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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언어 돋보이는 시조집 두 권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석간수 한모금 같은 청량함을 읊어 볼까

[어느 날의 여행에서] 김원각 지음

[수를 놓는 가을 햇살] 일연 스님 지음




한 갑자 돌아 예순의 문턱을 넘어선 중견 시조시인과 설악산 중턱 암자에 몸을 의지하고 참선과 시를 수레의 두 바퀴처럼 기울어짐 없이 이끌어온 비구니 스님. 각기 다른 삶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이 두 시인의 시조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담백한 석간수 같은 무공해의 청량감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에 시조 ‘목련’으로 등단한 시조시인 김원각(동국대학교 동국역경위원) 시인의 시조집 [어느 날의 여행에서]는 평범하고 쉬운 시구와 단순하고 명료한 의미의 시조들이 쉽게 눈길을 잡는다. 세간의 평론가들은 김 시인의 시조를 가리켜 “무심하게 읽어야 할 시조”라 평한다. ‘굳이 의미를 캐려 애쓰지 않되,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마음에 새기며 읽어야 제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시가 이처럼 독특한 특징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시조의 근간이 불교적 토양에 단단히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북풍한설 막으려면 땅 위에 집을 짓고/ 모든 번뇌 막으려면 마음에 집 세우는데/ 허공에 올려 놓은 집/ 땅도 마음도 끊어졌네. (일선사)‘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안보고 손가락만 보더라’고 했던가. 신기루와 같이 허공에 집을 놓고 번뇌를 막으려 하는 어리석음에 대한 뼈아픈 반성. 작가의 시조는 용맹정진에 든 선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김 시인의 시조가 생활 속의 수행으로 담백함을 전한다면 일연 스님의 시조집 [수를 놓는 가을 햇살]은 수행자의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자유와 구도의 열정이 또 다른 청량감을 준다. 서울신문 신춘 문예로 등단한 일연 스님의 네 번째 시조집으로 설악산 중턱에서 건져낸 무공해의 시상들이 담겨있다.



그대 멀 길 떠난 후/ 장부 모습 처음 봅니다/ 이승의 사람 아닌/ 바위로 오셨지만/ 나 또한/ 사람 속에 없고/ 눈 속에 있습니다.(한계령 첫눈)여수 앞 바다 보다 넓은/ 님의 마음을 봅니다/ 해를 안고 달을 업고/ 한 점 구름으로 와서/ 당신 손 꼭 잡은 듯이/ 땀을 쥐고 내려옵니다. (향일암에서)시인의 호흡과 시어에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들어있지만 그 속에는 눈 맑은 수행자의 길이 한치 흐트러짐 없이 담겨 있다. ‘시는 곧 선으로 통하는 그윽한 길일 것이다’라는 스님의 자평처럼 수행자로 시인으로 그리고 영원한 자유인으로 남길 바라는 스님의 구도행이 올곧게 흐르고 있음에 흐믓해 진다. 태학사, 토방, 각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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