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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간화선과 관련된 이슈들 (2) 조사선과 간화선

기자명 인경 스님

진리의 형태는 다양하나 본질은 변하지 않아

조사선과 간화선은 동일한가? 체험적인 깨달음의 측면에서 보면, 그 사상적 내용은 동일하다. 이렇게 보면 부처님의 깨달음이나 조사들의 깨달음은 서로 다르지않다. 이점은 보편적인 진리를 이야기한다. 이치로 말하자면 서로 다르지 않다.

조사선, 당 육조혜능 이후 시작
간화선, 송 대혜종고 이후 출현
대표적 차이점은 교외별전 사상
역사 위에 펼쳐지는 양상일 뿐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진리는 역사나 시대가 바뀌어도 그 본질에는 변화가 없지만, 진리가 역사 속에서 문화로서 어떤 형태를 갖고 드러나게 되면 그 양상은 다양해진다. 병통이 다양한 까닭에 처방전으로서 팔만사천 법문이 이루어진 것이고, 시대와 역사적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모해왔다.

조사선과 간화선도 마찬가지다. 조사선의 출발점은 당나라 육조혜능 이후이고, 간화선은 송나라 대혜종고 이후에 출현했다. 이것이 역사적인 관점이다. 이치와 진리의 입장에 서면 모든 차별은 의미가 없다.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는 모든 차별에 의미가 있다. 그렇게 다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시대적 인연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양자를 모두 인정하고 출발해야 할 것 같다. 동질성은 차별성을 극복하게 하고, 차별성은 동질성의 역사성을 구현하기 때문이다. 부처님 시대에는 당시 바라문의 사상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법이 설해졌고, 육조혜능은 북종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연유가 있고, 대혜종고는 공안을 중시하는 묵조선을 비판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점을 우리는 역사적 관점이라고 부른다.

조사선과 간화선의 대표적 차이점은 교외별전(敎外別傳) 사상이다. 교외별전은 당나라가 아니라 송나라에서 비롯된 혹은 발견되는 사상이다. 혜능이나 황벽의 어록에서 교외별전이란 용어를 찾아볼 수 없다. 이를테면 고려의 천태종을 개창한 의천(義天)은 북송의 선종을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옛 선과 지금의 선은 매우 다르다. 옛날의 선은 교에 의지하여 선에 들어갔지만, 오늘날의 선자들은 교를 떠나서 선을 설한다.”(‘불조통기’권14, 고려의천승통조, p.223下)

여기서 옛 선이란 당대의 조사선이고, 지금의 선은 송대 임제종의 선을 말한다. 이런 관점은 야나기다 세이잔(柳田聖山)의 ‘초기선종사서の연구’(동경: 선문화연구소, 소화41, p.462.)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선종의 모토로 알려진, ‘교외별전 불립문자 직지인심 견성성불’은 당대의 자료에 산재하지만, 완전한 4구가 출현한 것은 송대에 들어와서 비롯되었다. 돈오선법을 대변하는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란 용어는 황벽희운(?~850)의 ‘완릉록’(속장경119, 832上)이나 ‘전심법요’(대정장48, 384a)에서 발견되고, ‘교외별전’이란 용어는 ‘조당집’ 제육의 석상화상(807~888)장, 설봉의존(822~908)의 ‘설봉어록’(속장경119, 475)과 법안의 ‘종문십규론’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시이 슈도(石井修道)는 ‘송대선종사の연구 p.119.’(동경: 대동출판사, 소화62년)에서 북송 1004년에 제작된 ‘경덕전등록’은 “선교일치 사상에서 교외별전 사상으로 선사상사가 옮겨가는 시점에서 성립되었다”고 그 역사적 성격을 파악하고 있다.

이점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라말 9세기에 들어온 구산선문의 조사선은 결코 교외별전의 사상을 견지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신라말의 도의나 무염은 결코 공안을 언급하거나, 화두를 참구하라는 가르침을 편 적이 없다. 화두참구와 교외별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13세기 제작된 보조의 ‘간화결의론’(1210년)이 최초이고, 부처(의 가르침)도 (진귀)조사에게 인가를 받았다는 교외별전의 설은 ‘선문보장록’(1294년)에서 비로소 박련되고 논의된다. 이런 사상은 그 이전에는 결코 발견되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조사선과 간화선은 엄격하게 구별되는 선법이다. 이들 선법의 성립은 그 역사와 시대적인 배경이 서로 다르다. 물론 모든 가르침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하지만 하나가 역사 위에서 펼쳐지면 서로 많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인경 스님 명상상담연구원장 khim56@hanmail.net
 

  [1323호 / 2015년 12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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