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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을 더 슬프게 하는 어느 추모공원의 상술

  • 기자칼럼
  • 입력 2015.10.19 13:25
  • 수정 2015.10.19 13:28
  • 댓글 0

가까운 친구의 막내 동생이 서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연을 마감했다. 임신 중인 친구는 물론 식구들 모두 막내를 잃은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분향소를 지키는 내내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대화를 이어갈 힘이 없어 보일 정도였다. 몇 시간 후에는 발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꺼내기 힘든 대화를 이어갔고 고인을 수목장으로 안치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고향 가까운 곳에서 수목장으로 고인을 안치할만한 곳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어느 곳이 고인을 위해 그리고 가족에게 더 적당한 곳이 될지 판단하기 위한 객관적인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은 최종적으로 두 곳을 정하고 직접 시설을 돌아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게 고인의 유해를 모시고 첫 번째로 도착한 한 추모시설에서 여러 가지를 확인하려는데 공원 측으로부터 상상하지도 못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 그곳에 찾아간 이유는 “고인의 뜻”이라는 설명이었다.

“고인이 여기 머물고 싶기 때문에 가족들도 이곳에 가장 먼저 온 것이다. 고인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에 친구와 가족들은 망설였다. 상식적으로는 “가족들도 알 길이 없는 돌아가신 분의 뜻을 어떻게 그리 잘 아는가?”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정말 그런 것일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수목장을 돌아보며 시설을 확인해보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몇 가지 부분이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 마음도 접어둔 채 친구와 친구의 가족은 처음 찾아간 그곳에 동생의 유해를 안치했다. ‘고인의 뜻’을 존중하고 싶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추모공원 측의 ‘돌아가신 분의 뜻’을 헤아리는 상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친구는 어머니의 재적사찰에서 막내 동생의 49재를 지내고 싶어 했다. 추모공원 측에 “49재는 재적사찰에 올리려 한다”는 뜻을 밝히자 다시 “고인의 유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재를 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인이 머물기로 선택한 장소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재를 지내야 천도가 제대로 된다는 설명이었다. 친구의 가족은 다시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추모공원에서 운영하는 사찰에 49재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 주영미 기자
고인을 보내야 하는 3일간의 장례 기간 동안 유족들은 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 판단이 때로는 완전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선택은 분명 가족들의 몫이다. 하지만 그 유족들의 힘든 심리를 파고들어 ‘고인의 뜻’을 운운하는 것은 결코 추모의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 추모공원 운영자들이 진정 불교식 추모를 돕고자 한다면 피붙이의 죽음을 짊어진 이들의 앞에서 ‘고인의 뜻’을 들먹여서는 안될 것이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15호 / 2015년 10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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