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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자타일시성불도-상

기자명 서광 스님

금강경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쉬운 진리

지난 호를 마지막으로 ‘금강경의 치유적 읽기’를 마쳤다. 이제 그동안 44회에 걸쳐서 공부한 내용을 토대로 ‘금강경’의 핵심인 공, 무아,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연기, 무상 등의 가르침에 대해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부처님 대신할 스승 없을수록
부처님 만나려는 절실함 중요
모든 인연들에 자애로운 것이
금강경 핵심 가르침 따르는 것

‘금강경’은 서기 150년에서 200년 사이에 성립된 내용으로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이루시고 나서 21년째 되던 해부터 시작해서 21년간 설법하신 내용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35세에 깨달음을 이루셨으니 ‘금강경’은 대략 56세부터 77세 사이에 설법하신 내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나이는 인간의 발달적 측면에서 볼 때, 특별한 깨달음의 경지가 아니더라도 인생의 경험이 성숙하고 완숙해지는 연령으로 포용과 수용, 그리고 한계와 여유를 아는 그런 지극히 인간적이며 통합적인 시기이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이 시기에 말씀하신 공, 무아가 과연 지금까지 우리들이 공부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난해하고 심오해서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학술적이고 건조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 반대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는 평범하고 단순한 내용이었을까? 개인의 근기에 맞추어 팔만사천가지로 법을 설하신 부처님을 상상해 보건데, 왠지 후자였을 것 같다. 승찬대사가 ‘신심명’에서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고 했듯이 가슴으로 ‘금강경’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부처님의 말씀이 너무 단순해서 당혹스러웠을지도 모른다. 마치 100kg의 무게인 줄 알고 들어 올렸는데 10kg이었을 때의 당혹감처럼 말이다. 수보리존자가 부처님과 같은 최상의 깨달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부처님께서는 일단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 생물·무생물 가리지 말고, 한 존재도 예외를 두지 말고, 그들 모두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보살행을 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그런 다음 일상의 삶, 인간·자연과의 관계에서 서로 돕고 협력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기적 삶(생태적 삶)을 실천하면 최고의 깨달음, 자유,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답변하신 내용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동안 이처럼 평범하고 쉬운 부처님의 가르침이 심오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일까? 그리고 ‘금강경’을 설명하는 우리는 왜 그렇게 공, 무아, 무상 등을 복잡하고 딱딱한 말들로 이해시키려 했던 것일까? 어쩌면 몸과 가슴으로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들을 머리와 말로 배우고 익히려고 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또 몸과 가슴으로 직접 보여줘야 할 내용들을 말과 입으로만 보여주려고 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부처님을 죽이려고 했던 앙굴리말라와 같은 살인자조차 부처님의 감화를 받고 수행자가 되었고, 또 부처님 당시에 무수한 제자들이 단지 부처님의 말씀만 듣고도 탐욕과 화, 어리석음을 단번에 소멸하고 아라한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부처님께서는 입이 아니라 몸과 가슴으로 말씀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들은 귀로만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것이 아니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부처님께서는 당신의 삶, 몸을 시청각 자료로 삼고 연기, 공, 무아 등을 직접 시연해주셨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단번에 이해하고 따라서 실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처님을 대신할 스승을 만나기 어려운 우리들은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가슴깊이 부처님의 모습, 삶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상상하면서 온 몸과 온 마음으로 부처님을 만나려는 태도이다. 그리하여 시공간을 초월해서 법을 배우고 느끼고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 내면의 부처님을 일깨우는 것이다. 나아가서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들을 향해 자애로움, 연민심, 기쁨, 평등심을 실천하여 각자의 내면에 내재된 불성과 접촉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금강경’의 핵심 메시지인 자타일시성불도를 실천하는 것이다. 

서광 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seogwang1@hanmail.net
 

  [1323호 / 2015년 12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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