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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도량참법 정희자 씨

기자명 법보신문

숙제처럼 시작했던 참법
모르게 살생한 악업 참회
부족하나 전법의 길 발원

▲ 반야수·55
소극적인 불교신자였다. 이른 바 이전의 내 모습이 그랬다. 부산 대광명사와 인연을 맺었지만 내 모습은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대광명불교대학에 등록해 수업을 받고 있었지만 무엇 하나 나서서 하는 일은 없었다. 수행은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내가 자비도량참법을 만나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비도량참법은 꿈으로 다가왔다. 생생하리만치 자비도량참법을 하라는 꿈을 꿨다. 그 꿈에 저절로 발이 이끌리다시피, 아니 마음이 대광명사 종무소로 향했다. 일단 책부터 구입했다.

하지만 책만 샀을 뿐이었다. 자비도량참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사실 이 책으로 기도를 한다는 것도 책을 사면서 알았다. 시절인연이었으리라. 그런 내게 종무소에서 일하는 보살님이 절에서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곧 시작하니 기도대중 명단에 이름을 함께 올리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 말에 일단 기도명단에 이름만 올려놨다. 당시에 ‘참석은 하지 않고 이름만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 부담감은 컸다. 꼭 해야 할 숙제를 하지 않고 쌓아 놓은 것 같은 심정이었다.

인연은 참 지중하다. 그러던 차에 목종 스님이 ‘직지심경’ 강의 중에 뜻밖의 제안을 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3000배를 해야 하는데, 백중기도 기간 중 자비도량참법기도에 참여하면 3000배로 인정해준다고 했다. 귀가 쫑긋했다. 그렇게 시작된 자비도량참법은 어느새 내 삶에 쑤욱 들어와 자리 잡았다.

자비도량참법은 총 10권에 달했다. 이 자비도량참법을 언제 다 마칠까하는 막막함이 기도를 입재하는 심정이었다. 신기하게도 기도 중에는 한 권 한 권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면서 마지막 장까지 무사히 회향했다. 주지 스님이 자비도량참법에 동참하는 대중에게 뿌려주는 꽃비도 벌써 세 번을 받았다. 물론 3000배도 훌쩍 넘겼다.

어떤 보살님은 꽃비를 맞을 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한다. 나는 아직 신심이 부족한 지 아직 그런 큰 울림은 없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던 구절들이 어느 순간 가슴에 와 닿아 울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하게 되면 항상 주위의 소중한 인연들이 먼저 생각이 났다. 조상님을 비롯해서 인연영가, 유주무주 고혼 영가, 내가 알게 모르게 살생한 미물들까지 다 같이 이 기도의 공덕으로 극락왕생 상품상생하기를 발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예불할 때 역시 이 기도로 인해 조금이라도 주위의 인연들이 편안해지고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랐다. 궁극에는 부처님 법을 만나 깨달아지기를 간절히 발원하고 있다.

사실 자비도량참법 10권을 다 마칠 때까지는 유독 부끄러움이 많았다. 기도를 꾸준히 해 본 기억이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휴가철 유혹은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나 자신과의 약속을 완성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 이제는 다리에도 이른바 절 근육이 생겨서 절하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기도에 탄력이 붙어 아침에 절에 가는 시간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지금 나의 기도와 내 삶에는 부족한 모습이 많을 것이다. 수행하는 삶의 첫걸음에서 어찌 100% 만족을 찾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항상 염원해 두는 또 한 가지 발원이 있다면 주위의 인연들에게 법을 전하고 싶다는 점이다. 그 길을 가겠다는 각오 역시 다시금 가슴 속에 새겨둔다.

상대방을 거울 삼아 내 안을 보고 바깥경계에 이끌리지 않고 순간순간 알아차리고 깨어 있으려고 한다. ‘본래 마음, 오고 감이 없는 자리를 알아지이다’라고 발원한다. 자성불이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가 업으로 된 이 몸에 집착하고 이 몸이 나 인줄 알고 무지하게 살아왔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게 받아들이고 참회의 기도를 올린다. 
 

[1318호 / 2015년 11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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