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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자타일시 성불도

기자명 서광 스님

보살 삶 서원했다면 먼저 중생에게 다가서라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끝이 없는 세계에 칠보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고 할지라도, 보살의 마음을 일으켜서 ‘금강경’의 네 구절을 익히고 독송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설명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복이 더 뛰어나다. 단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줄 때는 설명해 준다는 의식에 집착하거나 오염되지 않고 진심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일체의 모든 유위법(인연화합으로 이루어진)은 꿈, 환상, 물거품, 그림자, 이슬, 번개와 같은 것이라고 관찰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설명하시고 마치니, 수보리장로와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모든 세상의 천신·인간·아수라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부처님 일생은 중생 위한 행보
‘금강경’ 말하는 공 본질은 자비
수행자라면 산속 머물 수 없어
최고 깨달음은 세간에서 가능

위의 내용은 ‘금강경’의 마지막 대목이다. 그러므로 궁극의 깨달음을 구하는 보살이 어떻게 마음을 닦고 유지해야 하는가를 묻는 제자들을 향해서 부처님께서 마무리를 지어주시는 부분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한마디로 부처님의 결론적 말씀은 사람들에게 불법을 가르쳐주라는 것이다. 어떻게? 가르침을 줄 때는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생각 없이 진실하고 겸손한 자세로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하라는 것이다. 달라이라마가 소위 서양의 최고 학자들, 과학자들, 연예인들까지도 감동시킬 수 있었던 무기가 바로 소박함, 다정함,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마음이었다. 특히 불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그들로 하여금 불법을 알게 했던 달라이라마 최고의 방편적 기술은 묻는 것이었다. 그들이 하는 일에 진정한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 그래서 서양의 과학자들과 각계의 전문가들은 달라이라마를 위해서 다람살라까지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서 미니 워크숍을 열어 각자 자기분야의 전문지식을 설명했고, 달라이라마는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또 진지하게 물었다.

학자들의 입장에서 달라이라마가 던지는 질문들은 다른 누구에게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 지혜와 자비가 넘쳐나는 질문(그들의 지식이 진정으로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사용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에서 나오는)이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모임은 점차 커졌고 장소는 세계 곳곳으로 옮겨졌으며 보다 많은 사람들의 유익을 위해 대규모 워크숍과 법회로 발전했다.

왜일까? 배우는 것이 바로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리는 양방향이지 일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연기의 법칙이다. 어쩌면 요즘처럼 에고가 강하게 드러나는 시대에는 가르쳐서 깨우쳐주려고 하기보다는 배움의 자리에서 깨우쳐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부처님의 삶을 아는 사람들은 결코 조용한 산속에 머물기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부처님의 전 삶이 중생들의 이익을 위한 전법과 교화활동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살의 삶을 살고자 서원한 사람들은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도움이 필요한 자가 먼저 자신을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통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생각조차 일으킬 수 없고, 심지어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살이 먼저 중생들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금강경’에서 수보리의 눈물을 이해한 사람들은 세상을 등지거나 자기네끼리만 모여서 수행하기를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공(空)의 본질이 자비임을 알기 때문에 최고의 깨달음은 세상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가운데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한 각자가 처한 그 자리 자체가 바로 공(空)한 자리임을 알고, 지혜와 자비는 무조건 배우거나 노력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한 마음으로 연기를 실천하고 나누는 관계 안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322호 / 2015년 12월 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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