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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건한 신심 기반한 실천행, 참불자되는 여정이죠”

  • 교계
  • 입력 2015.12.04 23:59
  • 수정 2015.12.05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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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 청계사 108선원순례단, 12월2일 제13차 순례 현장

 
의왕 청계사 108선원순례단
12월2일 제13차 순례 성료
봉선사·삼성암·도선사 방문
“수행·기도·나눔 하나된 법석”

겨울비가 몰고 온 영하의 추위도 순례에 나선 불자들의 뜨거운 신심을 막지 못했다.

한겨울 폭우가 쏟아지던 12월2일, 의왕 청계사(주지 성행 스님) ‘마음따라 향기법문 108선원순례단’이 제13차 순례에 나섰다. 남양주 봉선사를 시작으로 서울 삼성암과 도선사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새벽 7시30분 청계사에서 출발한 버스는 오전 9시경 첫 순례지인 봉선사에 도착했다.

정갈한 하얀색 단복을 갖춰 입은 40여명의 회원들은 굵은 빗줄기에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도량을 참배했다. 참배에 이어 10시30분에는 대웅전 옆 관음전에서 사시예불이 봉행됐다. 사시예불은 순례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성행 스님의 집전으로 진행된 예불은 육법공양, 한글 예불문 낭독, 관세음보살 정근 등으로 진행됐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에도 예불에 임하는 회원들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목탁소리에 맞춰 독경하고 절하는 모습 하나하나에 굳건한 신심이 묻어났다.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이 이끄는 ‘마음따라 향기법문 108선원순례단’은 회원들의 남다른 원력과 신심으로 이미 유명하다. 정기적으로 전국 사찰과 선원을 순례하는 방식은 여타 순례단과 다르지 않지만, 순례 현장의 여법함과 회원들의 자세, 신심을 기반으로 한 실천행에서 남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108선원순례단은 명칭 그대로 ‘선원 순례 원력’에서 출발했다. 단장 성행 스님이 십수년간 개인적으로 지속해 온 선방 대중공양에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2011년 출범, 이듬해인 2012년 1월 청계사와 불국선원 등 6개 사찰 순례로 첫발을 내딛었다.

선원 순례를 주로 하는 만큼 사중 일정을 최대한 존중하는 가운데 조용히 움직인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순례가 되려 사찰과 선원 대중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성행 스님의 뜻에서 비롯됐다. 봉선사 사시예불을 대웅전이 아닌 관음전에서 봉행한 것도 이 같은 원칙에 따른 것이며, 같은 이유로 순례단의 정원도 버스 한 대로 이동 가능한 인원인 44명으로 제한했다. 이는 108선원순례단이 대부분의 사찰에서 환영받는 주된 요인이기도 하다.

 
유경희(자연) 108선원순례단 회장은 “대중 스님들께 방해가 되면 안된다는 스님의 뜻이 워낙 확고하다보니 단원들 모두 사찰에 가면 언행이 조심스러워지는 것은 물론, 어떨때는 자연스레 묵언 수행이 이뤄질 정도”라며 “특히 순례단 소임자 입장에서는 대상 사찰에 미리 공문을 보내 양해를 구하고 사찰의 상황을 최우선으로 일정을 짜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제는 순례단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8선원순례단의 핵심은 매년 안거 기간 선방에 올리는 대중공양이다. 선방은 조계종의 골수인 ‘선불교’의 맥이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선방에서 정진하는 수좌 스님들에게 공양 올리는 것은 한국불교를 외호하는 불자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길이라는 신념이 기반이 됐다. 특히 대중공양과 함께 수좌 스님의 법문을 청해 듣는 법석은 단원들의 신심을 고취시키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이 같은 신심을 토대로 안거기간 외에 진행되는 순례 역시 모든 과정이 기도·보시와 함께 이뤄진다. 버스를 타고 순례지로 향하는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기도와 정근으로 몸과 마음을 다스리며, 순례지에서 부처님 전에 올리는 꽃과 떡, 과일 등도 새벽부터 회원들이 직접 마련해 온 공양물로 마련된다.

불전함에 보시하는 과정도 신행의 하나다. 관세음보살 정근이 이어지는 가운데 저마다 정성껏 마련한 봉투를 불전함에 넣고 발원을 올릴 뿐 아니라, 매 순례마다 전용 보시함에 기금을 적립해 불우이웃돕기로 회향한다. 순례단 전용보시함에는 매년 이렇게 모연되는 금액이 200~300만원에 달한다. 순례를 통해 굳건해진 신심이 신행과 수행, 나눔 등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성행 스님은 “많은 곳을 순례하기보다 한 곳을 가더라도 진정한 순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매 순례마다 정성과 진심을 다하도록 이끌고 있다”며 “순례를 통해 불자들이 사찰의 예법을 몸에 익힐 뿐 아니라 기도하고 수행하는 자세, 공양 올리는 정성, 보시의 실천행 등이 두루 어우러져 그 자체가 참불자로 거듭나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날 진행된 제13차 순례는 마지막 순례지인 도선사에서 소원지 공양을 끝으로 회향했다. 소원지 공양은 지장전 옆 소대(燒臺)에 각자의 발원을 쓴 소원지를 넣어 태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원지가 태워지는 동안 회원들은 약식 예불과 함께 광명진언과 참회진언을 봉독하며 그동안의 과오를 참회하고 소원성취를 발원했다. 이어 회원들은 순례단 전용 보시함에 불전을 보시, 소외이웃을 위한 정성을 모연했다.

“오늘의 기도 공덕으로 법계의 모든 중생을 제도하고 죄와 업을 소멸하길 발원하옵니다. 세세생생 바른 길로 부처님의 법을 깨쳐 일생의 모든 지혜 이루게 하소서.”

순례가 진행되는 동안 어느새 비가 그치고 청명한 기운이 순례단을 감돌았다. 순례를 회향하며 성행 스님이 전한 염주알 하나하나에는 저마다 신심과 발원이 새겨졌다. 어쩌면 이 염주알들이 108개 모이는 여정은 그 자체로 중생 마음자리에 부처님 한분 나투는 과정일지도 모를 일이다.

남양주=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22호 / 2015년 12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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