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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약자 품는 건 ‘성스러운 사명’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11.23 13:51
  • 댓글 3

경찰 수배를 받고 있는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해 들어왔다. 조계사가 조계종 총본산이고, 이 도량에 조계종 총무원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조계종 품으로 피신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사실을 접한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교계에 ‘가르침’을 전했다. 그것도 조계종 총무원이나 조계사 관계자들을 만나 전한 게 아니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발언한 것이라 하니 충격적이다.

“조계종이 한상균 위원장을 보호하는 인상을 국민에 줘서는 크게 대접 받지 못할 것이다. 조계종 지도자들께서는 한상균 위원장을 설득해 검찰에 출두하도록 하는 것이 종교인의 역할이다.”

발언 내용의 행간을 짚어볼 때 서청원 최고위원이 말하는 그 ‘대접’이란 ‘인격이나 지위, 또는 자격에 걸맞게 대함’의 대접으로 보인다. 결국 ‘한상균 위원장을 보호하면 조계사 주지, 조계종 총무원장 지위에 걸 맞는 예의존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소리 아닌가? 나아가 불자들 역시 대중들로부터 지탄 받을 것이라는 소리 아닌가? 겁박의 선을 넘어 오만하기 짝이 없다.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 이 정도 수준 밖에 안 된다니 정말이지 한심스럽다. 사과 했다 해서 그 일이 금방 잊혀 질 것이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주지하다시피 시국사범들이 조계사를 찾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접어들면서부터다. 2002년엔 발전노조 조합원 150여명이 찾았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간부와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6명이 2008년 여름 조계사를 찾은 바 있다. 2013년 겨울엔 철도파업을 주도했던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 부위원장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조계사든, 총무원이든 불교계는 한 번도 그들을 내친 적이 없다. 그들의 주장이 옳았기 때문만도 아니고, 그들에게 편중된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공권력에 쫓기는 그들은 약자다. 단 하루라도, 강력한 공권력에 맞서 약자 편에 서 줄 수 있는 단체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되는가? 종교계마저 외면한다면 쫓기는 그들에게 물 한 모금 건네 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을 보호해야만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부처님 품안에 들어 온 사람은 내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라면 더욱 그렇다. 불교계 사부대중이 그 언제인가부터 침묵 속에 서로 약속한 성스러운 원칙이고 사명이다.

조계사를 찾는 대중은 일주문 출입 때마다 전경들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야 하니 다소 불편할 것이다. 대자대비심으로 이해해 주기 바란다. ‘고통 받는 중생을 끌어안는 것이 붓다의 존재 이유’라는 화쟁위원회의 말을 새겨야 할 때다.


[1320호 / 2015년 11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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