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어에 귀가온좌(歸家穩坐)라는 말이 있다. “집에 돌아와 편안하게 앉는다”라는 뜻이다. 오조법연 스님의 “확연무성을 꿰뚫으면 집으로 돌아와 편안히 앉을 수 있다”는 말씀에서 비롯됐다.
12월30일 쌍용차 노사가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2009년 구조조정 때 해고나 희망퇴직, 분사 방식으로 회사를 떠난 노동자들을 신규채용 수요에 맞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복직시키기로 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린 지 꼭 6년만의 일이다. 쌍용차 사태는 우리사회의 가장 큰 비극이었다. 느닷없는 해고에 노동자들은 77일간 평택공장을 점거해 파업을 벌였지만 경찰에 의해 강제진압 됐고 이후 6년여를 거리를 떠돌며 복직투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정은 파탄 나고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제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를 이끌어 냄에 따라 복직의 희망이 커졌다. 그러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합의인 만큼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한 지난한 과정들이 남아있다.
노사는 오랜 법정 싸움과 극한의 대립,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버리는 희생 속에서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냈다. 따라서 더 이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좋은 결실을 이끌어 내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먼 길을 돌아 드디어 집의 문 앞에 서게 됐다. 부디 집 안으로 들어와 편안하게 다리 뻗고 옛일을 반추하는 귀가온좌(歸家穩坐)의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26호 / 2016년 1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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