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 바른 믿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生死의 깊은 강도 쉽게 건너리

기자명 이미령
몇 년 전, 중국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 보살님이 말했습니다.

“여행도 여행이지만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요. 중국 내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던 중에 엄청난 바람을 맞았지 뭡니까? 그 때 비행기가 어찌나 심하게 흔들리던지 똑 이대로 한국땅도 못 밟고 죽는구나 싶었습니다.”

간신히 비행기는 목적지에 착륙했고 승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서둘러 그 비행기에서 내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대지를 밟고 나니 그제서야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더라는 것입니다. 그제서야 생각난 그것, 그것은 바로 ‘관세음보살’이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극한상황에 빠지면 판단이 멈추어버리고 맙니다. 웬만한 이성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공황상태에 빠져서 어떤 행동을 취하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지 도대체 감을 잡지 못하게 됩니다.

관세음보살은 우리를 구제해주실 분이라고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정작 다급할 때에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는 평소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는 연습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한 이유는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불교에서는 ‘무조건 믿어라’라는 말하기를 좀 꺼려합니다. 부처님부터가 스스로 머리와 가슴으로 깊이 생각하고 실천해서 진리를 찾아냈으며, 그 분의 유언도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지침서가 되고 나침반이 되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판단과 이성을 믿고 따라야 합니다. 인과법칙에 충실하고 겸손과 양보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관세음보살에 대한 믿음은 그런 인과법칙보다 앞서거나 무시하고 번복하는 믿음이 아닙니다. 인과법칙을 굳게 디디고 선 뒤에 가져야 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믿음인 것입니다.

옛날 사위국 동남쪽에 깊고도 넓은 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저 힘센 것만 바라고 남속이기를 일삼으며 이익과 쾌락만을 추구하며 살았습니다.

그들을 일깨워야겠다고 생각한 부처님께서 그 강가의 어떤 나무 밑에 가 앉으셨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반듯하고 티없는 부처님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자신들도 모르게 숙연한 마음이 들어 절하였습니다.

곧이어 부처님은 그들에게 법을 펼치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게으름과 쾌락에 이미 젖어있던 터라 성현의 말씀을 듣기는 듣되 마음으로 믿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적’은 부처님도 금하던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교화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궁여지책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지요. 결국 부처님은 사람 하나를 만들어내어 강의 남쪽으로부터 물위를 걸어오게 하셨습니다. 그가 부처님 앞까지 뚜벅뚜벅 걸어와서 절을 올리자 사람들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였습니다.

“당신 누구요? 대체 무슨 신통을 지녔기에 물위를 걸어도 빠지지 않는게요?”
변화로 만들어진 사람이 답하였습니다.

“나는 강 남쪽에 사는 범부요. 부처님을 뵙고 싶었지만 강을 건널 수가 없었소. 그래서 강가에 있는 사람에게 수심을 물었더니 ‘복숭아뼈 정도밖에 차지 않는데 왜 건너지 않소?’라고 대답하셨소. 나는 그 말을 믿고 곧 그대로 건너왔을 뿐 다른 재주가 있는 것이 아니오.”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믿음과 정성만 가졌다면 생사의 깊은 못도 건널 수 있는데 몇 리의 강을 건넌 것이 무엇이 그리 신기한가?”『법구비유경』 제1권 독신품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