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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보조국사의 비명 (9) 수선사의 유래

기자명 인경 스님

대승불교에서의 선은 선정과 지혜 총칭

보조국사는 지리산 상무주암에서 승안 5년(1200년) 송광산 길상사로 옮겨와서 입적할 때(1210년)까지 11년 동안 본격적인 정혜결사를 실천하였다. 비문은 이 시기를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교종세력이 활발했던 고려
보조국사에 의해 선종부흥
고려 희종 왕위에 오르자
수선사 이름내리고 현판도

“선학의 융성함은 예전에 비견할 바가 아니었다. 스님은 위의를 잘 거두어 소의 걸음에 범의 눈빛이었다. 대중과 함께하면서 게으름이 없었고, 힘 드는 일을 하거나 운력을 할 때도 항상 앞장을 섰다. 억보산 백운정사 적취암이나, 서석산의 규봉암, 조월암 등은 모두 스님이 짓고 왕래하면서 선을 닦은 곳이다.”

선학은 신라 말에 마조계열이 국내에 유입되었다. 그러나 고려시대에는 대부분 교종 세력에 들어서면서 그렇게 활발하지 못했다. 선종의 부흥은 고려 말 보조국사에 의해 본격화되었다. “선학의 융성함은 예전에 비견할 바가 아니었다”는 것은 이런 역사적인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이하의 사찰들은 이런 연장선에서 언급한 것이다.

억보산은 현재의 전남 장흥에 위치한 백운산이고, 서석산은 현재 전남 화순에 위치한 무등산이다. 당시의 정혜결사 도량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는 수선사 정혜결사의 청규인 ‘계초심학인문’에 잘 나타나 있다.
“임금이 잠저에 있을 때 평소 스님의 이름을 듣고 존경하여 왕위에 오르자 송광산을 조계산으로 고쳐 부르고, 길상사를 수선사로 고쳐서 현판을 친필로 썼다. 또한 만수사사를 한 벌 내려 특별하게 기리었다. 이는 돈독하게 공경함이고 크게 보호하는 정성이 담긴 바로서 달리 견줄 데가 없었다.”

여기서 임금은 고려 희종(1181~1237)이다. 재위기간은 1204년부터 1211년까지로 당시 권력자였던 최충헌과의 갈등으로 두 번이나 강화도로 쫓겨 가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잠저(潛邸)는 임금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머물렀던 거주지를 말한다. 본래적인 의미는 ‘물에 잠기어 승천을 준비한다’는 의미이다.

“처음에 남쪽으로 내려오기 전에 스님은 공부를 함께 했던 도반들과 약속하기를 ‘나는 이름을 감추고 향사(香社)를 맺어 정혜 닦기를 일삼고자 한다. 스님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라고 하였다. 그들이 말하기를 ‘말법이므로 때가 아닌가 합니다’라고 하였다. 스님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시대는 변할 수 있으나 심성은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교법이 흥하거나 쇠하거나 한다는 것은 삼승(三乘)의 방편으로 배우는 이들의 견해뿐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그렇지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중들은 모두 승복하여 ‘뒷날에 함께 결사를 맺으면 필히 정혜라고 합시다’라고 하였다. 스님은 거조사(居祖寺)에서 정혜사를 세우고 곧 ‘권수정혜결사문’을 지었다. 이는 처음 뜻을 이룬 것이다. 결사를 송광산으로 옮긴 이후에도 그 이름을 따랐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 같은 이름의 절이 있어서 조정의 뜻을 따라 수선사(修禪社)라 하였다.”

초기불교적 전통에서는 선이란 선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동북아 대승불교 전통에서는 선이란 선정과 지혜의 총칭이다. 정혜사란 정혜결사의 정신을 대변하는 이름이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 정혜사가 있기에 수선사로 고쳤다고 한다. 선이란 바로 정혜의 총칭이니, 결과적으로 정혜의 결사 의미를 매우 잘 전달하는 용어이다. 또한 보조국사 이후로 고려불교는 교종에서 선종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는 역사적인 변동기였기에 적절한 이름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말법시대에는 오히려 염불하여 극락왕생을 기약하자는 정토종과 비교해서도, 수선사란 명칭은 비록 시대가 변한다고 해도 우리의 심성은 변하지 않는 까닭에 심성에 대한 깨달음을 강조하는 선종의 입장을 계승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318호 / 2015년 1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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