당부다.

금강경 사구게에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라는 대목이 나온다. 여래의 경계는 일체의 상들을 떠나 있으므로 어떠한 모습이나 형상이나 분별을 가지고 구하려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아미타경에서는 부처님의 국토인 극락정토를 갖가지 장엄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불국토를 형상을 여읜 세계로 그리지 않고 형상의 세계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부처의 세계를 마치 기독교의 천국이나 불교의 천상계처럼 그리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승경전의 가르침처럼 부처님과 부처님이 머무는 불국토는 허공과 같아 형상이 있는 경지가 아니다. 모든 부처님은 실상에 있어 이름과 모습을 벗어나 법계에 가득하다. 앞서 설명한 일진법계가 곧 모든 부처님들이며 부처님들의 세계라 말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중생세계는 온갖 형상과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의보와 정보는 모두 형상의 세계이다. 중생들의 주관인 오온과 대상계인 색성향미촉법은 모두 형상과 모습에 의존한다. 중생계가 바로 이와 같다면 부처님이 중생을 제도하는데 있어서도 형상과 모습을 취할 수밖에 없다. 부처님의 정토는 형상과 모습이 아니지만 중생들이 형상과 모습을 떠나지 못했으므로 부처님도 형상과 모습을 취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미타불의 극락은 한마디로 중생을 깨달음에 들게 하기 위한 방편이라 할 수 있다. 아미타불은 형상을 여읜 자신의 국토를 형상으로 나타내고 중생들로 하여금 왕생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 그 형상은 중생들이 만족할 만한 형상들이며 갈구할 만한 형상들이다.

중생들은 감각적 기쁨을 제공하는 극락정토의 형상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금생에 가난한 자들은 부를 얻고 나쁜 환경 속에서 고통 받던 중생들은 최고의 환경을 얻는다. 병고와 죽음이 종말인 줄 알았는데 영원한 수명의 세계가 펼쳐지고 어두운 세상을 떠나고 나니 광명의 세상이 반긴다. 극락은 이렇게 중생들에게 감각적 형상의 세계를 펼쳐 중생들로 하여금 왕생에 대한 서원을 일으키게 한 다음 감각과 형상을 초월한 절대적 기쁨으로써의 깨달음을 성취케 한다. 극락은 형상과 모습에 의존한 감각적 기쁨의 최고장소이면서 동시에 형상과 모습을 뛰어나 누리는 초감각적 기쁨의 최고장소이기도 하다. 극락은 글자그대로 기쁨이 극에 달했다는 의미로 감각적 기쁨과 초감각적 기쁨이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경전에서 기술하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극락은 단순한 아름다움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 그 아름다움 속에는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어떤 이치를 깨우쳐 주려는 상징적 의미들이 감추어져 있다.

경에 극락세계가 일곱 겹으로 된 난간과 일곱 겹으로 된 나망과 일곱 겹으로 된 가로수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 풍경들이 모두 칠각지(七覺支)의 변화라는 의미이다. 칠각지는 깨달음과 해탈을 이루는데 반드시 필요한 수행법들로 염각지(念覺支), 택법각지(澤法覺支), 정진각지(精進覺支), 희각지(喜覺支), 경안각지(輕安覺支), 정각지(定覺支), 사각지(捨覺支)이다. 극락에 왕생하면 이 수행이 자연적으로 행해져 궁극적으로 출세간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극락세계에 칠보로 된 연못이 있고 그 연못이 여덟 가지 공덕의 물로 곽 채워져 있다는 것은 칠각지의 수행으로 여덟 가지 해탈인 팔해탈을 이룬다는 뜻이다.

팔해탈(八解脫)은 내유색상관외색해탈(內有色想觀外色解脫), 내무색상관외색해탈(內無色想觀外色解脫), 정해탈신작증구족주(淨解脫身作證具足住), 공무변처해탈(空無邊處解脫), 식무변처해탈(識無邊處解脫), 무소유처해탈(無所有處解脫), 비상비비상처해탈(非想非非想處解脫), 멸수상정해탈신작증구족부(滅受想定解脫身作證具足住)이다.

또한 극락세계의 연못에 금·은·청옥·수정의 네 개의 층계가 있다함은 극락은 사무량심(四無量心)이라는 거룩한 마음에 의해 잘 장엄된 장소라는 뜻이다. 사무량심은 자무량심(慈無量心), 비무량심(悲無量心), 희무량심(喜無量心), 사무량심(捨無量心)으로 역시 깨달음을 이루기 위한 거룩한 수행법들이다. 다음 극락정토의 연못에 갖가지 연꽃이 피어 있으면서 온갖 향기를 풍긴다는 것은 극락에는 오염된 번뇌와 악업이 없어 언제나 청정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극락은 미혹한 중생들이 볼 때에는 저 세계이지만 부처님이 볼 때에는 이 세계이다. 번뇌가 없고 오염이 없는 부처님은 중생들이 거주하는 이 세상에서 수많은 연꽃들을 보게 된다. 무형의 깨달음인 극락을 유형의 세계로 표현하는 경전의 방편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이제열 불교경전연구원장 yoomalee@hanmail.net

[1312호 / 2015년 9월 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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