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특집] 원숭이와 불교
[새해특집] 원숭이와 불교
  • 임은호 기자
  • 승인 2015.12.29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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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고 총명…부처님도 전생에 원숭이 왕

▲ 만봉 스님이 그린 ‘십이지신도’ 중 원숭이 부분.

2016년은 원숭이띠해이다. 원숭이는 십이간지의 아홉 번째에 해당되고, 시각으로는 오후 3시에서 5시, 달로는 7월에 해당하는 시간신이며, 계절은 7월 입추에서 8월 백로 전까지다. 방향으로는 서남서를 지키는 방향신이며 오행은 금(金), 음양은 양(陽)이다.

지혜롭고 용맹한 동물
부처님 전생으로 여겨
‘육도집경’ 속 원숭이 왕
인욕·희생 정신 돋보여

경전 소재로도 자주 등장
‘백유경’서 출가자에게
원숭이 통해 지계 설해
‘서유기’에선 지혜 상징
관세음보살 외치며 성불


원숭이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지혜와 꾀가 많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동작도 재빨라 나무를 탈 땐 마치 나비처럼 가볍게 난다. 원숭이는 ‘잔나비’라고 불리기도 한다. ‘날쌔다’라는 뜻의 동사 ‘재다’와 ‘원숭이’라는 중세 우리말 ‘납’을 합친 말이다.

불교 경전과 설화에 나타난 원숭이는 지혜롭고 총명하며 용맹한 동물로 묘사된다. 그래서인지 불교에서는 원숭이가 부처님 전생이기도 하다.

부처님이 전생에 원숭이로 태어났을 때 이야기는 ‘육도집경’에 잘 나타난다. 500마리 원숭이들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을 때 원숭이 왕은 임금 궁전으로 들어가 과일을 먹도록 명령했다. 이를 알아챈 임금이 노발대발해 모두 죽이려 하자 원숭이 왕은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원숭이들에게 과일을 먹으라고 지시한 것은 자신”이라며 “원숭이들을 용서하고 대신 자신이 임금의 아침상 반찬이 되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감동한 임금은 “네 고귀한 보시정신은 설산(히말라야)보다 더 높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 원숭이 왕이 바로 부처님이며 500마리의 원숭이는 부처님 제자 500비구라고 한다.

비슷한 설화도 있다. 화난 임금을 피해 달아나던 원숭이 무리가 강을 만나 안절부절 못할 때였다. 원숭이 왕은 긴 팔로 강 건너 나뭇가지를 잡고 무리에게 자신을 밟고 강을 건너게 했다. 제 몸을 돌보지 않고 무리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에 감화한 임금은 성으로 돌아와 백성을 평화롭게 다스렸다고 한다.

‘육도집경’에 나타나는 원숭이는 인욕도 만만치 않다. 이야기 속 원숭이 왕은 어느 날 깊은 구덩이에 빠진 채 살려달라고 울부짖고 있는 사냥꾼을 발견한다. 원숭이 왕은 며칠을 굶어 기진맥진해진해진 사냥꾼을 등에 업고 넝쿨을 타고 간신히 땅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사냥꾼은 ‘구덩이에 빠져 며칠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죽을 지경인데 저 원숭이를 잡아 허기를 채우지 않는다면 굶어 죽을 것’이라며 돌아서 가는 원숭이 왕의 뒤통수를 돌로 내리치고 주린 배를 채웠다. 배은망덕한 사냥꾼의 먹잇감이 됐음에도 원숭이는 악한 마음을 품은 사냥꾼을 도리어 불쌍히 여기며 ‘지금 내 힘으로 제도할 수 없는 사람은 미래세에 부처가 돼서라도 반드시 제도하리라’고 서원했다. 원숭이 왕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사냥꾼을 적으로 여기기에 앞서 자신의 행복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어리석은 존재로 여겼다.

굶어 죽을 것이 두려워 은혜를 원수로 갚은 사냥꾼을 기필코 제도하겠다는 원숭이 왕의 서원은 인욕을 실천하는 이들에게 적이란 나와 다름없고 생명체이며 행복을 바라는 존재고 수행의 스승인 동시에 자비로 제도해야 할 중생임을 보여주고 있다.

‘백유경’에 실린 콩 이야기는 지계의 중요성을 설하고 있다. 원숭이 한 마리가 콩 한 줌을 가지고 있다 한 알을 땅에 떨어뜨렸다. 원숭이는 손에 쥐었던 콩을 다 버리고 땅에 떨어진 한 알을 찾으려 했으나 찾지 못했다. 나머지 콩은 닭과 오리가 모두 먹어 치워버렸다. 출가자도 원숭이와 같아 처음에는 한 가지 계율을 어겨도 후회하지 않기 때문에 방일(放逸)은 더욱 늘어나 계를 모두 버리게 된다고 원숭이를 빗대 경계하고 있다.

설화 속 등장하는 원숭이 왕은 효심도 깊다. 사냥꾼이 쳐 놓은 그물을 찢자 무리가 포위망을 벗어났다. 그 때 새끼를 등에 업은 늙은 암컷 원숭이가 서두르다가 발을 헛디뎌 깊은 구덩이로 빠지고 말았다. 사냥꾼이 뒤쫓고 있음에도 원숭이 왕 어머니였던 암컷을 구하기 위해 왕은 꼬리를 늘여 어머니의 목숨을 건진다.

경전뿐 아니라 불교 문화권에는 원숭이가 이야기 소재로도 등장한다.

명나라 오승은(吳承恩)이 썼다는 ‘서유기’에서 주인공 손오공은 원숭이의 지혜를 대표한다. 그는 당(唐)나라 황제의 칙명을 받고 지금의 인도(서천)로 불전(佛典)을 구하러 가는 현장법사를 수행한다. 손오공은 공중에서 구름을 타고 돌을 날리며 여의봉을 휘두르는 신통력을 소유하고 약자를 돕는 영웅으로 묘사된다. 특히 ‘서유기’ 마지막 부분에서 손오공은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절벽에서 떨어지는데, 관세음보살의 법력으로 성불(成佛)한다고 그려진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 ‘날아라 수퍼보드’로 각색돼 제작, 방영되면서 남녀노소에게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25호 / 2016년 1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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