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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성월 스님, 이제는 결자해지해야

  • 기자칼럼
  • 입력 2015.10.08 14:53
  • 수정 2015.10.12 17:03
  • 댓글 23

수개월 째 지속된 범계의혹
해명 않고 침묵으로 일관해
의혹은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애꿎은 종도들 피해로 확산
종단 위해서라면 해명하든
스스로 사퇴하든 결정해야

최근 친분이 있는 한 스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도심사찰을 운영하며 신도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고 있는 이 스님은 동국대 이사장 일면 스님과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의 범계의혹을 언급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스님은 “의혹이 제기된 것이 언제인데, 왜 해당 스님들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나. 사실이면 책임을 져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신도들이 이 일을 언급할 때면 얼굴을 들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소연에 가까운 이 스님의 말 속에는 진한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이 스님이 아니더라도 최근 종단 안팎에서 일면 스님과 성월 스님의 범계 의혹과 관련해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두 스님의 범계의혹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종단 스님들에 대한 도덕성 문제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부 종단정치세력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부풀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사실여부를 떠나 연일 계속되는 의혹제기로 종단의 위상까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스님의 범계의혹이 확산된 데는 해당 스님과 종단의 미숙한 대응이 컸다. 일면 스님의 ‘탱화절취’ 의혹은 올 초 동국대 총장 선출과정에서 처음 불거졌다. 1980년대 후반 일면 스님이 남양주 흥국사 주지 시절 사찰에 봉안됐던 한 탱화가 2004년 경 어느 비구니 스님의 절에서 발견된 것을 두고 혜문 스님과 일부 단체들은 “일면 스님이 고의적으로 탱화를 빼돌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일면 스님은 “전문문화재 도굴범들에 의해 도난당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발견된 탱화에서 도난의 흔적을 찾기란 어려웠을 뿐 아니라 뒤늦게 도난사실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혹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면 스님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이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던 일면 스님은 지난 9월 임시종회를 앞두고 돌연 이 사건을 보도한 몇몇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당연히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사실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런 여론 때문인지 일면 스님은 지난 9월 임시종회에서 동국대 이사 후보 추천에 대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 중앙종회의원들조차 일면 스님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일면 스님은 지금껏 거취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11월 종회에서 다시 일면 스님 동국대 이사 추천 동의의 건이 상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오히려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분위기다.

용주사 주지 성월 스님의 범계의혹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월 스님은 지난해 용주사 주지 선거과정에서 수계사실이 불명확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주지로 당선된 이후에는 숨겨둔 아내와 자식이 있다는 의혹까지 일면서 용주사가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

용주사 신도와 일부 재가단체는 성월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며 사찰 앞에서 연일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법회가 열리던 날 스님과 재가단체 간 다툼이 발생해 기도를 위해 사찰을 찾은 불자들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빚어졌다. 그럼에도 성월 스님은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는 데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부풀려지고 있다.

물론 두 스님을 향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두 스님이 침묵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두 스님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결코 개인적인 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두 스님 모두 조계종을 대표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공인이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종단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종단의 위상은 급격히 실추하고 있고 여법하게 수행하는 다른 스님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 권오영 기자
침묵은 미덕이라지만 진실에 대한 침묵은 비겁에 가깝다. 일면 스님과 성월 스님은 이제 의혹에 대한 진실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스님들을 향한 범계의혹으로 종단이 망가지고 있음을 상기한다면 한시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만약 그럴 생각이 없다면 하루빨리 진퇴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곧 종단과 불자들을 떳떳하게 하는 길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314호 / 2015년 10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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