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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색 국면 속 신계사가 무너진다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11.09 13:53
  • 댓글 0

보운조사가 창건(519년)한 금강산 신계사는 유점사(楡岾寺) 말사였다. 지금은 신계사(神溪寺)로 표기 하지만 한 때 ‘새로울 신(新)’을 앞에 두고 경계할 계(戒), 시내 계(溪)를 써 신계사(新戒寺 新溪寺)라 표기하기도 했다. ‘청정한 영역’임을 명징하게 드러낸 사명이다.

절 옆으로 흐르는 신계천이 맑다 보니 물고기 잡으러 오는 사람이 꽤 많았던 듯 싶다.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도 존엄한 생명으로 본 보운 조사는 물고기들이 다른 곳에 가 살도록 용왕에게 부탁했고, 결국 대부분의 물고기들이 떠났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신이로운 일이 일어났기에 신(神)이라는 한자를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보운 조사는 결국 신계사 일대를 성역(聖域)화 한 것이다. 이후 김유신을 비롯해 탄문 법인국사, 묘청 등 내로라하는 역사 인물들이 중수를 거듭해 대 가람으로 번창했는데 결국 잦은 화재로 석탑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됐다.

신계사가 복원된 건 2007년 10월이다. 1998년 3월14일 체결된 ‘금강산 문화재 복원을 위한 합의서’에 근거해 남측 ‘금강산신계사복원추진위원회’(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이 2004년부터 3년 동안 서로의 손을 잡고 이뤄 낸 불사였다. 또한 부처님 대자대비로 평화통일이 하루 속히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대작불사였다.

그러나 이후 남북경색이 만 7년 동안 지속되면서 신계사는 제 모습을 점차 잃어갔다. 북측 조선불교도연맹이 관리한다 하지만 그들은 전통 목조 건축 보수 기술이 없다. 자재 또한 넉넉지 않은 게 사실이다. 1년에 한 번 신계사를 남측 불교계가 찾아가 법회를 본다 하지만 보수 문제까지 챙기기란 시간 상 역부족이다. 조계종 문화부의 전언에 따르면 대다수 전각에서 기와, 암막새 등이 탈락됐고 기와의 와구토가 유실됐다고 한다. 일부 전각의 경우 구조 결함까지 확인돼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한다. 폭설에 의해 지붕 골조가 휘기도 하고, 매년 거듭되는 해빙에 기와나 창틀까지 뒤틀려져 장마철에 비가 새기도 하는데 벌써 내부 목재 손상이 심각하다는 건 들려진 기와 사이로 빗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신계사는 불교계 관점에서 보면 북한 소재 사찰 성역화 불사의 상징이지만 좀 더 거시적 관점 즉 국민, 국가 시각에서 보면 신계사는 평화통일의 상징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남북경색 국면에 신계사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조계종과 정부는 하루속히 대책을 수립해 야 한다. 1500년의 숨결이 배인 신계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아울러 목조건축은 전문가의 손길이 지속적으로 닿아야만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1318호 / 2015년 1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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