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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조계사 침탈, 결코 잊지 말아야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15.12.15 10:33
  • 댓글 0

경찰이 조계사를 침탈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교계 단체의 강력 경고에도 경찰은 12월9일 오후 조계사 관음전 앞까지 들어와 한상균 민노총위원장 체포 작전을 벌였다.

공권력 투입에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대통령의 뜻과 배치되고,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평화문화를 바라는 시민사회와 종교계, 불교계에 더하여 범국민의 이름으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불교의 지혜와 자비에 의탁한 일개 범부의 사정을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교구본사주지협의회, “조계종의 중재마저 거부하며 불통의 길을 걷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선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등의 교계 단체도 화쟁위원회와 뜻을 같이했다. 교계가 공권력 투입에 이토록 강경입장을 견지한 건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안을 평화적으로 풀기 위한 것이었다.

한상균 민노총위원장이 자진출두 하지 않고 조계사 피신 기간을 더 연장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투입이었다고 경찰은 항변하겠지만 당시 상황을 종합해 보면 공권력 투입은 화쟁위원회를 믿고 좀 더 기다려야 했다. 12월 제2차 민중총궐기는 누가 보아도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은 없었고 폭력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 ‘평화의 꽃길’로 명명된 이러한 새로운 시위문화를 누가 주도해 조성했는가? 화쟁위원회 아닌가?

한상균 민노총위원장이 ‘노동법 개악 저지’를 위해 조계사에 좀 더 머무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직후부터 화쟁위원회는 민노총 집행부와 밤샘 토론을 해 가며 협의를 진행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를 떠나야 한다거나, 머물러야만 한다는 전제가 있었던 게 아니다. 민노총의 입장을 충분히 들은 후 그에 따른 묘안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었다.

공권력 투입이 감지되자 총무원과 조계사 직원 등 사부대중 100여명은 한상균 위원장이 피신해 있는 조계사 관음전 출입문을 봉쇄한 채 ‘석가모니불 정근’을 시작했다. 성스러운 도량에 함부로 들어서지 말라는 경고였으며 또한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기다려 달라는 당부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교계의 평화 메시지를 무시한 채 대규모 병력을 투입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중재가 아니었다면 경찰병력은 전각까지 침탈했을 것이다. 결과는 어떠했나. 결국 한상균 위원장은 자진출두 않았는가 말이다. 정부와 경찰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해 두어야겠다.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이 서 있는 조계사 도량을 침탈했다는 사실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1323호 / 2015년 12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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