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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시종일관 설하신 내용은[br]삼계유심·만법유식 여덟 글자 뿐

생사고해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걸핏하면 향상(向上)의 한 포인트를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면서 정법을 멸시하고 인과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헤아리지 못하고 허망하게 스스로 미치광이가 되어 허튼소리를 하는 것이 이와 같단 말인가. 우리 부처님께서 중생에게 이익을 주고자 하시는 방편의 권교를 살펴볼 때 적지 않게 고심하시면서 마음을 쓰셨으니 감히 경솔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성불이라는 한 단어를 쉬이 말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 사람들이 꺼떡하면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초월한다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망령된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가히 두려워해야하지 않겠는가.

능가경 통해 삼계유심의
법문 현시, 일심 깨달아
극칙으로 삼도록 가르쳐
일심은 곧 여래장이다

우리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셔서 45년 동안 설법을 하셨는데 그것을 모아놓은 모든 경전이 일대장경이다. 여기에서 시종 설하고 있는 것은 단지 여덟 글자일 뿐이니, 이른바 삼계유심(三界唯心)과 만법유식(萬法唯識)이다. 설법을 시작한 처음부터 여기에 이르기까지 이미 4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만법유식이라는 한구절의 의미를 설하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유심(唯心)의 의미는 감히 현시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유심은 만법의 극칙이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모든 대제자들이 유식법문을 들었다. 그러므로 그 이후에 ‘능가경’을 설하여 삼계유심의 법문을 현시하여 사람들이 이 일심(一心)을 깨달아 이것을 극칙으로 삼도록 하신 것이다.

앞에서 말한 두 가지인 공과 가의 이치로 거두어들여 보면 이제(二諦)를 끊어버리고 모두 일심으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그런 연후에 원만한 일심을 설하여 다 융용하여 중도로 귀의하여 구경의 이치로 삼게 하였다. 그러므로 ‘능가경’에서 말하기를 “적멸은 일심인데 일심은 여래장이다”고 한 것이다.

이를 설명해보자. 장식(藏識)이 여래장이니 비공비유(非空非有)이며 일심을 곧장 가리키는 것이어서 관념적인 개념과 차별상을 떠나버렸으며 성인과 범부의 차별이 끊어진 것이므로 수행해서 증득하는 단계에 속하지 않는다. 여래장의 성품을 단박에 관하므로 자각성지(自覺聖智)의 경계라고 한다. 이것은 외부 대상을 반연하는 망심을 곧바로 떠나있다. 다만 망상에는 자성이 없음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곧바로 무생(無生)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이것이 돈교법문이다.

달마조사가 이조인 혜가대사에게 전법할 때 이 ‘능가경’을 심인으로 삼으셨다. 그러므로 이 경전은 상상의 근기를 가진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으므로 이승의 경지로는 조사의 문하에 들어올 수 있는 분수가 끊어져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학자들이 참선할 때는 반드시 심의식과 망상의 경계를 떠나서 참구해야 하는 것이다. 범부의 신세를 벗어나 성인이 되는 길을 배우는 것이니, 이 경우에는 순전히 이 경전을 종극(宗極)으로 삼는다. 이 교(敎)에서는 일심을 극칙으로 설한 것이다. 그리고 40여년이 지나서야 여러 가지 방편을 열어 많은 법문을 거치고 나서 비로소 이 경을 설한 것이니 소승의 근기로는 감당할 수 있는 분수가 끊어진 것이다.
그런데 요즘의 승속들은 교학의 안목도 아직 환하지 못한 상태이니 수행하려해도 길이 없어서 눈먼 사람처럼 아는 것이 없다. 그리하여 자기 마음속의 망상을 반연하면서 망상이 생겼다 꺼졌다 하고 있는 이치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 하루 종일 한 생각도 맑아본 적이 없으면서 향상의 경지에서 심의식을 떠나는 한 포인트를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 화두를 꿈에서조차 본 적이 없는데도 크게 주둥이를 열어 참선법을 설하고 있으니 자기를 속이는 마음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가. 참으로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두려워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박상준 고전연구실 ‘뿌리와 꽃’ 원장 kibasan@hanmail.net


[1316호 / 2015년 10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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