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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스님들의 모임

기자명 하림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5.10.05 12:41
  • 수정 2015.10.22 12:05
  • 댓글 0

부산에는 조계종 연합회가 있습니다. 5년 전쯤 부산에 있는 조계종 사찰들의 모임이 생긴 것입니다. 부산은 범어사를 본사로 두고 있는 사찰들이 많지만 통도사를 비롯해서 해인사, 송광사, 쌍계사, 법주사 등을 본사로 한 사찰도 적지 않습니다. 매달 20여 사찰의 스님들이 임원회의에 참여해 불교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부산이 불심의 도시라고 하지만 스님들이 이렇게 모여서 함께 전법을 위한 회의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가 포교당을 운영하거나 사찰 주지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라 모임은 아침 7시에 이뤄집니다.

같은 곳에 살아도 스님끼리
얼굴 보기 어려운 게 현실
서로의 절을 찾아 격려하는
부산스님들이 나에겐 기쁨

다른 지역에 사는 스님들의 말을 들어보면 바쁜 일상 때문에 같은 지역에 살아도 스님들끼리 볼 기회가 자주 없고, 다른 사찰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이곳에 계신 스님들은 자주 모임을 가져서 그런지 다른 사찰을 가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고 합니다.

가끔 쉬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참 갈 곳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막상 가려고 하면 바쁘신 신도님의 시간을 빼앗을 것 같고 그 가족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 신경이 쓰입니다. 또 잠시 한 두 시간은 모르지만 편하게 몇 시간 쉬기는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고민 고민 하다가 결국 포기합니다. 때론 차를 몰고 밖에 나가봅니다. 돌고 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남들에게는 절에 와서 쉬라고 하지만 저에겐 절이 그 분들을 편안하게 돌봐야 하는 일터이기도 합니다. 몇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연 내가 원하는 곳은 어떤 곳일까? 우선 아무런 신경을 쓸 일이 없는 곳이어야 합니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좋겠지만 나의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사람입니다. 너무 다르면 서로의 공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배가 고파질 테니 음식이 있어야 합니다. 정성이 든 맛있고 부담 없는 공양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러고 생각해 봅니다. 이런 곳이 과연 있을까?

얼마 전 홍법사 잔디마당이 생각나서 주지스님에게 가도 되겠냐고 물어봤습니다. 주지스님의 반가운 목소리를 듣고 민폐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갔습니다. 가끔 3~4명의 스님들이 어울렸는데 그날은 단둘이었습니다. 넓은 마당에 시내에서 보지 못하는 그리운 어둠이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밤은 깊어갑니다. 그러면서 서로 이야기합니다. “스님이 와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휴가 온 것 같네요.”

그러면 저도 화답합니다.

“세상에 쉴 곳 찾아 헤매었는데 이곳이 가장 좋은 곳이네요.”

공감해주는 상대가 있어서 좋고, 사찰이라는 익숙한 환경이 있으니 이보다 편한 곳이 없습니다. 그날 서로간의 많은 공감과 지지가 있어서인지 참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전법도량 모임이 있었습니다. 부산에서 포교하는 스님들의 모임인데 매월 모이는 게 벌써 9년이 되어갑니다. 울산에 사는 만초 스님이 “추석날 저녁에 외로운데 함께 달을 보며 저녁을 먹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송정 바닷가에 대운사가 운영하는 ‘꾸무다’라는 찻집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바빠서 많은 스님들이 못 올 줄 알았는데 10여명의 스님들이 모였습니다. 서로가 놀랐습니다. 오래도록 갖지 못한 가족모임을 하는 것처럼 너무 즐겁고 따뜻한 자리였습니다. 2층에서 1층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나누는 즐거운 대화는 시간가는 줄 모르게 흘러갔습니다. 마지막에는 송정 바닷가에 가서 파도와 함께 밀당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해보지 못한 것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용감해지는 것은 곁에 서로 의지하는 도반이 있어서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 하림 스님
미타선원 주지
스님들이 함께 하는 것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에는 좀 다릅니다. 서로가 만나서 얼굴을 보고 서로 사는 곳을 찾아 격려와 위로를 하며 삽니다. 이것이 부산불교의 멋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부산을 떠나기 싫고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어집니다. 신도님들과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덤입니다. 다른 지역의 스님들에게서도 이런 소식이 들려온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서로 화목한 모습은 듣는 이의 마음에도 기쁨을 옮겨줍니다. 스님들도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1313호 / 2015년 10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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