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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앞에 도반으로 나툰 모든 부처님 감사합니다”

제2회 조계종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 템플스테이

▲ 이른 아침, 참가자 전원은 명원 스님과 함께 청계산 잣나무 숲으로 포행에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고 법보신문과 불교방송이 공동주관했던 ‘제2회 신행수기 공모’의 감동이 의왕 청계사까지 닿았다. 12월5~6일 청계사에서 진행된 ‘조계종신행수기 당선자 템플스테이’에서 참가자들은 하룻밤을 함께 기도하고 서로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아픔을 보듬고 행복을 나눴다.

1·2회 수기 당선자들 14명 참가
12월5~6일 의왕 청계사서 개최
경내 둘러보며 겨울 산사 ‘만끽’
발우공양·포행·명상 등 체험
이야기보따리 풀며 울고 웃기도
“우리 모두는 함께 정진할 도반”

12월5일 오전 서울, 제천, 양산,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온 당선자들이 청계사에 도착했다. 2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 16명 가운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이들을 제외한 10명이 이날 템플스테이를 함께했다. 지난해 제1회 신행수기 당선자 4명도 함께해 만남이 더욱 뜻 깊었다.

▲ 성행 스님은 참가자들에게 전각도장을 선물하며 정진을 당부했다.

시상식 후 반년 만에 만난 참석자들은 잠시 해후의 기쁨을 나눈 후 입재식을 봉행했다. 입재식에서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은 먼저 수기를 통해 공개된 참석자들의 신행생활을 높이 평가했다. 스님은 “진심이 느껴지는 수기를 읽다보니 기도와 수행으로 온갖 역경을 이겨낸 여러분들이 진정한 부처님 제자임을 느꼈다”며 “가피는 내 주위에 머무는 먼지와 같고 마시는 공기와 같다. 생활 속에서 더 큰 가피가 여러분과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행 스님은 참가자 전원에게 전각도장과 죽염을 선물로 나눠주고 끊임없는 정진을 당부했다.

입재 후 참가자들은 명원 스님과 청계사 경내를 거닐며 절이 품은 긴 역사를 들었다. 먼저 아미타삼존이 있는 극락보전 안으로 경건히 발을 들이고 불상 앞에 머리를 숙여 삼배했다. 이어 청계사의 명물인 거대한 와불상 앞에 섰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얻고자 하는 경건한 마음으로 차례차례 발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부처님 앞에 다시 한 번 예를 갖춰 삼배를 올렸다.

▲ 발우공양을 통해 참가자들은 새삼 먹는 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저녁공양은 발우공양으로 진행됐다. 청수물을 돌려 그릇을 헹구는 것으로 공양이 시작됐다. 시금치와 콩나물 무침, 콩고기 부침개, 김치 그리고 무국이 찬으로 나왔다. 단출한 식단이었다. 한 알의 곡식이 내게 오기까지 수고로움을 겪었을 많은 이들을 생각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공양했다. 식사를 끝내고 본인이 사용한 식기들을 각자 정리했다. 타인의 노고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참가자 백두현씨는 “새삼 먹는 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느꼈다”며 “세상에서 사람들이 너무 과하게 먹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밥상은 배를 채울 기름지고 맛난 음식이 얼마나 담겨 있는가를 중심으로 채워지는 듯하다”며 “그릇을 말끔히 비움으로써 마음의 수양까지 쌓아가는 스님의 발우를 통해 문득 속가의 삶이 넘치도록 풍요롭고 기름져 쾌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 공양 후에는 참석자들의 이야기나누기 시간이 이어졌다.

공양 후에는 참석자들의 이야기나누기 시간이 이어졌다. 남편이 갑작스럽게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진심을 다해 기도했던 이야기를 수기에 담아 바라밀상을 수상했던 이경휴씨는 담담하게 남편의 죽음을 알렸다. 이경휴씨는 “남편이 떠나기 직전 꿈에 나타나 신행수기 수상패를 가슴에 품고 먼저 가겠노라고 말했다”며 “남편을 홀로 떠나보내기가 너무 힘들어 수상패를 함께 땅에 묻었다”고 가슴 속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냈다.

