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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문화재 정기진단 필요하다

기자명 서만철
문화재로 지정된 석조물은 대부분 환자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환자 상태의 석조문화재 보존사업의 경우 환자의 치료와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석조 유적의 대부분이 마애불, 불상, 석탑 등 인물의 부조와 문양을 포함하기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그 진단 과정과 처방과정에서 특히 그러하다.

겉으로 멀쩡한 사람도 종합정밀진단을 해보면 자기도 모르던 병명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 균이 침입했다가 몸 속의 항체에 의해 자연적으로 치유되어 지나가는 수도 있지만, 때로는 너무 늦게 발견되어 발달된 현대의술로도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보곤 한다. 만일 정기적으로 정밀 진단을 실시하여 조그만 이상 징후라도 조기에 발견하여 정확한 상태와 원인이 규명된다면 건강한 몸으로 치유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석조문화재의 경우에도 모르는 사람이 볼 때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머지 않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는 때가 종종 있다. 때때로 사람들은 천년이상 끄떡없이 버티어 왔는데 설마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초야에 무너진 채로 흩어져 있는 우리의 석조문화재가 부지기수인 점을 알아야 한다. 천년의 천배 만배 이상 견뎌온 곳에서도 집중호우가 내리면 산사태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자연현상은 오래 견뎌왔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고 언제라도 일어날 조건이 되면 일어나는 것이다. 마애불이나 석탑과 같은 석조문화재가 천년이상 지났으면 이제 그러한 사고가 일어날 때가 되었으니 오히려 만반의 준비를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가 건강할 때 건강을 위하여 정기검진을 하듯이 석조문화재도 정기적인 정기 진단이 필요한 것이다.

원래 붕괴사고 또는 낙석사고는 갑자기 일어나는 법이다. 구조물 자체가 이상 스테레스를 받아도 일단 견딜 수 있는 만큼은 견디고 더 이상 견디지 못할 시점에 다달았을 때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댐이나 대규모의 건축물 등의 미세 거동양상을 감지하는 첨단 모니터링 기술이 발달되어 있어 위험에 처한 이탈리아의 피사 사탑의 거동상황 모니터링에도 이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백제 무령왕릉의 정밀안전진단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중 ‘신라 3대 석탑 기우뚱’ 이라는 제목으로 조선일보 1면에 석조문화재의 위험성이 기사화 되어 한동안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 것을 기억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라 3대 석탑이란 불국사의 다보탑, 석가탑과 감은사지 석탑을 말함인데 이것이 어떤 석탑들인가?

그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들이니 당연히 국민적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국회의원 10 여명이 현지를 방문하여 직접 확인까지 할 정도이었으니 말이다. 이 때 필자는 라디오 및 TV 방송에서 다보탑과 석가탑 그리고 감은사지 서탑이 0.6도 내지 0.9도 기울어진 것은 사실이나 비파괴진단을 통하여 그 원인을 밝혔고 그 정도의 기울기로 석탑의 구조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고 인터뷰를 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기울음이 현재 진행중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야 하며 그 기울음이 현재 계속 진행중이라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병원에서 환자의 병인을 밝히기 위하여 초음파, MRI, CT, X-Ray 등 첨단 장비를 사용하듯이 석조문화재의 진단에도 초음파, Radar, X-Ray 등을 이용하는 비파괴 첨단장비가 활용되어 정확한 취약부위와 그 원인이 규명된 후에 보수에 임하여야 한다.

정확한 원인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곧바로 보수에 임할 경우 원인치료는 되지 않고 오히려 문화재가 더 몸살을 앓는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마치 병원에서 의사가 눈으로만 또는 간단한 청진기 진단만으로 수술에 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서만철/공주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nrlcp@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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