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처님은 진공관 설한 후 가관을 설명[br]범부 “공은 없는 것”이라며 악업 지어

전래되어오는 학설의 주장에 따라 반야를 말해보면 겨우 공관(空觀)의 일문만 설한 것이 된다. 이 때문에 법을 아는 것은 설하기도 쉽지 않고 깨달아 들어가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다가 반야회상에서 그 법회에 참석하여 법을 들은 이승의 사람들은 모두 반야를 자기들 지혜의 분수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온전하게 소화시키지를 못하였다. 직접 부처님의 가르침을 30년 동안 받은 사람도 오히려 믿지 못하고 깨우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눈앞의 일체 산하대지와
중생과 세계의 가법들은
유식소변의 그림자일 뿐
진정한 실체가 따로 없어

그런데 지금 악업을 지은 범부들이 주둥이마다 공을 담론하고 허망하게 공법을 설명하면서 부처도 없고 조사도 없으며 닦을 것도 없고 증득할 것도 없다고 하면서 자신을 상상의 근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칭하고 있으니 어찌 크게 돌아서 헛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부처님께서는 반야의 진공관(眞空觀)을 설하고 나서 그 후에 비로소 가관(假觀)을 설하셨다. 이 하나의 관문을 설명하고 있는 경전이 바로 ‘해심밀경’이며 이 경전에서 설하고 있는 내용은 유식법문(唯識法門)이다.

이른바 여래장을 미혹해서 알지 못하는 상태를 아뢰야식이라 한다. 이 아뢰야식에 의지해서 삼분(三分)을 갖추고 근(根)·신(身)·기계(器界)를 변현해서 일으키는 것이니, 일체의 산하대지와 중생과 세계의 가법들이 유식소변(唯識所變)의 그림자일 뿐이다. 이것은 거울속의 형상과 같은 것이고 물속의 달그림자 같은 것이어서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때문에 가(假)라고 한 것이다.

질문한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무엇을 의지해서 가관을 설한 것인가?” 대답한다. “앞에서 말한 이승의 근기를 가진 이들이 열반에 집착하여 실제로 있는 것이라고 여기는데 이것은 편공에 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반야의 진공을 설하여 유(有)에 집착하는 견해를 타파해주어서 반야의 실상진공(實相眞空)을 관하도록 한 것이다. 또 공이 뛰어난 것이라고 여겨서 좋아하는 한 부류의 보살들은 공에만 집착하여 유의 세계를 건너가지도 못하고 중생을 제도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부처님께서 일체중생의 신심(身心)과 세계는 다 식이 변현한 것일 뿐이어서 전체가 가법이라고 설한 것이다.” 이 유식법문을 통해 공과 유를 화회(和會)시켰으니 공 그 자체인 유와 유 그 자체인 공을 드러내어 유식의 이치를 직관하여 진여를 증득하도록 하고자 한 것이다. 이것은 앞의 보살들이 공에서 벗어나 가의 세계로 들어가서 중생을 제도하도록 가르친 법문이다. 이 하나의 관문(觀門)은 ‘해심밀경’과 ‘밀엄경’ 등에 들어있다.

이 경을 설할 때 보살의 대근기를 가진 이들은 벌써 믿고 받아들였지만 소승의 근기를 가진 이승들은 끝내 세속에 뛰어들어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였다. 그 때문에 부처님께서 ‘유마경’을 설하신 것이다. 정명거사는 속세에 살면서 처자와 권속을 거느리는 모습을 시현한다. 문병을 오게 하는 인연을 빌려서 문수보살과 불이법문에 대해 대담하는 토크쇼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이승들을 꾸짖어 세속에 뛰어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고자 하는 마음을 격발시켜준다.

이 가르침을 ‘치우친 소승을 꾸짖고 대승의 원만함을 찬탄하는 것’이라고 한다. 소승의 근기를 지닌 사람들을 위해서 부사의 법문을 설하여 이승의 협소하고 하열한 견해를 버려버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부처님께서 깊은 대자비로 소승의 근기들을 위해서 가지가지 방편의 권도를 베풀어 대승의 경지에 들어가도록 인도하신 뜻인 것이다. 이를 통해서 보살들이세속세계를 건너가면서 중생에게 이익을 주는 일은 진실로 소승의 근기를 가진 하열한 힘으로는 감당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미 40여 년 동안 교화에 공을 들이고 나서도 이와 같은 방편의 신력을 쓰신 것이다.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315호 / 2015년 10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