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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기자명 묘장 스님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에서 온 청년을 만났다. 부탄은 행복의 기준을 새로 만들어 낼 정도로 국가의 이념이 남다르다. 그 청년과 대화하며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탄인들은 왜 행복한지 질문했다. 그 질문에 “자신이 그렇게 행복한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긴 했지만, “부탄에 사는 사람들은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근래에 들어 돈만 가지면 된다는 이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부탄도 자본주의 사회에 물들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의 한국사회보다 행복지수가 높다는 건 분명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키려 한다는 것이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인가? 한국의 청춘들에게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유행하고 있다. 부모 잘 만나 미래가 걱정없는 이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고, 부모 잘못 만난 이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라는 자조적인 말이다. 처음에는 금수저, 흙수저만 있었는데 이젠 여러 수저가 생겨났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금수저는 자산이 20억원 이상에 가구 연수입이 2억원을 넘어야 하고, 은수저는 자산은 10억원이 넘고 가구 연수입은 8000만원, 동수저는 자산이 5억원 이상에 가구 연수입은 5500만원, 흙수저는 자산이 5000만원 미안이며 가구 연수입은 2000만원 미만으로 규정돼 있다.

거기다 흙수저를 알아보는 빙고게임도 나왔다. 연립주택에 살고, 집에 비데가 없고, 차 연식이 7년 이상이며, 월세나 전세 1억원 이하, 이혼가정 등 25가지 항목으로 된 빙고판에 해당사항이 10개 이상이면 흙수저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떠도는 것은 계층의 사다리가 무너진 현대사회를 풍자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처음에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나올 때 피식 웃었던 사람들이 이젠 웃지 못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정말 현대사회가 갈수록 신분제사회처럼 변하고 있다. 과거 신분제가 강화될 때 과거제가 폐지되고 음서제가 시행됐다. 지금도 현대의 과거제도인 외무고시나 사법고시 등이 폐지돼가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중산층 가정은 은퇴하는 순간 빈곤층으로 빠르게 전락한다.

그런데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를 가만히 관찰해보면 사회보다는 부모에게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다. 부모가 부자면 금수저고, 가난하면 흙수저인 것이다. 여기에 부모가 전세냐 월세냐, 차는 얼마나 오래 되었느냐, 부모가 이혼을 했느냐 등 부모의 현재 상황이 금수저냐 흙수저냐를 판단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 내가 계층의 사다리를 올라가는데 얼마나 큰 장애가 존재하는지로 사회의 경직성을 말해야 하는데, 지금의 금수저, 흙수저는 분명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구분된다. 그렇다면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는 사회적 풍자가 아닌 부모를 탓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우리가 금수저, 흙수저로 구분되는 건 정치·경제적로서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지  부모의 탓이 아니다. 물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하는 사람에게 지금의 삶은 팍팍하고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를 탓해선 어느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그리고 부모님은 그렇게 원망을 받아야 할 분들이 아니다. 돈보다 소중한 것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화목한 가족공동체는 분명 돈보다 더 소중하다. 그리고 그릇된 방향으로 가는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돈보다 더 소중하다.

우리는 돈이 최고라는 그릇된 가치관을 갖고 살고 있다. 거기다 그걸 지키기 위해선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순간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다. 몇 년 전 아역배우 김유빈양이 영화 시상식에서 밝힌 수상소감이 기억난다.

“이 상은 돈으로 살수 없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돈으로 살수 없는 거래요.” 어린 여배우가 알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부탄인들도 알고 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그러나 우리는 아무래도 찾아나서야 할 것 같다. 돈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묘장 스님 myojang@dorisa.org
 

[1318호 / 2015년 1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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