타국에서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후 반찬가게에서 일하며 악착같이 자식들을 키워낸 김애경씨는 난소에 혹이 재발해 수술한 몸이었지만 템플스테이에 동참해 참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는 “짧은 영어와 생소한 문화 속에서도 항상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하며 삶을 이어 간다”며 “부처님 정법으로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넘길 수 있었다. 병마도 잘 극복 하겠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 참가자들은 청계사 경내를 거닐며 절이 품은 긴 역사를 들으며 경내를 참배했다.

양산 통도사 아래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며 매주 학생들과 통도사 법당에 들러 참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김호준씨는 “늘 선생 노릇 잘 하겠다고 마음 속으로 발원한 뒤 절을 한다”며 “부처님 가피로 불지종가 아래에서 교단에 서게 됐으니 마음이 흔들릴 때면 부처님 전을 찾아 기도하면서 염원을 실천하는 교사로 살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난폭했던 아이들이지만 좌복 위에서는 얌전히 절하는 작은 부처들이 보인다”고 미소 지었다.

1기 수상자들도 지난 1년간 담아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펼쳤다. 전명숙씨는 “지난해 선운사에서 열린 제1회 신행수기 공모 당선자 템플스테이 이후 행복한 기분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고 있다”며 “상 받았다는 기쁨과 함께 기도 정진할 도반들이 생겼다. 그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말했다. 6년째 유방암 항암치료 중인 양현정씨도 “신행수기 덕분에 덕담을 나누고 정진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도반이 생겼다”며 “당시엔 죽는 것이 두렵고 무서웠는데 함께 수행하는 이들로 인해 좋은 결실을 맺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야기나누기는 예정됐던 시간이 훌쩍 넘은 저녁 10시30분에야 마무리됐다.

▲ 새벽 4시, 새벽예불이 진행됐다.

이튿날 새벽 4시. 참가자들은 모두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 법고 소리를 따라 대웅보전에 다다른 참가자들은 새벽예불로 하룻밤 품을 내주신 불보살에게 감사인사를 올렸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명상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세파에 시달려 몸 돌볼 여유가 부족했던 참가자들은 뒷전으로 미뤄둔 탓에 듣지 못했던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몸의 긴장을 풀어내고 호흡에 집중했다.

▲ 명상을 통해 그동안 듣지 못했던 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호흡에 집중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명원 스님과 함께 잣나무 숲으로 포행을 나섰다. 며칠사이 기온이 뚝 떨어져 몸은 움츠려 들었지만 포근하고 따뜻한 아침 햇살이 쌓인 눈과 함께 눈부시게 빛났다. 신선하고 맑은 공기가 폐 깊숙이 파고들어 정신을 더 맑고 또렷하게 만들었다.

우선 청계사 5대 선사 부도전으로 발길을 옮겼다. 청계사는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 경허 선사의 출가사찰로 경허선사의 선맥을 이은 만공, 금오, 월산 선사의 체취가 경내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근현대를 대표하는 5명의 선지식에 대한 부도탑 앞에서 예를 다해 삼배를 올렸다.

포행을 마치고 매화꽃차의 은은한 향을 맡으며 스님과 차담을 나눴다. 스님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과 현재 가장 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주제를 던졌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며 참가자들은 하나둘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상대방의 발원에 귀 기울이며 그 소원이 꼭 이뤄지길 염원했다.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는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도 사라졌다.

▲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과 함께한 참가자들.

점심공양을 마치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하룻밤 만에 함께 수행할 도반이 된 참가자들은 합장으로 예를 다해 작별인사를 나눴다. 자신의 인생에 부처님으로 나툰 모든 도반들에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눴다. 서로 도우며 더욱 정진하자고 약속했다. 내년에 맞이할 세 번째 신행수기 도반을 기대하며 아름다운 기억을 간직한 채 청계산을 내려왔다.

의왕=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23호 / 2015년 12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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