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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와 불음주계

  • 기자칼럼
  • 입력 2015.12.21 13:22
  • 수정 2015.12.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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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요즘, 각종 모임이 넘쳐난다.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과 정다운 시간을 보내다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 있으니 바로 술이다. 술을 음식으로 여기고 비교적 너그러운 것은 우리 문화가 농경과 유교를 근간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유독 연말연시에 음주사고가 빈번한 것도 잦은 술자리만큼이나 음주에 너그러운 우리의 문화가 한 원인인 셈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불교계 또한 예외가 아니다. 불교행사에서도 법회 후 뒤풀이 장소에서 음식과 함께 술이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모 단체의 경우 3사순례 후 뒤풀이 장소로 횟집을 공지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종 행사가 잦은 이즈음이면 교계 인사의 음주사고 소식이 예외 없이 들려오기도 한다. 불자라 함은 삼보에 귀의하고 계(戒)를 받은 이를 말한다. 수많은 불교 계율 중 가장 근본이 되는 계목은 불살생(不殺生), 불투도(不偸盜), 불사음(不邪淫), 불망어(不妄語), 불음주(不飮酒) 5가지다. 이 가운데 가장 지켜지지 않는 게 불음주계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술이 몸에 이익 되게 하는 점은 물론 존재하지만 이익은 아주 적고 해가되는 면이 아주 많기 때문에 마시지 말아야 한다. 나를 스승이라 하는 이는 초목이라도 술 속에 넣었던 것은 입에 넣지 말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건강을 잃고’ ‘싸움이 늘고’ ‘명예를 잃고’ ‘지혜가 줄고’ 등 술을 마시면 받게 되는 과보를 10개 항목에 걸쳐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이 부처님께서 불음주계를 강조한 것은 음주가 다른 계를 범하는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기실 앞의 네 계목은 상호 영향이 적지만 불음주계는 앞의 네 계목과 모두 깊은 연관이 있다. 술은 사람의 정신을 흐리게 만들고, 그로 인해 쉽게 살생하고 훔치고, 음란한 행위와 망언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출가수행자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적 규칙인 ‘율(律)’과 달리 ‘계’는 도덕적이고 자발적인 규범에 해당된다. 따라서 계를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징계나 제재를 받지 않는다. 또한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있어 술을 배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최선은 스스로 절제하는 것뿐이다.

▲ 김현태 기자
이 같은 방편의 실천은 결국 재가불자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첫 걸음이다. 수행과 정진을 통해 행복으로 나아가고, 계를 지킴으로 나와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일, 이것이 곧 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시는 불자의 길일 것이다. ‘불자’라는 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음주에 관한한 관대했던 나의 일부터 참회해본다. ‘옴 살바못자모지 사다야 사바하.’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24호 / 2015년 12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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