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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도 ‘참여모델’ 구축해야

법보시론 - 불교도 ‘참여모델’ 구축해야


평가와 교육을 통한 불교개혁을 언급한 바 있거니와, 여기서는 또 다른 측면에서의 불교개혁론을 말하고자 한다. 한국불교가 불조(佛祖)의 혜명을 제대로 잇기 위해서는 참여모델을 진정하게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본다.



균형적인 참여 필요

이 땅 불교의 문제적 현실을 압축하는 것으로 몇 가지를 들 수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돈을 제대로 쓰지 않는 문제’(투명성 및 공의를 위한 삼보정재 투입의 결여)라고 필자는 한 지면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투명성은 왜 결여되는가? 사찰만 놓고 본다면 사부대중의 참여에 의한 재정운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출가자 뿐만이 아니라 재가자가 균형적으로 참여하는 체제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사찰 운영위원회같은 것을 구성하여 재정을 열린 행정으로 다룬다면, 삼보정재의 공의를 위한 투입도 높아질 것이다. 몇몇 깨인 의식을 가진 사찰에서 사찰운영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으나, 한국불교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 요원한 감을 피할 수 없다. 종단지도자들과 사찰운영책임자들의 한국불교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결단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참여모델의 구축은 사부대중의 균형적 참여에 기초하여 종단과 사찰의 운영체제를 확립하는 것을 말한다. 참여모델이 구축되면 한국불교는 다시 한번 흥왕할 수 있다. 집권 민주당이 침체의 늪을 벗어나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도 국민 경선제란 참여모델을 채택하여 실천한 것에 기인한다. 사회과학에서는 참여의 증대(increase of participation)를 발전의 핵심개념의 하나로 이해하고 있다. 불타의 승가공동체는 구성원 그 누구도 소외됨 없이 참여하는 가운데 운영되었으며, 불타 자신도 자자(自恣)의 대상이었고, 장로(長老)의 자격을 나이에 두지 않아 나이 때문에 참여를 제한하는 경우도 없었다.

뿐만이 아니다. 신라발전의 키워드가 되었던 신라불교의 키워드는 참여였다고 할 수 있다. 신라 최초의 사찰인 흥륜사의 금당에 안치되었던 신라불교 십성(十聖)의 소상(塑像)을 보면, 십성의 구성이 출가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삼국유사, 흥법편). 염촉(이차돈)과 사파(천민출신의 화엄성자)는 재가자였다. 신라의 불국토화는 신라불교의 참여불교적 성격에 바탕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출자가와 재가자, 왕실불교와 서민불교를 하나로 변증(辨證)하는 신라의 참여불교를 오늘의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참여는 한국불교 시스템 개혁의 기조가 되어야 한다. 시스템의 긍정적 변화가 개혁이라면, 이 개혁은 참여를 기조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종단운영방식, 불공방식, 포교방식, 사업방식 등 전 영역에 걸쳐 불교도와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방향을 취하여야 한국불교는 흥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조상천도제를 올리는 방식도 스님들께서 인도해 주시되, 그 조상의 자손들이 직접 독경하고 염불하는 방식을 띠어야 그 공덕도 수승하리라고 믿는다. 스님들께서 다 해 주시는 가운데, 자손들은 절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참여에 기초한 시스템 개혁이라 할 수 없다.



더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

물론 참여가 일시에 과도하게 이루어진다면 참여의 위기(participation crisis)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의 선후본말을 정하여 참여모델의 구축을 적극 시도한다면, 종도들은 우리 사찰, 우리 종단이라는 신심을 내어 모두가 불교흥왕의 주역으로 바로 설 것이다. 큰 사찰에서 주지와 삼직 스님만으로 수천 세대를 교화하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몇 단계의 엄정한 교육을 거쳐 스님들을 보좌하는 신도지도자들이 참여모델에 의해 배출된다면, 그 사찰의 성장을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참여모델을 더 이상 외면할 것인가? 오늘을 사는 이 땅 이천만 불교도들과 불교지도자들에게 묻고 싶다.



오영호 교수(위덕대 경영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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