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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행 정정희 씨

기자명 법보신문

매월 백련암에서 삼천배
수행으로 경부암 이겨내
더욱 정진하며 보살행 발원

▲ 정명심·52
“지심귀명례 보광불, 지심귀명례 보명불….”

새벽이면 작은 기도방에서 남편이자 도반 태성 거사와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살아있음에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며 한 배, 한 배 절을 하다보면 등줄기엔 땀이 흐른다.

18년 전 해인사 백련암에서 성철큰스님 열반주기에 평소 무척이나 나를 아끼던 보살님의 손에 이끌려 생에 첫 삼천배를 했다. 가끔씩 108배를 하던 나는 긴장감에 절의 전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밥도 먹지 못했다. 서툰 몸짓으로 절을 시작했다. 억겁의 때가 녹아내리는 듯 온몸은 땀으로 젖었고 책장을 넘길 힘조차 없었다. 절 횟수가 더 할수록 호흡은 거칠어져 불명호를 부를 수 없었고, 몽둥이로 맞은 듯 손가락 마디까지 아파왔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통스럽게 절을 하는가?’, ‘왜?’ 끊임없는 물음과 포기하고픈 마음이 끝없이 일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그럴수록 ‘하고야 말겠다, 해야만 한다’는 오기도 생겼다. 무릎이 터질 듯 아파오고 피고름이 새어나오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밀려드는 수많음 망상들을 떨치려 더 큰 소리로 불명호를 불렀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살아오며 남을 아프게 했거나 미워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세세생생 무수한 죄업들과 알게 모르게 지은 죄업을 참회한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눈물콧물 범벅이 된 채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옆에 있던 보살님이 단호하게 내 팔을 잡아 당겨 일으켰다. 그 마음이 고마워 죽을 힘 다해 일어났다. 주위 보살님들 도움으로 삼천배 회향을 했을 때 새벽 별도 바람도 공기도 다르게 느껴졌다. 법당 안팎 보살님과 거사님들 모두 부처님처럼 거룩해 보였다. 삼천배 후 겁 많고 소심했던 나는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났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백련암으로 향한다. 강인한 성격의 남편이 매달 삼천배를 1년간 하고 싶다며 함께 하길 원했다. 기쁜 마음을 숨기고 거사님들도 많이 오시는 ‘아비라 카페’ 삼천배 기도에 동참했다. 바쁜 세상에 SNS를 통해 전국서 모여든 수백명 회원들을 보며 놀랐다. 원택 스님도 매달 부산에서 오셔서 격려 말씀과 법문을 해주신다. 덕분에 신심이 증장되었다. 절하든 아비라 기도하든 백련암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4년째 도반님들을 만나다 보니 눈길만으로도 정답고 반갑다.

부처님 가피는 수없이 많았다. 36살에 자궁경부암이라는 병마가 찾아왔지만 ‘올 것이 왔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렵지가 않았다. 결단을 내렸다. 남편을 설득해 수술 대신 쑥뜸치료를 받기로 했다. 힘든 치료이니 모질게 마음먹으라고 했다. 부처님께 엎드려 청했다. 건강을 되찾게 되면 세 가지 일을 하고 가게 해달라고, 이 또한 욕심이라면 내려놓고 가겠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법당에서 흐느껴 울었다. 인과법을 믿었기에 원망도 집착도 내려놓았다. 부처님께 모든 걸 맡기기로 정하니 동요가 일지 않았다. 살을 태우며 받는 치료는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뜨거움보다 몸의 통증이 실로 엄청났다. 고통이 심해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선택한 일이기에 견뎌야 했다. 두려움을 떨치려 치료받기 전에 지극한 마음으로 절을 하고 ‘대불정능엄신주’를 독송했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이 생겨났다. 하루에 8시간 이상 열흘이 넘게 치료 받았다. 법신진언을 속으로 외면 고통이 줄어들었기에 그 긴 시간을 견뎠다. 4개월 뒤 몸에서 나오던 고름이 멎고 난 후 병원을 찾아 검사하니 암세포가 사라졌다. 염증만 남아있었다. 부처님 전에 감사의 절을 하며 또 얼마나 울었던지….

절수행은 나를 살렸고 내 인생을 바꿨다. 사람 몸 받아 불법을 만나서 정진함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일체유심조’라 했다. 내려놓고 비우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다보면 원대로 이뤄진다고 믿는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더 세밀하게, 더 깊게, 더 진실하게 불법승 삼보님께 귀의하며 내 삶이 다 할 때 까지 손길과 눈길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살행을 하며 기쁜 마음으로 정진하고 전법하며 살아갈 것이다.


[1314호 / 2015년 10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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