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합·희망의 서원 세우는 한 해

해가 뜨고 지는 순환과 달이 차고 기우는 순환, 그것보다 더 크면서도 우리가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는 가장 큰 순환이 해가 바뀌는 것이리라. 시간이라는 흐름을 따라서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은 이러한 순환의 주기를 단순히 자연의 주기로 보지 않고, 삶을 설계하는 단위로 삼게 마련이다. 하루하루를 짜고, 한 달 두 달을 계획하고, 한해 두해를 설계한다.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 보다 나은 그림을 완성시켜나가는 공간적 작업을 이루어나간다.

그 작업에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내다봄과 되돌아봄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큰 목표에 대한 내다봄을 바탕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잘잘못을 되짚어보고 오는 시간 속에 올바르게 반영하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시간이라는 행로를 나가는 방식인 것이다.

지난해는 많은 점에서 우울하였다. 우리가 나가는 방향에 대한 올바른 그림에 자꾸만 이상한 색칠이 더해지고, 심지어는 흉측한 그림으로 변해가는 듯한 두려움이 있었다. 우리 불자로서 그리는 불국정토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그림들이 우리의 미래로 제시되는 듯한 우려 속에 한해를 보낸 느낌이다. 몇 가지 측면에서 그것은 분명 필자만의 우려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양극화가 나날이 심해져 가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는 사회, 갈등과 불신이 팽배해 있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아니 분명하지는 않은가? 이런 물음표를 던질 만큼 양극화를 당연하게 여기고, 오히려 그것을 조장하는 분위기까지 있었던 것이 지난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러한 양극화가 심화된 우리의 미래를 그린다면 우울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남북관계를 보라! 우리 민족을 괴로움으로 몰고 가는 가장 큰 원인, 그 원인이 해소되는 방향보다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극대화하고, 거기서 오는 위기감을 증폭시킴으로써 양측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모습이지 않았던가? 이러한 진행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또 어떠한가?

이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논의는 완전히 실종된 느낌이 들 지경이다. 오로지 어떤 편이냐, 누구 편이냐 만이 문제가 되는 분위기가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보꼴(보수꼴통)’과 ‘좌빨(좌파빨갱이)’의 편 가르기만이 존재한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자본과 노동의 갈등 또한 화해와 타협의 방향보다는 극단적인 증오와 불신을 증폭시키면서, 내편 가르기로 끝난 느낌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보이는데 어찌 우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공자는 “균형 있는 분배가 이루어지면 가난이란 없고, 화합이 성취되면 부족이란 없으며, 그렇게 되어 안정되면 위태로움은 없다”고 하였다. 화합과 신뢰가 국가 존립의 근본이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떤 외적인 발전을 이루더라도 내부적인 요인으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였다. 우리 사회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 지적한 것 같아 머리끝이 쭈뼛하는 위기감이 올 지경이다. 불교계에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해소하는 이념으로 제시한 ‘화쟁’의 사상에 비추어 보아도 이러한 흐름은 하루 빨리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국민들의 염원이 모이고, 우리 불자들이 그리는 불국토가 현실에 가까운 이념으로 제시되기를! 그래서 올해에는 제발 좀 더 밝은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갈등과 증오가 증폭되는 양극화의 흐름이 이제는 화합과 평화의 방향으로 새로운 물꼬를 트기를! 다시 그래서 올해를 보내고서는 모두 보다 밝은 미래를 향한 희망으로 내년을 맞기를! 이것이 새해를 출발하는 우리의 서원이었으면 좋겠다. 보다 나은 현실을 이루려는 우리의 실천이 바로 불국토 건설로 이어지는 참된 신행을 이루어 나가야겠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325호 / 2016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