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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외면한 언론의 굴절된 시각

  • 기자칼럼
  • 입력 2015.11.23 13:44
  • 수정 2015.11.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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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 이후 16일 밤 조계사로 피신하면서 조계사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조계사로 향한 세간의 관심을 주도하는 역할을 자임한 언론들은 연일 한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고, 조계종의 입장을 전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여기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오는 언론 보도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16일 밤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몸을 맡긴 다음날부터 일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조계종 관계자의 말이라며 조계종이 곧 한 위원장을 내칠 것처럼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조계종에서 “공식입장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놓자, 이번에는 일부에서 “조계종이 범법자를 감싸주면 안 된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훈계를 하고 나섰다. 팩트(사실)를 찾을 수 없는 언론 보도는 이런 식으로 줄을 이었다. 자신들의 논조에 맞춤한 시각으로 현실을 호도하려는 듯, 시종 굴절된 렌즈를 들이대고 있는 모양새다.

팩트를 외면한 언론의 굴절된 시각은 급기야 심각한 무리수를 동반하기도 했다. 18일 ‘법보신문’이 한 위원장 인터뷰 기사를 단독 보도한 후, 한 매체는 “한 위원장은 조계사에 은신하면서도 17일 민노총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18일엔 법보신문과 인터뷰를 하는 방식으로 12월5일 도심 시위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외부에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과 법보신문의 인터뷰 내용 그 어디에도 시위 독려 메시지는 없었다. 팩트를 외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소설 수준의 지어내기를 한 셈이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팩트에 근거한 보도를 할 때 그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 스스로가 정한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상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선전선동에 불과할 뿐이다. 최근 조계종에서 특정 매체를 해종매체로 규정하는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한 것 역시, 조계종이 그들 매체의 보도행태가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악성 선정선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언론은 분명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하지만 이때도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사실이라고 판단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갖춘 보도여야 함은 당연지사다.

▲ 심정섭 부장
지금 조계사에 몸을 의탁한 한 위원장과 조계종의 입장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언론이라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교과서 국정화와 노동개혁을 서민 삶을 옥죄고 자유를 질식시키는 일로 생각해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굴절된 렌즈를 들이대기 전에, 팩트라도 확인하는 것이 언론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세일 것이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1320호 / 2015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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