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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김윤례 씨

기자명 법보신문

▲ 연지향·44
눈물이 흘렀다. 주책없이 콧물도 흘렀다. 7년 전 즈음이었다. 직장에서 기장 장안사를 찾았을 때,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울었다. 처음 해 본 108배,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날 이후 직장에서 업무를 마치고 나면 사찰을 찾아 108배를 했다.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나 아이들이 아플 때 그리고 속상할 때나 우울할 때 언제든 절을 찾아 부처님 앞에 108번 엎드렸다. 돌이켜보면 법당 문지방 닳도록 오가며 오직 부처님에게 참회했던 것 같다. 야간에 법당을 개방하는 절을 찾아가서 108배를 할 정도로 간절한 마음이었다.

7년전 찾은 사찰서 불연
아이들과 함께 홍법사로
자모기도회서 기도 매진
사경·사불로 번뇌 내려놔

내친김에 아이들도 함께 다닐 수 있는 법회를 찾기 시작했다. 홍법사를 알게 된 것도 그런 인연에서 비롯됐다. 어린이법회를 매주 열고 있는 홍법사에서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하는 인연을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린이법회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자연스레 도반이 되었다. 신행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법회에 보내다 보니 서로 아이 키우는 이야기, 남편 이야기, 부처님 이야기 등을 나누며 인연이 깊어졌다. 공양간과 다양한 문화행사에의 봉사도 물론 뿌듯하고 즐거웠지만, 점차 엄마들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어린이법회의 별도 모임으로 자모 기도반이 만들어졌다.

나는 2차 기도에 합류했다. 사경기도였다. 부처님 경전을 적는 수행으로, 사실 예전에도 한차례 도전해 본적이 있었다. 그러나 10장을 채우기조차 힘이 들었다. 매일 자리에 앉아 사경을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시작을 하더라도 꾸준히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자모기도반 도반들과 함께하는 기도는 달랐다. 네이버밴드 등 SNS를 활용해 매일매일 글을 올리며 서로를 독려했다. 하루라도 기도를 빼먹은 날은 게으름을 반성하는 참회의 글을 올리고 서로를 격려해주며, 우울하고 힘들 때는 서로 위로하는 소통의 장이었다. 각자 삶이 바쁜 가운데서도 열심히 기도를 이어가는 도반들 모습을 바라보며 내 기도도 어느새 무르익어 가는 듯했다. 배탈이 나서 엎드린 상황에도 사경을 놓지 않았고 휴가철에는 텐트에서도 이를 이어갔다. 남편이 입원을 한 시기에는 병원에서 사경집을 펼쳐두고 정성으로 써내려갔다. 내가 이렇게까지 성실하고 진실하게 수행에 매진할 수 있구나 싶어 뿌듯함도 컸다. 기도는 여러번 입재와 회향을 거쳐 어느새 7차에 다달았다.

최근 회향한 7차 기도는 개인적으로 적지 않은 변화를 가지고 왔다. 내 마음 속에 혼란이 일면서 고민과 번뇌가 차올랐기 때문이다. 기도를 욕심으로 했다는 생각도 들고 양에만 집중했다는 회의도 컸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기도를 이어가야할까.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사소한 일에도 속상해하고 걱정하면서 정작 기도에는 충실히 전념하지 못했다. 기도를 하는 순간에도 순간순간 제대로 기도하고 있는지에 대한 번민과 회의가 솟았다. 기도는 점점 엉망이 되어갔다. 이를 알면서도 바로잡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7차 기도를 근근이 마무리했다. 작지만 큰 깨달음도 얻었다. 3배와 한 번의  독경과 같이 한 순간 지나는 기도 또한 그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게 없고 그 순간 간절한 기도라면 그 자체로 진정한 기도라는 믿음이다. 기도의 방식이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기도에 임하는 내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깨침이다.

8차 기도는 부처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는 사불 수행으로 이어가고 있다. 부처님 상호를 그리고 채색하는 동안엔 크고 작은 근심·걱정이 없어지고 마음자리가 잔잔하게 가라앉는 듯하다. 자모기도반을 시작할 때 세운 발원이 10차 기도 회향이니,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하루하루 진행되는 수행과 기도 속에서 내 삶도, 마음도 부처님을 닮아가길 발원해본다.

 [1324호 / 2015년 12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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